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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제 Mar 01. 2024

쉬운 시작은 쉽게 끝난다.

시작이 쉬웠던 연애는..

이제까지의 연애를 돌이켜보면 쉽게 시작되었던 연애가 더러 있었다.

성격상 확실하지 않은 것에는 모험을 하지 않는 성격이기에 먼저 대시를 하는 경우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마음에 드는 상대방이 먼저 다가오면, 그 마음이 확인이 됐을 때 움직이는 게 나의 연애스타일이었다.


쉽고, 어렵고의 기준은 없다.

요즘말로 ‘선섹후사’ 라던지 ‘자만추(자보고 만남 추구)’라는 신조어 같은 시작이면 쉬운 시작이라고 말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꼰대는 아니지만 이런 신조어가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보수적이면서도 그렇지 못한 나의 연애관념으로 인해 경험을 해본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기억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기적이다. 상대성이지만 본인이 한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가 원했던 것인데 그런 부분에 자그마한 틈이라도 생기면 상대만 쉬운 사람으로 전락시켜 버린다. ‘미국마인드’라는 비아냥 거림과 함께 말이다.


시작이 쉬웠던 건 좋았을 테지만 그것으로 인한 의심이라는 싹이 트면서 신뢰가 무너졌을 것이다. 쉬운 시작만큼 아주 쉽게.


가벼운 시작이 나쁘다고 하는 것만은 아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쉬웠지만 잘 만나는 사람도, 어려웠지만 쉽게 헤어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케바케인 것을..


연애라는 것이 가볍지 않은 나이가 되어서야 깨닫는다.

내가 이기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서 깨닫는다.


섹스라는 것이, 먼저 해보고 맞지 않는다면 돌아서고 맞으면 연애를 시작하는, 사랑이라는 단어로 포장해 버리는 그런 가벼운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연애라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을 만나기가 더 어려워졌다.


다가오면 뭔가 의심부터 하게 되고, 설령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다른 데에서도 이러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이 또 생기고..


미래를 함께 꿈꾸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을수록 나는 쉬운 시작에 발목이 잡히곤 했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그런 생각이면 인큐베이터에서 나온 여자를 만나야 된다고 비아냥 거렸다.

요즘 정말 그 말에 공감을 하고 있다. 그럴 수만 있다면이야..


지난 연애의 트라우마건 가치관의 변화이건 이제는 가벼운 연애를 할 시간도, 마음도 없다.




‘선섹후사’, ‘자만추’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연애상대나 결혼상대의 조건 중 ‘속궁합’이 중요하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혼사유에도 섹스라는 단어가 중요한 사유가 된 세상이다.


단지 쾌락만을 즐기겠다면 상호협의하(?)에 즐길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문외한 우리나라의 성교육 수준이 걱정된다.

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성숙하지 못한 이들에게까지 나쁜 영향이 미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어떠한 방식의 시작이건 사랑은 사랑이다.


하지만 불안정한 생각이 깃든 행동은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에도 십수 년 전에 친했던, 동생도 아니고 썸도 아니었던 한 때 술을 같이 즐겼던 여자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연중행사로 연락 왔던 것 같다. ‘연락처를 정리하다가’라는 핑계와 함께..

그냥 연락한 건 아니란다. 생각이 나서 연락했고, 내가 눈치가 없는 사람이란다. 의심을 했다.


앞으로는 플라토닉 사랑을 지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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