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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턴 에디씨 Jun 16. 2022

냉탕과 때밀이

'일요일이지만 사람 별로 없네.'

남자는 온탕에 몸을 밀어 넣는다. 한 서너 달 만에 왔다. 남자는 모처럼 온몸에 퍼지는 열감을 즐긴다.


"사장님,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

남자가 묻자 때밀이는 뒤에 한 분 있다며, 탕에 계시면 부르겠다고 했다.


남자는 열감을 못 버티겠는지 냉탕으로 향했다. 냉탕에 이미 있던 젊은 친구는 계속 이상한 소리를 낸다. 그 소리를 내는 친구는 냉탕 안 중앙에 떡하니 서서 입을 닫고 음-음- 하는 소리를 냈다. 머리도 앞뒤로 조금씩 흔들면서. 남자는 최대한 그 친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구석으로 향했다.


아까 그 때밀이가 냉탕으로 걸어왔다. 고래처럼 음-음- 소리를 계속 내던 젊은 친구가 때밀이를 향해 꽉 쥔 주먹을 내밀었다. 때밀이도 주먹 쥔 손으로 그 친구의 주먹을 가볍게 터치했다. 그리고 남자에게로 시선을 옮기더니 키 맡겨주시면 된다고 남자에게 키를 건네받고 돌아갔다. 


아픈 친구가 여기 단골인가 보구나 하면서 남자는 마저 몸을 식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내 앞 손님이 몸에 비누칠을 하고 있다.

'아 딴생각을 하느라 너무 오래 있었네.' 하며 재빨리 온탕에 다시 몸을 집어넣는다. 1분도 안돼서 때밀이가 부른다.


"근데 저 몸이 아직 차가운데요." 남자가 말하자 때밀이는 상관없다고 누우라고 했다.

"찬물에 오래 있어도 때 잘 밀려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남자는 그래도 때를 불리려면 몸이 뜨거워야 하지 않냐며 재차 물었다.


"저기 찬물에 있는 애 있죠, 쟤가 제 동생이에요. 쟤는 목욕탕 오면 꼭 찬물에만 가있는데, 밀어보면 꽤 잘 나오거든요. 쟤랑 같이 다닌 지 한 6년 됐나,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여기에 머리 대시고요. 아프시면 손들거나 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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