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하고도, 호감까지 주고, 나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취미에 대해
이성 및 동성을 포함한 모든 관계에서, 그리고 동료로 만난 관계이든 친구사이로 만난 관계이든, 우리는 ‘첫 만남 그리고 서로 알아가기 단계’를 무조건적으로 거치게 되는데 이때 서로를 파악하기 위한 각자 나름의 ‘질문’을 주고받는다. 이 대표적인 질문으로는 ‘취미가 뭐예요?’가 있다.
취미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라는 의미이다.
즉 스스로에게 ‘재미’가 느껴지는 일이라는 것인데, 나는 이 답변에 대해 꽤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그 이유는 즉슨 나에게 취미는 ‘본업’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있었기에, 때로 취미들이 스트레스를 유발하기에, 정말 스트레스 없는 행동이었던 '누워있기'를 취미로 이야기했다가 상대방의 고뇌하는 표정을 보기도 했고 말이다.
오늘은 나의 취미의 종류 및 각 취미를 취미로 인정하기 어려웠던 이유들, 조금씩의 에피소드를 섞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나의 대표적인 취미 중 하나는 <독서와 글쓰기>가 있다. 그런데 이것을 ‘취미’라고 답하기 어려웠던 나는 직업적으로 ‘마케터’ 그리고 현재는 ‘작가’라는 직업도 가지고 있다. 마케터에게 트렌드 파악 및 콘텐츠 만드는 능력은 필수이다. 그리고 작가에게 ‘글쓰기’ 기술은 필수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취미들은 즐길 수만은 없었다. ‘브랜딩’에 한창 관심을 가질 땐 각종 브랜드의 탄생기 및 브랜드 관련 책들을 신나게 읽기도 했다. 하지만 때론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데 공부가 필요해서 ‘의무적으로’ 읽어야’만’ 하기도 했다. 그리고 글쓰기도 때론 정말 순수하게 좋아하고 썼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실력’을 쌓아야 해 하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글이 편하지 않던 때도 있었고, 콘텐츠를 기계적으로 만들다 소진된 느낌에 글쓰기가 싫어진 순간까지 있었다. 그렇기에 취미라고 하기엔 의무 같아서 취미라고 말하지 않았던 적이 많았다. 또한 현재도 작가 업무를 하며 해당 소재에 대한 지식 습득이 필요할 땐 전혀 관심 분야가 아닌 글도 읽는다. 이에 대해 <독서와 글쓰기>는 나의 업의 생존 및 생계와도 연결되기에 단순 취미라고 할 수는 없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 행동들은 필요에 의해 억지로라도 가까이하다 보니 이젠 글을 읽지 않으면 머리가 너무 굳어가는 느낌까지 든다. 이제는 정말 생활의 한 부분이 된 <독서와 글쓰기> 취미가 아닐 수 없다.
요즘 나의 두 번째 취미는 <투자 및 재테크 관련 강의 듣기>가 있다. 하지만 이 것을 취미라고 잘하지 않는 이유는 초면에 너무 ‘돈 이야기’로 분위기가 너무 경직될까 봐도 있고, 파란 물결인 주식 이야기로 갑자기 울컥하고 울적해지는 것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익절을 했다고 초면에 신나게 나의 돈 번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좀 자랑하는 것 같고… 그다지 유쾌하지 않아, 그 사람의 취미에 해당 분야가 있어 보일 때만 조심스럽게 꺼낸다. 또한 취미라기보다는 살아가는 데 있어 '돈'은 꼭 필요하기에 생존을 위해 하는 것도 있으므로 꼭 취미만은 아닌 '수단'의 느낌도 있고, 또한 아직 부동산 관련 지식은 너무 어렵게 느껴져 지식의 수준이 얕다. 천천히 공부하고 있기에 굳이 취미라고 잘 언급하진 않는다.
주식처럼 '돈을 벌었다'와 '아니다'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 및 '수준' 정도가 들어가는 것을 취미라고 말하면, 그 순간 공감보다는 '니 실력이 얼마나 되나 보자~'하는 '수준파악'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에, 수준이 있는 공부거리들을 취미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이것을 취미라고 했지, 전문가라고 한 것도 아닌데 꼭 비아냥거림을 받아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심리학 관련 책 읽기, 관련 강연/영상/다큐 보기, 각종 심리 테스트해 보고 나 파악하기, 그리고 사람 관찰하기 및 고찰하기>이다. 나는 심리학을 좋아한다. 사실 어릴 때 나의 ‘고집’ 같은 것은 좀 유난했던 부분이 있다. 이에 내가 너무 모난 사람인가란 생각이 들어 나를 알고 싶어 시작한 이 취미는, 이제는 그냥 ‘사람’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커져 흥미롭게 파고 있다. 어쩌면 가장 취미 같은 취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성격적인 분야로 보자면 요즘 유행하는 MBTI 및 에니어그램 관련 영상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때론 사주 명리학 공부를 하기도 한다. 좀 더 깊게 들어가 보자면 자존감 및 내향 관련, 트라우마, 애착유형, 역기능 가정 등 다양한 심리 관련 서적을 읽기도 한다. 다큐로 보자면 < 공간이 사람의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 > 같은 다큐 같은 것을 좋아한다. 한때 EBS 다큐 프라임 채널을 정말 좋아했었고,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 관찰 결과를 보여주는 다큐들도 좋아한다. 그리고 실제 적용해보고 싶은 것은 시도해보기도 하고, 주변을 관찰하기도 좋아한다. 그 이외의 성격 외에도 ‘사랑의 언어’ 테스트 등 심리에 영향을 끼치는 것들을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것을 취미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심리학과라면 하면 ‘헐 그러면 사람 심리 잘 알겠네요~?’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듯이, 본인도 해달라는 등의 요청이 조금 버겁기 때문이다. 나도 한 때 이것들에 꽤나 심취했을 때는 내가 사람을 곧잘 파악한다는 ‘오만 및 오판’을 곧잘 하곤 했다. 내 직감은 잘 맞는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더닝 크루거 효과처럼 부끄러움의 정점 한 번 찍고 그 뒤로는 ‘내가 항상 틀렸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때 강점 테스트 관련 자격을 취득하여 업으로도 삼아볼까란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누군가에게 ‘너는 이래’라고 뭔가 낙인찍듯 하는 그런 것에 거부감을 느껴 현재는 아직 혼자 하는 취미로만 간직하고 있다. 업과 동떨어진 것 중에서는 가장 취미 같은 취미가 아닐까 한다. 취미라고는 잘 못 말하겠지만 말이다. 언젠가는 이와 관련하여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는 유익한 무언가로 발전시켜보고 싶은 의지는 있다.
네 번째는 < 내면 다듬기 & 명상/산책/차 마시기/숲길 걷기/사찰 방문하기와 같은 마음의 평온과 관련 있는 행동하기 >이다. 요즘의 가장 주된 키워드는 ‘마음의 평온 체고!’이다. 그렇기에 명상 채널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또 이것을 혼자만 하고, 취미라고 말하기 힘든 이유는 너무 노잼 이미지로 비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너무 도인 같은 이미지로 보일까 봐도 있다. 왜냐하면 서로 취미를 주고받는 경우는, 이성 동성을 떠나 누군가를 ‘더 알아갈지 말지’의 관문 같은 것이라고도 생각된다. 이에 취미가 같으면 ‘함께 행동’으로 까지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관문인데! 사실 누구나 ‘나를 다스려야 해’ 같은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이를 ‘내면’, 혹은 ‘명상합니다’와 같은 워딩으로 말하는 순간 이너피스 및 이런 것에 평소 관심 있던 사람이 아니라면 ‘헉 저 사람 뭐지’하며 경계심 혹은 의아하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겪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굳이 말을 해야 한다면 다도와 같이 그저 ‘모션 및 행동’으로 변환시켜 말하고는 한다.
이외에 <드로잉>, < 타로 및 별자리, 영성, 끌어당김의 법칙 및 동기부여 관련 영상 보기 >, <누워있기>, 때론 <여행>, <액티비티 즐기기>, <문화생활 즐기기>, <쇼핑>, <요가 및 운동>, <맛집 가기 및 맛있는 음식 먹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취미의 고전명작 클래식인 <영화 보기>와 <음악감상>도 있다.
취미가 <누워있기>가 된 이유는 사실 나는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인간으로 평소 이미 기본적으로 ‘생각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편이다. 이에 이런 성향을 쉽게 바꿀 수는 없음을 깨닫고 결국 이를 강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생활패턴 단순화와 같은 다른 곳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를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사람으로서, 내게 ‘누워있기’는 사실 ‘정말 생각 없이 누워있기’도 있지만, ‘누워서 생각하기’ 일 때도 많다. 평상시 긴장 에너지를 의식적으로 해소하려고 평일 일상 중에도 종종 몇 분씩 한다.
또한 프리랜서 업무를 할 때는 내게 책상은 ‘업무 공간’이 되는데, ‘뇌’는 내가 일할 때가 아닌 취미를 위해 같은 공간에 앉아있어도 ‘일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뇌에 피로감이 쌓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생각 에너지를 많이 쓰기에 때로 ‘에너지 낭비’에 굉장히 인색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에 흥미로운 유튜브 영상 같은 것을 볼 때면, ‘앉아있다가도’ ‘아! 뇌가 일하는 것으로 인식하면 안 되지!’하면서 ‘앉아서 영상 보기’를 -> ‘누워서 영상 보기’ 행동으로 전환시킨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그 영상이 다큐 혹은 심리학 영상일 때, 내가 너무 학구적인 사람 혹은 또 너무 갓생 사는 이미지로 비치는 것은 싫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실로 아닌 것도 같아서 ‘누워서 하는 행동’은 지우고 취미가 그저 <누워있기>라고 답한 적이 몇 번 있었다.
특히 그 대답이 맞이한 가장 최악의 상황은 회사였다. 회사 출근 첫날 팀장님은 내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었고, 나는 <누워있기>라고 답했다. 정말 재미있다고까지 덧붙였다. 왜냐하면 누워서 하는 < 나의 생각 >이 나 스스로에겐 정말 재미있기 때문인데… 상대에게 들린 대답은 <누워있기> 였으므로 팀장님의 표정은 이내 ‘고뇌’로 바뀌었고, 그 표정 및 동료들의 ‘?’ 물음표 띈 분위기를 느끼며 나는 이내 ‘첫날부터 무언가 잘못되었다…’라는 느낌을 느끼며 그렇게 조금씩 남다른 강을 건너갔던 회사생활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점차 배워갔다. 적절한 포장 및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다는 것… <적절한 취미>를 잘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는 것!^0^
이렇듯 나의 취미는 이 정도이지만, 때에 따라 이런 나의 이야기들을 받아들여줄 것 같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냥 <넷플릭스 봐요!> 정도로 나올 수도 있겠다. 관계에서 모든 서서히 조금씩 천천히 상대를 알아가면 좋겠지만, 뭐든지 쉽고 빠르게 파악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에게 <적절하고도,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면서, 호감까지 주고, 나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취미를 한 마디로 말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에 내가 또 이 질문을 받을 때 어떤 뚝딱거림으로 혹은 그 당시 가장 꽂혀있는 관심사에 의해 무어라 대답할지는 모르겠으나… 나조차 혼란스러운 상황을 막기 위해, 혹은 취미를 무어라 대답하면 좋을지 고뇌 중인 분들을 위해 이 글을 적는다.
그런데 면접 자리에서 취미 물어보는 것은 왜 그런 걸까? 그 사람이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는가? 건강한 멘탈로 업무에 임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살펴보기 위한 질문일까? 무튼 꽤나 많은 곳에서 취미를 물어본다는 사실! 갑작스레 질문받으면 내 취미가 뭐였는 지 바로 생각이 잘 안 난다는 게 함정!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