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이 맞다면 큰돈 빌려준 적은 있어도 빌린 적은 한 번도 없다. 큰돈은 나에게 100만 원 이상의 돈이다.
'돈을 빌릴 때 어떤 마음으로 나에게까지 전화를 했을까..' 생각을 하면 당장 돈을 빌려주고 싶지만 나도 여력이 없을 때는 미안하다고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가 그 돈을 빌려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쿨하게 주고 잊는다.
누구에게 얼마 빌려줬는데..
일요일까지 주기로 했는데 왜 아직 연락이 없지..
그런 고민하고 걱정 할바엔 마음 편하게 준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태껏 돈 관계로 사람과 관계가 안 좋아지거나 그런 적은 한 번도 없다. 은행에게도 빚지기 싫어해서 아직도 이렇게 경제관념 없이 힘들게 산다. 빌릴 땐 빌려서 투자도 하고 해야 되는데... 다른 일은 팍팍 잘 지르면서 돈 앞에서는 약간 소심해진다. 지금은 가정이 있어서 더더욱 안전모드로 적금과 보험만 꾸준히 내고 있다.
나에게 주식은 먼 나라 일이고 부동산 투자는 남의 일이고... 난 언제쯤 경졔관념이 생길까.. 부동산 공부를 해볼까..
참 생각은 많다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패잔병 같은 내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미국에서 석사과정을 하고 싶어서 1년 이상을 열심히 공부해서 석사 어드미션을 받았지만 사정상 한국에 잠깐 들어왔어야 했다. 그런데 '잠깐 ' 들어온 한국에 갑자기 해결할 수 없는 힘든 상황이 생겨서 1년 후 다시 가기로 한 것도 포기하고 여기에 있게 됐다.
2011년은 내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한 사건이 마무리돼서 이제 좀 정신을 차리면 또 일이 일어나고 또 일어나고....
언제까지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왜 나한테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거지?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괴롭고 힘들었다. 니엘이가 너무 어려서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여태껏 모아놓았던 돈이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정말 힘들었던 그 순간에도 돈을 빌릴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다.가족에겐 더더욱...
최대한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돈 쓸 때마다 매번 끊임없이 고민하는 날 발견했다.
딸이 가지고 싶어 하는 것과 필요한 건 바로 샀지만 내 것 살 때는 두세 번 고민하고 정말 필요한 거 아닌 이상 절대로 사지 않았다.
가족에게 의기소침한 모습 보이기 싫어서 일부러 밝은 척하고 웃으며 지냈는데 그런 내 모습이 더 많이 안타깝고 안쓰러웠나 보다. 동생에게 문자가 왔다.
누나! 통장에 100만 원 입금했으니 필요한 거 있음 사!! 내가 아는 누나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으니까 힘내!
이 문자를 보고 그냥 펑펑 울었다. 그 돈은 나에게 환산할 수 없는 가치였다. '누군가가 날 믿고 응원해준다는 말' 이 나에게 가장 필요했나 보다. 이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