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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프로 Mar 10. 2022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를
이야기하게 만드는 법.

 

지극히 개인적이고 오래된 경험담으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창업을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브랜드는 뭘로 정해야 하나, 그리고 마케팅을 할까를 내내 이런 고민을 하며 걷다가, 우연히 내 앞을 지나던 두 학생의 대화를 듣게 됐습니다. 한 친구가 툭 던진 한마디.


오늘 TGI나 갈까?


혹시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까 약간 부연을 하자면, TGI는 한때 (엄청) 핫했던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죠 (지금도 종종 보이지만..) 정확한 명칭은 'TGI Fridays'였지만 보통 TGI라 불렀습니다.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일상 대화인데, 당시 저에게 꽤 충격이었습니다. 오늘 뭐할까라는 질문에 'TGI'라는 브랜드로 대답을 할 수 있다니... 오늘은 시저 샐러드를 먹고 싶다거나, 뉴욕 스트립이 땡긴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지하철역과 가깝다거나 넓은 주차장이 있는 데를 찾아보자는 뜻도 아니죠. 그 친구들의 머릿속에는 TGI라는 브랜드가 상징하는 어떤 공통된 경험이 있었던 겁니다.


우리 브랜드나 제품은 소비자의 일상 대화 속에서
오갈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을까? 


과연 난 저 친구들의 마음속에 그렇게 자리 잡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함께 그때 저에게 TGI는 피로회복제의 대명사라는 '박카스'처럼 거대하게 다가왔습니다. TGI는 10~20대의 문화를 대표하는 브랜드였던 거죠. 




소비자는 이미 변했다, 우리가 몰랐을 뿐.. 


라떼는 얘기 그만하고, 좀 더 최신 사례를 찾아볼까요. '문화'이면서, '브랜드' 자체가 통하는 코드가 되는.. 아마도 '당근이세요?'가 적합할 것 같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중고거래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죠. 이젠 쿨거래, 굿거래, 무배 같은 용어들이 보편화되고,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같은 소설은 판교의 중고거래 스타트업을 배경으로 그려집니다(아마도 당근이 배경일 듯). 아파트 현관에서 무언가 들고 서성이는 분을 만난다면 대체로 당근으로 봐도 무방하죠. 


이제 서로 물어볼 필요도 없게 하는 장바구니 (Ⓒ당근마켓)


소비자들은 이제 거래를 위해 만나는 자리에서 통성명을 하지 않습니다, 당근이세요? 한마디나, 그것도 귀찮다면 편의점 택배 보내 주거나 당근마켓 장바구니를 들고 가면 끝이죠. 딱히 서로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습니다. 그들은 이미 같은 유니버스에 살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당근마켓처럼 전 국민들이 애용하는 서비스들은 네이버 카페 등에서 비슷한 서비스가 존재한 경우가 많습니다. '당근' 전에 '중고나라'가, '직방'이나 '다방' 이전에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가 있었으며, '오늘의 집' 이전에 '레몬테라스'가 있었습니다. 서비스 이전에 이미 트렌드와 문화가 존재했다는 뜻입니다.

 

'TGI'나 '당근' 같은 매직 키워드를 만들고 싶다면, 마케터는 이젠 프라임 타임에 TV 광고를 할 게 아니라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읽고 그들의 유니버스(이젠 지하철 역 앞이 아닌, DM이나 카톡) 속에 우리 브랜드(또는 제품)가 끼어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서로 연결이 되며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마음'이 문화가 되고 비즈니스가 됩니다. 집에 애물단지가 된 제품을 용돈으로 바꾸고 마음, 남의 집 인테리어는 어떨까 궁금해서 러브하우스나 드라마 속 집들을 유심히 보던 마음이 있죠. 지금 우리 비즈니스 카테고리에도 소비자의 숨겨진 니즈가 있을지 모릅니다.  


이제 마케터는 작가들이 소재를 찾아 타인 일상을 훔쳐(?) 보듯, 소비자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이제 마케터 해 먹기도 너무 어려워졌다고 속상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은 요즘 소비자들은 내가 누구인지, 어떤 브랜드를 소비하는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싶어 하거든요. 

 

 내가 쓰는 모든 제품은 '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카카오 메이커스)

 



듣고 싶은 이야기 vs. 하고 싶은 이야기.


하지만 여전히 우린 소비자이기에 앞서 마케터입니다. (더 큰 문제는) 회사에는 마케터가 아닌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점이죠. 그들은 '라떼는' 뿐 아니라 이런저런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이번에 나온 제품이 뭐가 새로워졌는지를... (소비자는 아무 관심이 없지만..)


이런 '제조사의 함정'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요? 성공한 스토리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 1. 스토리가 스스로 확산을 하는가? (a.k.a. 어그로) 


2020년에 론칭한 'KCC 창호'의 '무한광고유니버스에 갇힌 성동일'이라는 광고를 떠올려 보죠. 이 광고는 현재 조회수가 거의 천만뷰에 육박하고 대부분의 댓글이 극찬일색입니다. 광고가 없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지만 일부러 이 영상을 찾아봤다는 의견도 많죠. 



소비자가 스스로 광고를 찾아본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추천까지 할 정도의 관심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훌륭한 스토리입니다. 제품에 대한 설명충으로 빠지지 않고, 소비자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과거의 성공한 광고들)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뛰어나죠. 


결과적으로 상도 많이 받았고, KCC 창호의 인지도, 호감도를 끌어올렸다는 점에선 분명 성공적입니다. 제가 아는 많은 광고/마케팅 유튜버들도 다 그 해 최고의 광고로 꼽더군요. 


저도 예전에 썼던 글에서 아래와 같이 표현한 적이 있죠


어그로만 끌어서는 성공할 수 없지만,
관심 못 끈 마케팅은 죄악이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죠.. 굳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꼽자면, 이 광고가 언젠가 꼭 KCC 창호를 써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거나 KCC 창호가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한 지, 즉 우리 집 창호가 KCC라며 인스타에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궁금하다면 직접 '#KCC 창호'를 검색해보세요.) 


절대 이 광고가 실패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콘텐츠의 재미를 통해 관심을 끈 또 다른 광고인 그랑사가의 '연극의 왕' 같은 경우 사전등록 500만 돌파라는 결과로 이어졌는데요. 결국 콘텐츠 제작 시에 제품이나 브랜드의 특징에 따라 다소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 2. 브랜드 경험을 유도할 수 있는가? (#사는재미) 


결국 판매로 이어질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이건 그저 관심을 끌어내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 보다 ,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서 긁어줘야 하거든요. (사실 생각해 보면 소비자도 보통 내 얘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내가 자랑할 만한 얘기 말이죠..) 

 

소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만든 스토리는 구매와 경험을 유도합니다. ‘짜파구리’는 ‘기생충’이나 ‘아빠 어디가’ 훨씬 이전부터 소비자들은 직접 먹어보고 또 자신의 SNS에 인증해서 올리고 싶어 했죠. (사실 농심이 의도한 마케팅은 아니었지만)

 

또 다른 예로, LG전자에서 나온 ‘스탠바이미’를 볼까요. 이 제품이 화질이나 화면 크기 등 기존에 중시하던 기능 때문에 성공했을까요? 이 제품이 대박이라고 소문난 이유는 광고 때문이었까요? (LG전자의 마케팅 역량에 대해서는 여기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소비자는 '짜파구리'나 '스탠바이미'를 나의 SNS에 중계하기 위해서 구매합니다. 한마디로 '사는(buying)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소비자에게 '사는 재미'를 주려면 제품에 어떤 '코드'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아마도, 내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나의 모습이 아닐까요? 


스타벅스를 엄청 좋아하진 않아도 굿즈는 득템한 사람이다. 밀맥주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곰표맥주는 먹어본 사람이며. 기부는 하지 않지만 지구 환경을 생각해서 줍깅에 참여한다. 치킨값 1~2천 원 인상에 분노하지만 돈쭐에 참여하기 위해 먹지도 않을 치킨 몇만 원어치쯤 살 수 있는 사람이다.  


지금 우리의 제품은, 그리고 우리의 스토리는 고객에게 어떤 재미를 주고 있을까요? 나 또는 우리 회사는 여전히 '좋은 제품 신드롬'(제품만 좋으면 팔린다는 믿음)에 빠져 있진 않을까요? 




브랜드 용어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브랜드 이미지'가 구분됩니다. 전자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의미하고, 후자는 그 브랜드에 갖고 있는 소비자들의 인식이죠. 둘은 비슷할 수도 있지만, 큰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전통적인 광고 커뮤니케이션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해왔죠.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의 생각에 기반한 스토리를 만들지 않는다면 먹히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파타고니아 같은 경우를 예를 들며 의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환경에 대한 자신들의 신념을 고집한 것처럼 보이지만.. 마침 소비자들이 환경을 중요 시 하게 된 흐름과 시너지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하죠. 파타고니아가 그런 소비자들 심리를 읽고 이용한 것이 아닐지라도.. (이걸 진정성은 결국 승리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냥 X고집에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기술과의 결합으로 예전부터 있는 보편적인 심리가 새삼 드러나는 경우도 있죠.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식당에 몰리는 심리는, 디지털 상에서 같은 페이지를 보고 있는 사람 수를 보여주는 것으로 적용해서 히트를 했습니다. 곧 마감이라고 하면 급하게 사게 되는 심리 역시 프로모션 페이지에 카운드다운을 넣으면서 판매를 극대화한 경우구요. 


오늘의 마케터는, 소비자의 어떤 심리에 기대 말을 걸어야 할까요? 


P.S. 다음 글에선 스토리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에 대해 좀 더 알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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