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프로 Jan 08. 2021

미디어 커머스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마케팅 인사이트 #2-3

2021년 마케팅 트렌드 이야기로 시작해서 미디어 커머스까지 왔습니다. 이 시리즈는 2020년이나 '21년에 새롭게 떠오르는 트렌드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고 싶거든요. 그런 면에서 미디어 커머스는 'Contents + Product'라는 마케팅 트렌드에서 중요한 영역 중 하나입니다.


미디어 커머스란 뭘까요? 아마 생소한 분들도 많을 겁니다. 네이버 오픈 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더군요.


미디어(Media)와 커머스(Commerce)를 결합한 합성어로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하여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형태의 전자상거래를 뜻하는 신조어.


요샌 미디어 커머스를 표방하는 회사들이 많은데, 콘텐츠를 활용해 제품(주로 이커머스를 통해)의 판매하는 회사라면 대략 미디어 커머스라고 할 수 있겠죠.


페이스북을 이용해 성공한 기업들이 부각되면서 '미디어 커머스'라는 용어가 떠오르다가, 유튜브로 주도권이 넘어오면서.. 또 왕홍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엄청난 매출을 올린다는 기사들이 이슈가 되면서 지금은 '라이브 커머스'에 주도권을 넘어간 듯합니다.


용어는 그렇지만 라이브 커머스는 콘텐츠의 형태가 제한적이라 저는 '미디어 커머스' 개념이 더 맞다고 봅니다. 이번 글에선 미디어 커머스의 대표적인 기업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CJ ENM의 '미디어+커머스' 빅뱅은 성공할까?  


대기업 중에서 미디어 커머스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CJ입니다. 현재로선 독보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대개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어, IMF나 금융위기 등이 닥치면 콘텐츠, 광고 등 비제조 계열사를 가장 먼저 접었습니다. (삼성 영상사업단 해체나, SK의 두 차례에 걸친 광고대행사 매각 등)  


하지만, 역시 제조업(제일제당) 기반이었던 CJ는 사운을 걸고 영화나 엔터 분야에 투자를 했죠.


* 우리나라 시총 10위 안에 들어가는 비제조기업은 네이버와 카카오뿐입니다. 미국은 5개(플랫폼+제조를 겸하는 애플을 포함하면 6개)인 것과 대조되죠.


엔터 부문의 ENM과 O Shopping이 합병해서 ENM이 되었다. 회사명에서도 방점이 어디 찍혀 있는지 알 수 있다.


CJ 그룹은 2018년, 엔터테인먼트와 커머스를 통합한 'CJ ENM'을 출범했는데.. 아직까지는 물리적 통합 수준인 느낌입니다. 양적인 면에선 '기생충'이나 'MAMA' 등을 통한 해외 진출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것에 비해 커머스 연계는 아직 시작 단계인 듯하네요.. (짜파구리? 이건 CJ가 파는 건 아니라서..)  


하지만 지난 글에서도 밝혔듯 신세계나 쿠팡도 그렇고,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나 네이버도, 그리고 현대자동차(#채널현대) 역시 콘텐츠 또는 미디어와의 결합을 시도 중입니다.



◇ 왜 기업들은 콘텐츠와 미디어 영역으로 확장하나?


기존에는 '제조'가 기업의 핵심 역량이었습니다. 하지만 유통회사들이 고객의 동선을 장악하면서 제조사는 '을'이 돼버렸죠. 하지만 이러한 힘은 다시 미디어로, 그리고 콘텐츠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습니다.


권력, 또는 신뢰의 이동


최근 대형 마트들이 문을 닫는다는 기사 접해보셨을 겁니다. 지상파 방송국들이 적자에 허덕인다는 소식도요. 유통과 미디어의 힘이 약해진 이유는 '플랫폼'의 등장입니다. 이에 대한 굉장히 유명한 표현이 있어 인용해 볼까 합니다.


세계 최대의 택시 회사 Uber는 한 대의 자동차도 보유하지 않고, 세계 최대의 미디어 회사 Facebook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으며, 최대의 기업 가치를 지닌 소매 기업 Alibaba는 재고가 없다. 또 세계 최대 숙박업체 airbnb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Tom Goodwin, Havas Media ('플랫폼 레볼루션'에서 재인용)


플랫폼의 세상에선 유통사나 방송국 등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광고를 하고 판매를 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임팩트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인 거죠. 그간 유통사나 미디어의 눈치를 보던 기업들은 이런 기회에 스스로 미디어나 유통사가 되고 싶은 욕심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좀 더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라면, 이 경쟁에서 밀리면 어느 순간 고객에게 영영 잊혀지는 브랜드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을 수도 있고요.



◇ Lifestyle 창출의 핵심은 '콘텐츠 커머스'


CJ 입장에선 요즘 말하는 '라이브 커머스'는 이미 하던 사업(홈쇼핑)이라, 이걸 하려고 합병할 이유는 없습니다. 미디어도, 콘텐츠도, 커머스도 다 있는데 이걸로는 충분치 않은가 봅니다.  

최근 CJ와 관련해서 아래와 같은 기사들이 나왔습니다.


네이버-CJ 그룹 6천억 규모 자사주 맞교환.

스튜디오 드래곤 넷플릭스에 3년간 21편 공급 계약 및 지분 5% 매도.

250만 네이버 플러스 고객, 티빙 볼 수 있다.  


네이버와 제휴를 하는 것이나, tvN이나 tving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넷플릭스에 납품하는 것을 보면 일관된 흐름이 있는데, 대상이 플랫폼 기업이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경쟁사로 볼 수 있는 곳들인데도 과감히 손을 잡는 것이죠.


아직 CJ가 갖춘 플랫폼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 더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 미디어보다는 콘텐츠 쪽이기 때문이라 보입니다. 어느 플랫폼으로 보이건, 더구나 광고는 돈을 써야 노출되는 것이지만, 콘텐츠와 묶으면 돈을 벌면서 소비자에게 노출할 수 있으니까요..

tvN에서 방영된 '스페인 하숙' PPL로 판매가 급증한 오덴세, CJ 오쇼핑의 자체 브랜드 제품이다.


이름은 미디어 커머스지만 실상은 콘텐츠 커머스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콘텐츠에 제품을 실어서 자연스럽게 TPO를 제시하는 거죠. 아직 PPL 수준이지만 CJ의 자체 브랜드인 '오덴세'의 <스페인 하숙> 노출이나, 'Ce&', 'gstudio'를 협찬한 <로맨스를 부탁해> 사례가 있습니다.


라이프 스타일이 미디어에서의 물량 작전으로 만들어지는 시대도 아닙니다. 또 '미디어'는 이제 당국의 허가를 얻거나(방송국 설립), 돈을 내야(광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공재에 가까워졌죠.


이 개념은 중요합니다. 무작정 자체적인 '앱'을 만든다거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닌 이유죠. 우리 회사는 플랫폼 회사가 아니니 미디어 커머스를, 콘텐츠 커머스를 할 수 없다는 말은 성립할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일반 마케터 입장에선 큰 관계없어 보이는 CJ ENM 사례를 제시한 이유는 시장에 미칠 영향이 워낙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에선 '콘텐츠 커머스'를 통해 1천억 매출을 달성한 '블랭크 코퍼레이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이 글의 제목은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에서 따왔습니다. 유사한 제목이 많습니다만, 제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 중 한 권이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