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듣는 mbc 밤 라디오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에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출연하신 적이 있다.
옥상달빛 특유의 귀여움과 배려있는 진행으로
박막례 언니(직접 선택하신 호칭)와의 즐거운 대화가
끝나갈 때 쯤.
대화의 한 단락이
마음에 남았다.
Q. 막례 언니의 꿈은 뭔가요?
박막례_ 꿈 없어. 나는 꿈 없이 그냥 살아요.
...
옥디스크_ 저는 이 말이 위로가 되어요.
‘꿈없어.’ 없어도 되는 건데 사실.
우리 세대는 꿈이 있어야만 하는 세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달자키_ 맞아요. 약간 강요받기도 하죠.
그런데 오늘 (박막례님이) 하루하루를 잘 살자.라는 말을 해주신 것 같아요.
(2019.02.15.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
지금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선택한다.
노력인가 나다움인가.
(나다움에 노력이 따르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사회의 부당함을 무시한 채 강요되는 노오력이 싫지만,
유노윤호처럼 매일을 열정 있게 살아가는 삶은 또 부럽기도 하다.
지금은 ‘열정’과 ‘나’ 사이. 그 혼란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 혼란함을 알기에
‘괜찮아’라는 정서가 퍼진다.
포기해도 괜찮고, 꿈이 없어도 괜찮고, 커서 아무나 되어도 괜찮다.
‘괜찮아’는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될 수도,
바로 앞에 닥친 일에 대한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괜찮아’는 ‘위로’로 다가왔다.
학교에서 꽤 먼 거리를 통학하다보니
버스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아침에는 졸려서 별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집에 가는 버스는
밤하늘을 비추는 창과
나처럼 하루를 마친
지친 사람들이 있었다.
밤과 버스라는 조합은 사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기 딱 좋은 조건이다.
몇 년을 그냥 싱숭생숭.
고민에 고민을 더하며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러다 어느 날 라디오를 찾아들었다.
계기는 별게 아니었다. 아마.
그냥 심심해서. 영상을 보기엔 데이터가 적어서.
그렇게 듣기 시작한 라디오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들을 하면서
‘괜찮다’고 위로를 건넸다.
“그러니까 보물보다 중요한 건
보물을 가지러 가는 지금
우리를 스쳐가는 시간들일지도 모르겠어요.”
이미지 출처_ MBC 라디오의 좋은 글귀를 보관해주는 ‘봉춘라디오 다이어리’ SNS
@radiombc.diary
“****님이 보내주신 문자입니다.
보물을 가지러 가는 지금이 중요하죠.
그런데
이왕이면 그 길이 꽃길이면 좋겠어요~"
청취자들의 이야기가 때때론
잘 쓴 대본보다 더 공감되고 위로가 된다.
가벼운 투정이 공감이 되고 웃음이 되어,
위로가 되는 순간이었다.
라디오는 별 게 아니다.
그리고 내 하루도 별 게 아니었다.
그러나 라디오와 내 일상을 더하니,
별 게 되었다.
홍진경씨가 어느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했다.
행복은
“자려고 누웠을 대 마음에 걸리는 게 없는 것”이라고.
라디오와 함께한 내 하루의 끝.
잠들기 전은
평소보다 훨씬 가벼운 시간이 된다.
머릿속이 마구 복잡할 때,
친구들을 만나 아무 이야기라도 하면
가벼워 질 때가 있다.
라디오는 마치 그런 존재였다.
내 하루를 가볍고 따뜻하게 채울 수 있는 방법.
오늘 집 가는 길,
밤하늘에 따뜻함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와 음악을 들으며
창 너머를 바라보면
그 자체가 뮤직비디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