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비가 오는 데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데로 창을 통해 느끼는 계절의 변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정말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햇살이 따뜻하고 바람이 적당하게 불어줄 때는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나 어디론가 걸어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밝아 보인다. 그러나 그 좋아하던 비도 막상 외출을 해야 할 때는 우산을 챙겨야 하고 튄 빗물에 옷이 얼룩질까 신경 쓰여 부담스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새벽 5시는 깜깜하다. 창밖의 풍경도 어둠에 흐릿해 보이지만 거리를 비추는 가로등은 열심히 제할일을 하고 있다. 평일에는 알람을 끄고 다시 잘 수도 있고 알람소리를 듣지 못하고 계속 잘지도 모른다는 사소한 걱정 때문에 알람을 04:50분과 05:00시에 두 번 울리게 해 놨다. 늘 첫 번째 알람 소리에 깨지만 침대밖으로 나오는 것은 05:00시다.
오늘도 04:50분에 깼다. 다른 아침과는 다르게 몸이 가벼워 기분이 좋아졌다. 밤새 고여있던 방 안의 공기를 환기시키려 창문을 열자 달력이 바람에 펄럭였다.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달력이 조금은 초라하고 애 닮아 보였지만 하루하루를 기억하게 해 주고 열심히 생활했다고 격려해 주는 거 같아 떠나보내는 맘보다는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
이렇게 어느 해부터인가 매년 12월에 느끼는 감정은 달랐다. 12월이 오기도 전에 기분은 가라앉고 방향을 잃어버린 거처럼 많은 생각으로 분주해졌다. 오늘따라 세상이 움직이는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도로 위를 달리는 차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부지런한 여행객들을 태우고 철길 위를 달려가는 기차 소리,
학교에 가는 건지 직장으로 출근을 하는 건지 왁자지껄 지나가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