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이 주요 의사소통 수단이었던 때가 있었다. 지금처럼 단문의 메세지가 아니라 편지지 여러장을 채워서 자신의 생각을 전했던 때.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은 편지가 주요 의사소통 수단일 때를 배경으로 한다. 물론 이 작품 안에서 등장인물들은 서로 전화를 통해 대화하기도 하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마음을 전할 때 주로 편지를 쓴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의 주인공 와타나베를 편지쓰는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편지는 중요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도구로 많이 활용된다. 즉각적인 생각의 전달이 이루어지는 경우와 달리 편지를 통해 전달된 내용은 매우 사려깊고 정지되었으며, 힘이 되는 메세지들을 전하고 있다. 주인공은 직접적인 대화에서는 무심한듯 하면서도 에너지 없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성의 없이 아무렇게나 대답하기도 하고, 때로는 거짓말도 한다. 그러나 편지는 그렇지 않다. 편지는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에게 쓰는 것이기에 그 안에 진심이 담긴다.
나오코가 죽기 전, 와타나베의 편지들을 태워버린 것이 가장 슬픈 장면으로 남았다. 뭔가 나오코와 함께 그녀를 향한 와타나베의 마음도 세상에서 사라진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며 작품 속 인물에게 공감하는 부분이 많으면 좋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하루키의 정신 세계는 내겐 조금 생소한 것 같다. 그래도 최대한 즐기면서 재밌게 읽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