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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블리 Nov 01. 2021

슬기로운 디자이너 생활

큰 규모의 조직에서 일한다는 것


Evelyn




문화 정착의 어려움

일을 하면서 사용하게 되는 Tool은 정말 Tool일 뿐이고, 팀원 간의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조직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이런 문화를 공유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때로는 문화가 중요하다는 사실 또한 잊는다. 

가령 많은 Agile팀이나 Whole Team 체계로 일을 하는 조직은 Retrospective의 강력한 효과에 감탄하곤 한다. 항상 성공하는 프로젝트는 없기 때문에, 잘 안된 부분은 무엇인지 그리고 정말 그건 안 좋았던 것이긴 한지 팀원 간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Next를 실행할 때 매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내가 프로젝트를 하며 Retrospective를 진행하려고 했을 때 하는 이유와, 굳이 필요한지를 되묻는 순간들을 매우 많이 만났다. 소위 말하는 진짜로 일을 하지 않고 마치 잡담하는 것처럼 보이는 활동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조직의 규모가 작고 같이 일하는 사람이 한정적이었다면, 몇 번의 회고로 금세 그 효과를 납득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만나는 조직이나 사람의 수는 많고, 같이 일을 하는 사람도 계속 바뀌기 때문에 납득시킬 시간도 같이 이 활동을 해야 할 필요성도 체감시키기 어렵게 된다. 이런 어려움은 대개 Agile Sprint 전체에 해당한다 (Backlog Grooming도, Sprint Planning도) 

이런 사이사이의 빈틈들은 나비효과처럼 프로덕트 - 디자인 - 엔지니어 - 비즈니스 사이에 간극을 만들고는 한다. 항상 협업은 어렵고 나의 디자인은 설득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좋은 문화 하나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강력한 Best Practices와 시간, 사유, 정당성, 필요성 등의 이유를 달고서 가능한 순간들이 많다. 




보이지 않는 영역의 일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좋은 삶, 가치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UX 디자이너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큰 조직에서, 그리고 대기업에서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더 많은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 디자인뿐 아니라 예산, 조직 간의 이해관계, 조직의 컨텍스트 그리고 그때마다 나타나는 이해관계자들도 굉장히 많다. 그래서 Design Goal이 Product의 Goal이 아닐 때도 많으며 Team의 Goal, Company Goal과도 상이하기도 하다. 좋은 경험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래서 누가 이 경험에 비용과 예산을 투자할지도 알고 있어야 하고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Decision Maker가 누군지도 알고 있어야 한다. 때로는 이런 상황들이 주는 업무로 인해 미학(Aesthetics)적인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기도 한다.




이유와 논리

규모가 큰 조직의 장점은 잘 정립된 프로세스와 규칙들이 존재하므로 어떻게 일해야 할지 잘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큰 약속과도 같아서 누가 일을 하더라도 다들 암묵적으로 이러한 약속을 지키면서 일을 한다.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면 내가 어떤 엔지니어에게 이 디자인을 전달하는지조차 모를 때도 있고 결과물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는지도 확인하지 못할 때가 있지만, 이러한 약속 덕분에 안전하고 편안하게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큰 규모의 팀일 때 이런 강력한 약속은 매우 효율적이고 빠르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 말인즉슨, 자유분방하고 창조적인 방식과는 자연스럽게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좋은 프로덕트를 런칭 했는지도 중요하지만, 프로젝트를 얼마나 이 약속들을 지키면서 잘 끝냈는지에

무게감이 실릴 때도 있다.

프로덕트를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보다, 그렇게 한 이유를 어딘가에 남기고 전달했는지.

프로덕트를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보다, 그 무엇이 약속으로 정해진 것인지. 

때로는 이런 것들의 유무가 회의를 할 때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긴장감을 만들고 때로는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에 따라 강력한 무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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