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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han Phan Mar 25. 2020

#6. 나는 어떤 아티스트인가?

실은 나는 자신이 없는 아티스트이다.

옛날에 그걸 잘 몰랐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다른 사람한테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나중에 아주 능력 있는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림을 그리기를 열심히 배우고 꾸준히 연습했다. 그 결과, 디자인 대학교에 입학했다. 대학 때도 나는 미술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 전공에 자신이 었었다. 그렇게 대학에서 4년 반을 지내고 무사히 졸업했다. 졸업하고 나서 바로 취직을 했다. 2년 동안 일을 하고 남자 친구도 사귀고 결혼도 했다. 결혼한 후에 한국에서 살게 되었다.

한국이라는 낯선 곳에 와서야 비로소 나는 내가 자신이 없는 아티스트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안정권을 떠나야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나에게 내 고향, 베트남을 떠나고 한국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안정권을 떠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한국말을 아직 잘 못하는 외국인이 일을 찾기란 당연히 어렵다. 그래서 회사에서 취직하는 대신에 나는 집에서 일러스트로 작업하기로 했다.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인스타그램에 내가 직접 그린 그림을 올리기로 했다.


하지모든 일들 시작할 때가 쉽지 않다.

처음에는 그냥 예쁜 그림들을 올리면 많은 사랑과 팔로워를 받을 수 있는 줄 알았다. 

나는 한 실력 하는 아티스트니까.

그런데 하루하루 지나도 내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고작 20명밖에 없었다. 다른 아티스트가 200~1000명의 '좋아요'를 받았다. 나는 그들보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서 그런가 많이 생각하고 슬펐다.

다른 아티스트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다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었다. 나는 그런 것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그림 주제였다. 대학교에서 공부할 때는 프로젝트마다 선생님께서 주신 주제가 있으니까 그 주제를 잘하면 되었다. 회사에서도 일할 때 고객이 부탁한 일은 고객의 요구대로 따라야 해서 많은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열심히 하면 괜찮았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혼자 작업해야 하니까 혼자서 주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주제가 무엇일까?

내가 좋아하는 주제가 무엇일까?

내가 선택한 주제가 다른 독자들한테 재미있을까? 그리고 그 선택한 주제를 계속 일관성 있게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계속 떠올랐다.


생각할수록 점점 나는 자신이 없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그냥 그림을 잘 그리면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이제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지 몰랐다.



갑자기 이 세상에서 내 자리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내 자신을 다시 알아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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