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규원 Apr 26. 2024

긍정이 그저 환상이 되지 않게

자기 삶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긍정이 부각되는 순간은 부정적인 상황 가운데 있을 때다. 모든 것이 순풍에 돛단듯이 잘 풀리고 있을 때는 누구라도 긍정적인 기운으로 가득차 있을 것이다. 반면, 어떤 일도 잘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이 상황을 버티고 이겨낼 힘은 긍정적인 마음에서 나온다. 긍정과 부정은 반대의 의미를 갖고 있지만 부정적인 것들을 거부하고 외면한다고 긍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환경에 처했을 때 환경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 경우에 바꿀 수 있는 것은 환경이 아니라 그 환경에 처한 나의 마음 뿐일 때가 더 많다. 한 때 긍정적인 마음이 주는 능력에 대한 가르침과 교훈들이 유행처럼 퍼졌던 적이 있었다. 마치 내 마음만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세상 어떤 목표도 이룰 수 있다고 하며 자꾸 실패하는 이유는 마음 속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식의 가르침들이었다. 이런 가르침들은 듣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환상을 심어주었다. 그 환상은 부정적인 상황에서 그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노력 대신에 자신의 마음을 긍정적으로 애써 바꾸기 위한 노력에 치우치게 만들었다.


  나는 긍정에 대한 환상을 갖는 것이 잘못된 신앙심을 갖는 것과 거의 같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것을 받고자 하는 마음, 불행과 불운은 언제나 나를 피해갈 것이라는 생각 등이 그런 종류라고 할 수 있다. 독일 출신의 작가 마티아스 뇔케는 그의 책 [나를 소모하지 않는 현명한 태도에 관하여]에서 이런 긍정 환상을 가진 사람을 비유적으로 "비상구를 스스로 폐쇄한 채 불타는 집에 들어앉아 있는 것"이라고 표현하였다. 스스로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려는 생각을 안하고, 누군가 거기로부터 구해주거나 불이 스스로 꺼지길 바라는 매우 수동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긍정이 그저 환상에서 끝나지 않으려면 능동적인 노력과 행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에 긍정 환상에 빠진 사람과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허무주의에 빠진 사람의 겉모습에는 거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두 가지 모습 모두다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직접적인 행동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을 포용하면서 각자의 다름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자신도 남과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좀 다르게 표현하면, 자기 삶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부터 시작되는 교육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그런 선한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반대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환경에 계속 있게 되면, 긍정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타라 웨스트오버는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 [배움의 발견]에서 배움을 통해 자신의 불우한 환경에서 극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던 경험을 나누었다. 몰몬교 근본주의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녀를 비롯한 그녀의 형제들은 공교육을 받지 못했고,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조차 받지 못하고 성장하였다. 학교를 다니지도 못하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그 뿐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는 이상한 믿음도 있어서 자신의 차에서 안전벨트를 모두 제거하였다. 당연히 보험을 들거나 저축을 하는 경우도 없었다. 그녀가 그러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관계를 끊을 수 밖에 없었는데, 실제로 그녀의 오빠들 중에 일부는 가족을 떠난 상황이었으며 결과적으로 그녀도 그렇게 함으로써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불행을 만났을 때, 그 불행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만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행과 불운은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어서 마주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은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 되면 어떤 불행과 불운도 피해갈 수 있다는 말도 아니다. 인정해야 할 것은 어떤 사람이라도 인생에서 좋은 일과 나쁜 일, 쉬운일과 어려운 일, 기쁜 일과 슬픈 일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긍정 환상에 빠진 사람이 환상에서 깨어나는 순간이 불행을 겪을 때이다. 그들은 결코 자신에게 불행이 찾아올 거라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 대처할 능력도 갖지 못한다. 그러면 그들은 자기 삶의 주도권을 놓게 되고 다시 일어설 힘을 내지 못한다. 긍정적인 사람은 인생에서 충격적인 일을 겪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부정적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그런 경험을 자신을 발전시키는 발판으로 삼는 사람이다. 그들은 나중에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또한 자기가 한 노력의 결과도 미리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짧은 시간에 한정하여 평가한다면, 노력에 비해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을 수도 있고 반대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긍정적인 사람의 노력은 자기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나오는데, 그 노력은 자신 뿐 아니라 그 주변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의미있다고 할 수 있다. 






  환상과 반대편에 있는 것은 현실이다. 초성이 같은 이 두 단어는 교집합이 없다. 그리고 긍정은 현실 편에 있을 때에 유익한 것이다.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서 긍정적인 사람은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이고, 현실을 부정하는 긍정은 그저 환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오늘도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문장으로 만들어서 반복해서 적는 일을 멈추고, 일단은 현실을 정직하게 파악하는 일부터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사진: UnsplashMohamed Nohass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