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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 Dec 21. 2023

더럽게 못 쓰는 어느 인간의 푸념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사이의 괴리


요즘 방탄에 대해 연재 브런치 북을 쓰고 있다. 확실한 소재가 있으니 술술 써질 줄 알았는데 정말 더럽게 안 써진다. 매일매일 내가 못 쓴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방탄을 생각하며 방방 뜨고 반색하는 내 모습을 최대한 생생하게 전하고 싶은데 전혀 안되고 있다. 방방 뜨는 감정이란게 문장을 다듬어 정제된 언어로 써야 하는 브런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아니다. 그냥 내가 못 쓰는 것이다. 한편으로 수련도 안된 주제에 잘 쓰기를 바라는 내가 욕심쟁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제는 블로그에 내가 쓴 글을 검색하고, 사진을 다운로드하고, 가사와 인터뷰를 씹고 뜯고 맛보느라 새벽 3시까지 자판을 두드렸다. 글을 써야 하는데 자꾸 덕질을 하고 있었다. 즐거워서 하는 일도 의무가 되면 압박감을 느끼게 되나 보다. 브런치 앱에서 내일이 연재일이니 서둘러 달라는 알림을 받고 한숨을 쉬었다. 싫어서가 아니라 잘하고 싶은데 안 되는 걸 알아서 나온 한숨이었다.


뭔가 나올 것 같은데. 나도 알고 보면 재치 있는 사람인데. 왜 내 글 재미가 없지? 지나치게 생각이 많아서 인가. 아니면 그냥 못 쓰는 건가. 다시금 수련이 안된 애송이가 나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코로나 기간에 수필 강좌와 소설 강좌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 내 목표는 글쓰기를 배워서 방탄에 대한 내 마음을 더 잘 표현해 보겠다는 것 하나였다. 숙제와 합평이 힘들기도 했지만 완성된 글을 보면 뿌듯했다. 잘 쓰고 못 쓰는 상관없었다. 나를 만족시키는 글, 그거면 충분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던 나 자신은 어디 가고 지금 뭐 하는 거지?


문보영 시인의 '일기의 시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아무거나 쓰다 보면 어느 날 그 글은 소설이 되기도, 시가 되기도 한다. 일기는 무엇이든 될 수 있기에. 일기가 집이라면 소설이나 시는 방이다. 일기라는 집에 살면 언제든 소설이라는 방으로, 시라는 방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 내가 쓰는 글은 무엇이 될까. 시가 될까 소설이 될까. 내 꿈은 내 마음을 내 마음에 들게 표현하는 것. 나는 쓰고 고치고 읽는 이 과정이 기쁘다. 달까지 태양까지 혹은 어떤 경지까지 닿을 수 있다는 듯이 오늘도 섬세하게 써보자. 나 자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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