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마케팅 인사이트 #2-2
마케팅 트렌드 이야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쿠팡' 이야기인가, 의아하실 분도 있을 겁니다.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은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에 대해 말해볼까 하는데, 최근 쿠팡이 왜 OTT 서비스를 출시했을까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려구요.
이미 대부분 아시겠지만, 쿠팡이 '쿠팡 플레이'라는 OTT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기존의 로켓 와우 멤버십 고객이면 월 회비(2,900원) 그대로 별도 요금 없이 이용이 가능하죠.. 기본적으로 아마존의 모델을 따라 한다는 분석이 많고, 로켓 와우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더군요..
과연 그럴까요? OTT 서비스에 진출하려는 유통 업체는 쿠팡만이 아닙니다. 신세계도 곧 OTT 서비스를 출시(또는 콘텐츠 제작)를 한다고 하죠. 그럼 신세계 역시 백화점 멤버십 강화를 위해서일까요? 아님 요새 넷플릭스가 잘 되니 신사업 추진 차원일까요? (물론, CJ가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에서 상 받는 걸 보고 꽤 배가 아팠다는 썰도 있죠. 모르는 사람보다 오히려 '사촌'이 땅을 사면 더 아프다고..)
제 생각을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그로스 해킹'에 언급된 케이스를 하나 인용해 보겠습니다.
넷플릭스는 고객들이 보는 모든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검토하여 케빈 스페이시 Kevin Spacey의 영화와 정치 드라마가 가장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넷플릭스는 이런 식견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하우스 오브 카드 House of Cards’의 제작에 뛰어들었다. 이 영화는 대히트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많은 구독자에게 ‘머스트 해브’의 경험이 되었다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 | 션 앨리스
지금의 넷플릭스를 만든 원동력이 된 '하우스 오브 카드'가 단순히 감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위의 내용을 토대로 나름 쿠팡의 경우에도 적용해서 추리해보자면,
1. OTT에서 제공하는 영화나 드라마 등은 고객의 취향 정보를 알아내기 위한 것이 아닐까?
2.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다면, 이는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 콘텐츠를 만들려는 게 아닐까?
이 두 가지 관점에서 한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흔히 '허세'를 부릴 때 쓰는 말 입니다만, 돈이 많다면 모를까.. 취향을 모르면 '피곤'하고 '돈'도 많이 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취향을 파악하면 그만큼 노력과 비용이 세이브되겠죠?
기존에는 성별, 지역, 연령 등의 인구통계학적 {Demographic) 정보를 토대로 마케팅을 했습니다. 물론 그런 정보마저 정확하진 않지만, 비슷한 연령에 비슷한 지역의 동일 연령이라면 성향도 비슷하지 않을까 퉁치는 겁니다. 정말 그런가요? 그렇다면 같은 학교 다니는 옆자리, 뒷자리, 아니 한 학년 전체가 성향이 비슷해야 하지 않나요? 제가 MZ라고 묶어서 성향을 파악하려는 시도에 다소 부정적인 이유는 이런 겁니다.
과거 아날로그 마케팅 방식엔 맞을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매스미디어 광고라는 게 눈 딱 감고 한쪽 방향에 크게 휘둘러서 가급적 많이 맞추면 좋은 거니까요. 하지만 디지털 광고를 직접 집행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미디어에서 구체적인 Demo 정보뿐 아니라 취향(선호도) 정보까지 다 제공됩니다. 매체들이 옵션 다 준비해놨으니 뭘 선택하시겠냐 묻는 상황이죠.
백화점에 선물을 사러 갔더니, 직원 분이 여자 친구(또는 남자 친구)가 뭘 좋아하세요?라고 묻는다치죠, 취향을 모르겠다면 참 난감하죠?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소비자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가 문제였다면, 이제는 성향을 파악하고 관심을 가진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보는 콘텐츠에는 수많은 태그가 달려 있습니다. 요즘 교보나 밀리의 서재 같은 곳도, 기존에 내가 읽은 책을 토대로 성향을 분석해 줍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도 이런 태그를 통해 성향을 파악하고, 또 알고리즘에 의해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하죠. 이런 취향 정보는 쇼핑의 선호도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제가 쿠팡의 전략, 마케팅 담당자라면 고객의 취향을 알기 쉬운 콘텐츠를 우선 배치하겠습니다. 쇼핑은 충동구매할 수 있지만, 성향은 쉽사리 바뀌지 않죠. 쿠팡이 가진 구매 데이터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겁니다.
요새 백화점들은 상품 나열식의 판매점 역할보다는 '라이프 스타일 크리에이터'를 추구한다고 합니다. 예전엔 TV 광고가 그런 역할을 했죠. 하지만 주로 OTT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요즘은 그러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젠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이들이, 또 라이브 커머스가 그런 역할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 유통사들이라고 모르지 않습니다. 여러 이미 시도를 하고 있죠..
반복해서 하는 얘기지만,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 인기라고 우리도 그런 채널을 만든다던가, 인플루언서가 인기라고 그들을 활용하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요즘 A급 크리에이터는 콜라보 건당 몇천만 원 줘야 합니다) 어떤 임팩트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죠.
영상 콘텐츠를 통해 수집되는 성향 정보는 상품 판매로 직접 연결시킬 수도 있겠지만, 이들이 좋아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위에 언급한 '하우스 오브 카드' 케이스처럼..
과거 냉전 시절, 미국은 자신들의 체제 우월성을 홍보하기 위해 할리우드 영화를 활용했습니다. 영화 속의 멋진 라이프 스타일은 곧 아메리칸드림으로 이어집니다. 신세계도, 쿠팡도.. 기생충이나 BTS 등을 통해 콘텐츠를 통한 세계 시장(적어도 아시아) 진출의 가능성을 보지 않았을까요? 이들이 K-콘텐츠를 통해 이른바 역직구(제2의 천송이 코트) 시장을 만들어 내지 못하리란 법이 없습니다. (이젠 공인인증서도 없잖아요..?!)
신세계는 '인간 수업'을 제작한 프로덕션을 인수했습니다. 쿠팡은 싱가포르의 OTT 업체인 Hooq을 인수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여러 '썰'들이 있지만 제 소견으로는 자체 콘텐츠를 통해 라이프 스타일을 수출하는 전략이라 판단됩니다.
정리하자면, 향후의 마케팅 경쟁력은 'Contents'와 'Commerce'를 어떻게 묶느냐에 있을 것입니다. 이를 미디어 커머스라고 하죠. 쿠팡 또는 신세계가 노리는 것도 미디어 커머스 기업이 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제 초반이니, 성공 여부는 차치하고..)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CJ죠. CJ는 엔터테인먼트와 커머스 사업을 CJ ENM으로 통합하고, 미디어 커머스 기업이라 명명했습니다. 그럼, 미디어 커머스란 도대체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