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프로 Mar 23. 2022

마케팅 스토리텔링의 법칙
Part I.

결국 다시 소비자에게서 답을 찾는다.

다소 민망할 정도로 거창한 제목이지만, 그간 생각해온 스토리텔링 법칙을 한번 정리해보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마케팅 스토리텔링에 있어 필요한 법칙들을 몇 가지로 뽑아봤는데 대략 4~5개쯤이 되지 않을까 싶어 Part I과 II로 나누어 올릴 예정이구요.


그전에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미디어 환경이 변했음에도, 회사는, 그리고 마케터는 여전히 우리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상에서 소비되고 공유될 가치가 있는 이야기는 그런 내용이 아니죠. 철저히 소비자 중심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아래 이어지는 내용도 결국 동일한 관점에서 볼 수 있구요.




I. 캐릭터 구축 : 누가 이야기하게 할까?


이야기를 하려면 먼저 '화자(Speaker)'가 누구인가?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케터들이 흔히 갖고 있는 '미신'이 일단 광고를 집행하면 소비자와 브랜드 단 둘간의 대화로 여긴다는 점입니다. 일단 만남은 성사되었으니 잘 설득해서 팔기만 하면 된다는 심리를 갖고 있죠.


하지만 이들은 우리 중고차(업계 계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매장에 입장한 호갱님이 아닙니다. TV는 틀어놨지만 눈은(때론 손만) 스마트폰에 가 있는 것이 요즘 소비자죠. 잠시만 흥미가 떨어지면 시선은 화면 밖을 향합니다. 그 옛날 강호동의 짝짓기(?) 예능 마냥 '매력 발산'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눈길 받기 어려운 정글이죠.


이미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가 아닌 바에야 내가 누군지 소개부터 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여기서 또 오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소개는  팔려는 제품을 얼른 내놓으란 얘기가 아니거든요. 각설하고, 예시 하나 보도록 하죠.


이 광고는 캐릭터 구축이 다 했다 (Ⓒ대한민국 정부)


정부에서 만든 '디지털 성범죄 근절 캠페인' 영상입니다. 곽도원 배우는 그간 맡아왔던 작품들로 인해 경찰이나 검사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심지어 '곡성'에서도 시골 경찰이죠) 이 영상을 보면 1초 안에 곽도원은 공무원임을, 3초 안에 검사나 경찰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슨 범죄 수사물 예고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깁니다. (스킵 당하지 않으려면 중요하죠)


그간 정부 공익 캠페인은 단체로 춤을 추거나(춤추다 욕 먹은 적도 많고..), 노래를 부르는 등 쌍팔년도 주입식 교육으로 일관해왔는데, 이 광고는 일단 캐스팅에서 먹고 들어갑니다.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날리기에 실제 검사, 경찰뿐 아니라 검찰총장이나 대통령보다 곽도원의 말 한마디가 훨씬 와닿죠. (대사에 쌍욕을 섞어 넣었더라면 더 리얼했겠지만..)   


또 다른 사례를 보죠. 아래를 보면 영락없는 말보로 광고입니다. 담배가 등장하지 않음에도 우린 이 광고를 보고 자연스럽게 담배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등장하는 카피. I miss my lung..  이 광고의 경우, 차용한 원작을 완전히 뒤집는 형태이기에 '독성 기생충 전략'이라고 불리지만 효과는 이보다 확실할 수 없습니다.  


담배를 팔려는 광고를 비틀어 금연광고를 만들었다.


 외에도 '노인과 바다'  설정을 가져온 롯데리아 새우버거의 광고나, 아예 각종 유명 작품의 캐릭터들을 짜깁기한 '그랑사가' 연극의  광고도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이름은 '모비딕'에서, 심벌은 ‘오디세이’에서 가져왔죠.


이러한 캐릭터는   짧고 강렬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라  집중하게 됩니.   이야기를 알만한 다른 사람에게 공유할 가능성도 커지죠.


꼭 유명 작품이나, 광고 패러디나, TV나 영화 등을 통해 구축된 이미지를 가져올 필요는 없습니다. CEO(택진이 형, 용진이 형의 경우) 일 수도, 순정만화 주인공(빙그레우스) 일 수도, 북극곰(곰표 맥주) 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고전 광고가 된 경동보일러 광고(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는 시골에 계신 부모님의 캐릭터를 가져왔구요. .


전통적인 광고 이론에서는 3B(Beauty, Beast, Baby)를 중심으로 캐릭터를 구축하라지만, 이제는 그렇게 귀엽거나 이쁘다고 봐주는 시대가 아닙니다. 그런 이미지는 어디에나 있거든요... 커머셜 한 메시지일 수록 공감할 수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금 우리의 스토리는 누가 이야기하고 있나요? 화자가 소비자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인가요? 또 그 캐릭터는 우리 브랜드를 이야기하기에 적합한가요?




II. 관점 전환 : 소비자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마케팅 서적에 자주 등장하던 사례가 하나 있습니다. 소니의 베타 방식과 마쓰시타(현 파나소닉) 간에 벌어진 '비디오 포맷 전쟁'이죠 (관련기사 링크). 사실 이 외에도 유사한 사례는 많습니다. IBM의 OS/2와 MS DOS가 그랬고, 애플의 맥킨토시와 MS의 윈도우가 그랬죠. 많은 기업들이 맹신하는 것과 달리 기술이 성공을 꼭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증거죠.


개인적으로 자주 언급한 사례는, '질레트'와 'DSC(Dollar Shave Club)' 간의 면도기 전쟁입니다.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 할 수 있는데, 질레트는 날면도기 시장을 거의 석권하고 있었죠. 문제는 끝없이 올라가는 가격인데요. 끊임없는 신제품 출시와 광고를 통해 소비자 충성도를 높이고, 가격을 더 올리는 순환 구조에 DSC가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 거죠.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관련 영상)를 하는 겁니다.


한국의 DSC(이런 표현 싫어할 수도 있지만)라 할 수 있는 와이즐리의 경우, 얼마 전 고객들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들어선 지금, 다시 질레트의 길로 갈아탈 것이냐, 아님 계속 DSC의 길을 갈 것이냐에서 선택을 한 것이죠.


"TV 광고도 해봐"
"마트에 입점하면 더 많이 팔 수 있어"

이런 제안에 솔깃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가기로 했습니다. 고객에게 돌아가지 않는 비용으로 가격을 부풀리는 대신, 가격을 더욱 내립니다.

와이즐리 메일 중에서.


그리고 실제로 와이즐리는 가격을 대폭 내렸습니다. 그럼 질레트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역시 가격을 낮춰야 할까요? 안타깝게도 질레트는 비즈니스 구조상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대신 또 다른 방향에서 접근을 했죠. 아래의 그림을 볼까요.


질레트 랩스 HEATED RAZOR 설명 이미지 중 (Ⓒ질레트)


질레트는 기존보다 더 고가 라인인 '질레트 랩스' 라인을 론칭하고 온열 바를 장착한 면도기를 출시했습니다. (이런 식이면 전기면도기와의 구분이 모호해지지 않을까 걱정하실 수 있겠지만, 같은 P&G 계열의 전기면도기인 브라운도 계속 프리미엄화 되는 중입니다) 또 부가티나 아이언맨 에디션을 출시하는 등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을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죠. 아마도 질레트의 대답은 더 프리미엄하고 더 다양하게.. 인 것 같네요.


저 '바버샵의 따뜻함'이라는 컨셉은 고객의 감성을 건드리기에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 상품 상세페이지에만 등장합니다. 공식 명칭은 '질레트 랩스 히티드 레이저'거든요. (예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2000 서버 에디션.. 같은 작명의 기억이 아련하네요)


그럼 결과는?

질레트, 와이즐리, 도루코 검색량 비교 2021.3~2022.3 (Ⓒ네이버 데이터랩)


네이버 데이터랩에서는 프로모션 기간을 제외하면 와이즐리가 질레트의 검색량을 대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물론 질레트가 훨씬 고가이고, 와이즐리가 온라인에서만 판매된다는 걸 고려한다면 M/S는 이와는 다를 겁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괜찮은 품질의 면도기를 편하게 구독하고 싶다'라는 것은 확인된 셈이죠.


우리의 이야기가 확산되길 바란다면, 그리고 시장의 판도를 바꾸길 바란다면..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 물론 시장을 바꿀 엄청나게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위의 예에서 보듯 그런 방식이 꼭 성공하는 것도 아니죠.


소비자는 분명 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FGI를 해봐도 대답하지 못했지만 막연히 갖고 있던 불만이나 니즈가 있죠. 그것은 매월 잊지 않고 바꿀 수 있게 1월, 2월 등을 표시한 칫솔일 수도 있고, 폐플라스틱을 모아 만든 원단을 활용한 패딩일 수도 있으며, 멀리 과거로 가면 '드럼' 대신 아끼는 옷을 오래 입고 싶다는 마음에 포커스를 맞춘 세탁기일 수도 있습니다.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뚜렷한 기준 없이 습관적으로, 또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제품을 고릅니다. 그게 브랜드의 힘이죠 (그래서 한때 많은 마케터들은 브랜딩을 강화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아 나에게 필요한 제품은 이런 거였지?' 하고 깨닫게 해준다면?! 소비자는 분명 움직일 겁니다.




이후 마케팅 스토리텔링의 법칙의 두 번째 글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스토리텔링의 법칙'이 내용에 대한 가이드라면, 형식적인 면이나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추가로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구요.


이 연재는 데이터-스토리-플랫폼으로 나름 요즘 마케팅에 대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대해 간략히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처음엔 쉽게 생각했으나 글을 쓸수록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이 느껴져 업데이트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리며... 아마도 4월 중에는 연재가 완료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