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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리께 Aug 19. 2022

갈매기에게 먹이 주는 여인

《Cancun, MEXICO》








 칸쿤_Cancun의 해변에 누워있다가 살갗이 뜨거워져 그만 일어나려던 차에, 스카프로 비치 원피스를 만들어 입은 여자가 저 멀리에서부터 해변을 따라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눈에 띄었던 이유는 이따금씩 바다를 훑고 온 바람에 노란색 원피스가 하늘하늘 거리는 모습이 상당히 낭만적이었기 때문이다. 해변에 누워있는 사람들 틈으로 사뿐사뿐 잘도 걸어오는 그녀의 손에는 봉지 같은 것이 들려있었는데,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한참을 관찰했다. 그녀는 봉지에 담긴 것을 손으로 집어 입에 갖다 대곤 했다. 팝콘 형태의 과자였다. 바닷가에서 팝콘이라... 참으로 미국식이다, 나는 생각했다.

 그녀는 내 앞에 잠시 멈춰 서서 한 움큼의 팝콘을 꺼내더니 하늘로 손을 뻗었다. 순간 하늘을 날고 있던 갈매기 여러 마리가 몰려들었다. 덩치 큰 갈매기들이 사람들의 머리 위를 가로질러 그녀의 손 위에 놓인 팝콘을 낚아채는 모습은 상당히 극적이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눈앞에서 보는 느낌이랄까. 나는 살갗이 익어가는 뜨거움도 잊은 채 한동안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떠난 뒤 나는 근처 가게에 들러 맥주와 과자 한 봉지를 샀다. 이 해변에서 뭔가 다른 재미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과자는 그녀가 먹었던 것처럼 팝콘류를 샀다. 태양이 서서히 기울자 뜨거움도 약간 누그러들었다. 나는 그녀가 사라졌던 해변의 저쪽을 바라보며, 혹시 되돌아오지는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살갗의 뜨거움은 잦아들었지만 어째서인지 입 속이 뜨거워졌다. 나는 과자 봉지를 살폈다. 하바네로 맛! 멕시코산 고추다. 같은 멕시코산인 할라피뇨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매움이다. 이렇게 매운 고추를 왜 과자에 넣었담. 점점 뜨거워지는 혀를 식히기 위해 나는 맥주를 계속 들이켜다가, 문득 팝콘을 먹었던 갈매기들이 떠올랐다. 부디 하바네로 맛의 팝콘은 아니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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