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직장인들이라면 다 그렇듯 아침에 급하게 길을 나섰다.
그러다 갑자기 내리기 시작하는 비에 '아차차 우산을 안 챙겼구나...'.
어쩔 수 없이 비를 피하려 주변을 둘러보면 높게 솟은 빌딩들 천지다.
급하게 모르는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가 잠시나마 비를 피했다.
멍하니 비 내리는 풍경을 보다 보니 문득 드는 생각.
'왜 요즘 건물에는 처마가 없을까?'
우리의 전통 가옥인 한옥들을 보면 꼭 있는 요소 중 하나인 처마.
옛 조상들은 집을 지을 때 지붕을 길게 뽑아 비를 막는 것은 물론, 햇빛이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그래, 요즘 건축 기술로는 굳이 지붕을 길게 내놓지 않더라도 비나 햇빛을 충분히 잘 막아낼 수 있으니까.'
안 그래도 비용 최소화를 위해 오랜 연구를 하고 있는 건설사들 입장에서 처마는 처단 1순위였겠지...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든다.
'처마가 단지 건물만 보호하는 역할을 했던 건 아니었을 텐데...'
지나가는 이들이 언제든, 대비 못한 비나 눈을 피하라고, 혹은 무더운 여름 잠시나마 그늘막에서 쉬다 가라고 있던 것이 처마이지 않았을까? 한국인의 정이란 바로 이런 작고 세심한 부분에 숨어있는 것이니 말이다.
현대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네모번쩍 고층 빌딩.
어찌 보면 대한민국이 이만치나 발전했음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상징이고 자랑이다.
다만 오늘 아침의 내가 굳이 타인의 공간인 건물 내부로까지 들어가지 않더라도,
언제든 비를 피할 수 있는 처마가 있었더라면,
길 가는 사람들이 언제든 쉬다 갈 수 있는 몇 치의 인정을 품을 수 있는 빌딩이라면...
요즘이 더 행복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