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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오답'에서 발견한 나의 진짜 꿈

6년 전, 딸이 바라본 내 마음...

by 하니작가

6년 전의 기억을 우연히 마주했다. 휴대폰 갤러리를 정리하다가 문득 딸 니엘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썼던 퀴즈의 캡처 사진을 발견한 것이다. 퀴즈의 주제는 ‘엄마와 딸이 서로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는지’였다. 나는 답지를 보며 빙긋 웃었다. 사소한 습관이나 좋아하는 음식 등 대부분의 답이 일치했다.

그런데 딱 하나, 유일하게 틀린 답이 있었다. 문제는 ‘엄마의 어릴 적 꿈은 무엇인가요?’ 였다. 나는 어릴 적 정말 되고 싶었던 나의 꿈을 정직하게 적었다. 그러나 니엘이가 적은 답은 너무나도 단순하고, 너무나도 뭉클했다. 딸은 그 칸에 “행복하게 살기” 라고 적었다.


순간 코끝이 시큰해졌다. 나는 오랫동안 아이에게 "엄마는 니엘이가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라는 말을 주문처럼 많이 해왔다. 내 아이에게만은 조건 없는 행복을 물려주고 싶어서, 나의 일상에서 느껴지는 기쁨을 끊임없이 전해주고 싶어서였다. 나는 나의 진짜 꿈을 적었지만, 아이의 무의식 속에서 엄마의 꿈은 이미 행복 그 자체였던 것이다. 아이는 내가 세상에 바라는 가장 큰 가치를 나의 최종 목표라고 믿었던 것이다. 니엘이의 오답은 나에게 전하는 가장 아름다운 메시지였다.


지금, 나는 아이의 꿈에서 얼마나 멀어졌을까?

6년 만에 우연히 본 그 캡처 사진은 나에게 작은 망치처럼 다가왔다. '그렇네. 그때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구나.' 그러나 현재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솔직히 말해, 지금 나는 니엘이가 바라본 '행복한 엄마'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행복해지려고 애쓰고 노력하지만, 가끔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고민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나는 그 고민을 피하려고 더 바쁘게 움직였다. 공부하고, 일하고, 하루를 빽빽하게 채우며 바쁘게 지내면 적어도 깊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허무했다. 바쁘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아이가 본 나의 꿈은 점점 멀어져만 가는 것 같아 불안했다.


나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집중해야 하는데, 나의 온 관심은 늘 아이에게, 그리고 재정에 쏠려 있었다. 아이의 미래를 준비하고 가계부를 정리하며, 내 삶의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했던 것이다. 나의 마음을 다스리며 잘 지낼 수 있는 힘은 내 안에 있는데, 왜 나는 행복을 늘 멀리서, 외부의 조건에서만 찾으려고 했을까.


돈이 많아서, 외모가 출중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이 외재적인 조건들은 허무하다. 시간과 함께 금방 사라지고, 누군가와 비교하는 순간 또다시 불행의 씨앗이 된다. 나는 행복의 신념 자체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었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다. 행복을 바라보는 내 신념을 바꾸면, 나는 매일의 평범함 속에서도 기쁨을 찾아낼 수 있다.


딸이 나의 꿈이라고 믿었던 '행복하게 살기'. 그것은 이제 나의 어릴 적 꿈이 아니라, 지금의 나의 꿈, 내가 꼭 이루고 싶은 유일한 꿈이 되었다. 그것은 바로 조건 없는 행복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후회와 걱정이 아닌, 행복으로 채우고 싶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이는 운동을 하듯 매일의 노력과 자기 효능감으로 다져진다. 이제는 다른 곳이 아닌, 나 자신에게 집중하겠다. 나의 마음을 다독이고, 스스로에게 좋은 말을 많이 해주어야겠다. 니엘이가 바라본 나의 꿈을,이제 내가 책임지고 즐겁게 살아내도록 노력해야겠다.

나는 '정말, 진심으로, 온마음 다해' 행복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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