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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Nov 15. 2021

서울

이 도시에서 새 가구와 침구를 사게 될 줄은 몰랐다. (Dear Me)


강원도 태생이었던 내게 서울은 '청산'같은 곳이었다. 청산별곡의 나오는 시처럼, 나는 '서울에 살어리랏다' 외쳤다. 으레 지방인들은 서울에 대한 환상이 있기 마련이다. 서울은 내게 '기회의 땅'처럼 여겨지곤 했었다. 커리어의 꿈을 꾸는 사람에겐 '뉴욕'이 그렇게 보이지도 하겠지만, 국내 한정 내겐 '서울'이 그런 도시였다. 


전라도에서 서울로 올라와 노래를 하던 한 가수 소녀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자기가 서울이라는 노래를 지은 이유는,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다 '서울'에 대한 노래를 하나씩 하더라고요. 하면서 웃었다. 지방인으로서 나도 매우 공감했다. (RM의 '서울'이란 곡도 있다.) 무튼 그래서 나도 '서울'에 대한 글 한 편은 남겨놓고자 글을 쓴다. 


서울 살이에 대해 공감 갔던 한 노래를 소개하자면, 이 노래가 있다. '좋아서 하는 밴드의 옥탑방에서' 나도 옥탑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기에, 그 시절 매우 공감하며 듣던 노래이다. 


갑자기 옥탑방 하니 아팠던 기억도 떠오른다. 옥탑방의 수도가 얼었던 일이 있다. 그때는 아르바이트하며 지내던 춥고 배고팠던 취준생 시절이었다. 누구 하나 응원해주는 이가 없었다. 부모님도 굳이 왜 서울까지 가야 하냐며 말했고, 오빠도 힘들면 내려가라고 하던 시절이었다. 어쩌면 오기를 부리고 있었을지도 모를 시절이었다. 열악한 옥탑에 거주하고 있던 시절이었는데, 수도까지 얼어버렸던 것이다. 집주인 할머니에게 이야기하니, 할머니는 돈 나갈 생각에 짜증부터 나시던 모양이었다. 수리 계획도 차일피일 미루고 점점 전화도 안 받으셨다. 결국 나는 내 돈으로라도 고쳐야겠다 하면서 수리 아저씨를 불렀었는데, 수리비를 다시 돌려받기는 했지만 주인 할머니에게 엄청난 눈칫밥을 먹었다. 그 시절 옥탑에는 결로현상으로 곰팡이도 생겨서 벽지도 다시 뜯어내고 붙였던 기억도 있다. 그때 결로현상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참 추웠던 겨울들이었다. 


서울은 내게 기회의 땅이고 참 살아보고 싶은 도시였지만, 시골 사람에게 그렇게 따뜻한 곳은 아니었다. 버텨내야 하는 혹독함도 존재하는 곳이었다. 외로운 곳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서울은 내게 항상 '임시 거처'같은 곳이어야 했다. '마음이 너무 힘들면 언제라도 내려갈 수 있도록...' 같은 도피성이 남아있어야 했던 곳이므로, 서울에서 무언가를 살 때는 취향보다는 거의 항상 가성비 혹은 저렴한 것 위주로 고르곤 했다. 그래서 서울에서 가구를 산다는 건 내게 있어서는 너무 '정착'에 가까운 무언가였으므로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런 도시에서 내가 침대를 샀다. 그 말인 즉 서울에서 어느 정도 '정착'했다는 말이기도 했다. 다만 서울의 집값과 직장 생활 등의 변화가 생기면 또 언제든 이동할 수도 있다. 다만 적어도 집 재계약을 했고, 앞으로 2년 간은 더 서울에 머물지 않을까 하여 구매하게 되었다. 


이제 집 앞 거리는 제법 동네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한 동네에서 어느덧 만 5년 이상을 살았기 때문인지 제법 정겹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내 방 한 칸도 참 따뜻하고 소중한 보금자리처럼 느껴진다. 예전만큼 서울이 춥게 느껴지진 않는다. 


이십 대 중반 후터 삼십 대에 넘어오는 나날들 사이에 서울에서 참 많은 추억과 일이 있기도 했다. 여행 회사를 다니며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던 일, 처음 직장다운 직장을 다니며 일을 시작하던 일, 서울 곳곳을 다니며 새로움과 호기심을 채우던 일, 고난과 힘듦을 함께 나누며 누군가와 성장하던 일 같은 것 말이다. 


앞으로는 내가 어디에 거처를 두게 될지, 이 도시에서 또 어떠한 일들을 마주하게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좀 더 '선택과 집중'에 가까운 무언가의 삶을 꾸리게 되었다는 것. 그게 계속 가능했으면 좋겠다. 지속적으로 나아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집의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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