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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Jan 08. 2022

프리랜서 생존전략

이왕이면 나는 내 글이 좋은 곳에 입양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취미로든 직업으로든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글을 쓰는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을 수 있다. 그건 바로 내 글이 '내 자식'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책 같은 단위로 펴내기까지 했다면, 그 책들은 소위 이른바 '내 새끼'가 되는 것이다. 단, 생계 혹은 수익을 위해 찍어내듯 짜집기 하는 식의 글은 제외하고 싶다. 여기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글'은 적어도 작가가 어떤 생각을 전하고 싶어서 쓰는 글 혹은 자기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진실성 있는 글을 써낸 경우를 말한다. 


왜냐하면 내 이야기를 써내는 데에는 어느 정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나는 자신의 치부가 될 수도 있는 '아픈 구석'을 이야기하는 작가라면, 더더욱 그 용기에 감탄하곤 한다. 나만 보는 노트식의 일기가 아닌 이상 내 글도 어딘가에 '기재' 되는 글이기에, 자연스레 적당한 '검열'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소신 있는'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용기가 필요하기에, 그렇게 공개된 자신의 글들은 소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완성도에 기를 기울였다면, 그 창작의 고통까지 감내해야 하는 고난과 시련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글을 본격 '업'으로 가져가기로 마음먹고 나서는, 최대한 내 글이 좋은 클라이언트를 만나기를 바랐다. 즉 '양질의 일자리'를 얻고 싶었다.


프리랜서의 생존 전략으로는 크게 3가지가 언급된다.


① 남들보다 빠르거나

② 남들보다 저렴하거나

③ 남들보다 잘하거나


여기서 나는 당연히 3번째 포지션을 취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좋은 카피 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도, 잘 떠오르지 않을 때는 며칠씩 고민하기도 한다. 그게 클라이언트 혹은 누군가의 눈에는 차지 않을 지라도, 나는 나름의 최선을 다해 내 문장을 써 내려간다. 즉 나는 나의 업의 기준을 '높게' 설정해놓고 싶었다. 왜냐하면 하향 평준화되는 일은 너무나 쉽다. 열심히 사는 친구를 따라가는 것보다, 그저 편하게 노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쉬운 길보다는 '어렵지만 잘하는', '양보다는 질인' 쪽을 택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실력도 뒷받침되어주어야 하고, 노력도 필요하며, 운 좋게 양질의 클라이언트를 만나기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는 운이 좋게 첫 글 외주를 받은 곳이 내 기준에서 내가 바라던 '양질의 일감'을 주는 곳이었다. 이를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첫 수임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일을 시작으로, 작가 일을 더 늘려나가기 위해 카페 및 다양한 job 플랫폼들을 찾아볼 때의 일이었다. 블로그 원고 글을 1건 당 4천 원 정도에 써 줄 작가님을 구한다는 글도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유튜브 내의 원고 작가를 구하는 글들도 많았다. 그중 가장 안타깝게 느껴진 건, 결혼 등과 같은 유튜브 고민 상담을 써 줄 작가를 구한다는 글이었다. 수임은 건당 약 2만 원 정도였다. 요구하는 글자 수에 비해 임금도 적게 느껴져서 당혹스러웠지만, 무엇보다 당황한 것은 '소설 같은 사연으로' 실제 이야기처럼 콘텐츠를 만들 그 유튜브 채널에 나는 최대한 자극적이고 이색적인 거짓말들을 보태 글을 써야 한다는 점이었다. 


내가 아직 세상에 내보내는 영향력은 미미하고 작은 존재지만, 적어도 나는 내 글이 좋은 쪽으로 작은 날갯짓을 하길 바랐다. 자극적인 사연으로 어그로를 끌어야 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진 않았다. (자극적이지만, 나름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드라마 같은 글은 제외다. 내가 말하는 좋지 않은 글은 오로지 '자극적'이고 '후킹 한' 낚시성 콘텐츠를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면서 한 번 상상을 해봤다. 그렇게 박리다매 식의 글을 쓰는 일 말이다. 그러면 '남들보다 저렴하거나 혹은 빠르거나' 포지션을 취해야 한다. 그러면 콘텐츠의 질이 아닌 '양'에 집중해야 하며, 콘텐츠의 수준도 낮아지게 된다. 이러면 스스로 일을 하면서도 돈은 벌 수 있겠지만,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았다. 나중에 내가 일감이 많아져 고를 수 있는 수준이면 좋겠지만, 아직은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서 나는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게 첫 기준이 되어 준 클라이언트에게 새삼 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프리랜서로서 가져갈 내 포지션을 생각뿐만이 아닌, 실제로 지킬 때의 작가 생활을 어느 정도 경험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다만 3번을 포지션으로 가져가려면 아직 경험해야 할 것들과 가야 할 길이 멀구나 정도를 깨닫는 중이다. 많은 공부와 연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이 적더라도 기회로 보이는 일이 있다면, 1번과 2번 포지션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2번뿐만 아니라, 1-3번 전략을 모두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참고로 회사에서의 생존전략은 다음의 3가지이다.


① 따르거나

② 이끌거나

③ 꺼지거나


여기에서 나는 나를 합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하는 상사 밑에서 잘 따르지 못했고, '이끌거나' 포지션에서는 리더 자질을 묻는 면접을 거치기도 했으나 스스로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3번째 '꺼지거나' 포지션을 택하게 되었다. 언젠가 좋은 리더 혹은 좋은 팀을 만나게 된다면, 여러 형태로서 다양한 일들을 더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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