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규원 May 29. 2024

가장 신비로운 생명현상

빛이 생명이 되는 놀라운 과정

  우리가 사는 행성 지구는 현재까지 관찰된 우주에서 생명현상이 일어나는 유일한 곳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가장 특별한 곳(우리의 기준에서)으로 만들어 준 결정적 사건은 빛 에너지가 유기물의 합성에 활용되어 화학 에너지로 전환된 사건이다. 합성된 유기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며, 생명체를 구성하거나 생명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지구 외부에서 발생된 에너지가 지구 내부에서 활용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구에서 생명이 유지되도록 하는 에너지의 근원은 태양으로부터 발생된 빛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양은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데, 지금껏 만들어 낸 에너지만큼은 앞으로 더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앞으로도 지나온 시간만큼 받을 수 있으니 지구 입장에서 보면 에너지 문제는 이미 해결된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에서는 태양으로부터 무료로 공급되는 에너지가 지구에 서식하는 모든 생명체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우리가 아는 가장 작은 입자들의 차원(현존하는 가장 작은 입자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빛이 유기물이 되기까지 필요한 재료들이 있다. 생명체의 구성과 먹이의 구성은 세 종류의 원소들(탄소, 수소, 산소)로 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음식은 탄수화물에 해당하는데, 탄수화물이란 말은 소와 물()의 이란 뜻을 갖는다. 따라서 유기물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탄소와 물이라는 재료가 필요하며, 탄소는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공급된다. 그리고 이산화탄소와 물을 활용하여 유기물을 만들어내기까지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 에너지로부터 공급되기 때문에 이 과정을 일컬어 '광합성'이라고 한다.


  광합성이 일어나는 여정을 살펴보고자 하는데, 태양을 떠난 광자(photon) 하나로부터 시작된다. 태양에서 출발한 광자가 지구에 도달하기까지는 약 8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 광자는 녹색을 띠는 생명체에 도달해야 하는데, 식물의 잎사귀나 조류(algae)를 만나야 한다. 이들 세포에 자리잡은 엽록체에서는 8분동안 날아온 광자를 맞이할 수 있는 생물학적 광합성 기계장치가 있다. 엽록체의 구성을 잠시 살펴보면, 둥그런 세포 안쪽에 층층이 쌓인 구조물을 발견할 수 있다. 동전이 쌓인 것과 같은 형태를 가진 이 구조물을 '그라나'라고 하고 각각의 동전들을 '틸라코이드'라고 한다. 틸라코이드들의 무더기를 그라나라고 하는데, 엽록체에서 그라나를 제외한 나머지 기질 부분을 '스트로마'라고 한다. 광자는 엽록체에서 틸라코이드, 그 중에서도 틸라코이드의 막에 위치한 광계(photosystem)라는 단백질 복합체에 도달해야 한다.



그림 1. SuperManu from wikipedia - 엽록체 구성도

(1.외막, 2.막 사이 공간, 3.내막, 4.스트로마, 5.틸라코이드 내부, 6.틸라코이드 막, 7.그라나, 8.틸라코이드, 9.녹말, 10.리보솜 11.엽록체 DNA, 12.플라스토과립)



  위 그림의 6번 위치(틸라코이드 막)에 있는 단백질 복합체(광계)는 매우 다양한 물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광계는 발견된 순서에 따라 번호를 매겨 광계I과 광계II가 있다. 발견된 순서에 따라 번호가 매겨졌지만, 이후에 진행된 연구를 통해 광합성 반응은 실질적으로 광계II에서 먼저 일어난다는 것이 밝혀졌다. 각 광계에서는 태양으로부터 날아온 광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광계에는 광합성 색소들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이 곳에서 빛 에너지가 흡수되는 것이다. 광합성 색소는 엽록소, 카로티노이드 등이 있으며 각각의 광합성 색소가 흡수하여 이용하는 빛의 파장이 다르다(그림 2). 광합성 미생물과 식물의 엽록체에 공통적이면서 주요 광합성 색소로 발견되는 것이 엽록소 a 인데, 엽록소 a는 녹색광을 거의 흡수하지 않고 반사시키거나 통과시킨다. 그래서 광합성을 하는 식물의 잎사귀가 녹색을 띠는 것이다. 



그림 2. 광합성에서의 흡수 스펙트럼과 작용 스펙트럼, EBS 수능특강 생명과학 II, 73P. (2022)



  틸라코이드 막에 위치한 광계I과 광계II는 빛을 잘 흡수하기 위해 한 쌍의 엽록소 a로 이루어진 반응중심색소(reaction center pigment)를 갖는다. 광계II의 반응중심색소는 680nm 파장의 빛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P680이라고 부른다. 광계II에서 광합성 색소들에 의해 빛에너지가 흡수되면 광합성 색소 분자는 에너지를 얻어 들뜬 상태가 되는데, 곧 원래의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 때문에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여러 광합성 색소들이 빛을 흡수하여 얻은 에너지를 다시 방출하면서 최종적으로 그 에너지가 반응중심색소인 P680에 도달하게 되며, 이곳에서 하나의 전자쌍이 방출된다. 여기서부터는 광자가 아닌 전자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P680으로부터 방출된 고에너지 함유 전자는 전자전달계를 통해 이동하게 되며, 에너지를 방출하는 이 과정으로부터 ATP 합성에 필요한 수소이온(H+)의 농도 기울기가 형성된다. 이로써 전자의 에너지가 ATP라는 화학에너지의 형태로 저장이 된 것이다. 한편, 전자를 방출하여 산화된 P680은 주변으로부터 다시 전자를 받아들여 환원되는데, 주변에서 전자를 제공하는 전자공여체가 바로 물(H2O)이다. 이렇게 P680이 환원되면서 물은 광분해되고, 그 결과 발생하는 것이 수소이온과 산소(O2)이다. 광합성의 결과로 발생되는 산소가 어디서부터 유래되었는지 궁금할 수 있는데, 정답은 바로 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광계I에서도 빛을 흡수하는 광합성 색소가 존재한다. 광계II에서와 마찬가지로 광합성 색소들이 빛을 흡수하여 얻은 에너지는 최종적으로 광계I의 반응중심색소(P700)에서 전자를 배출하는데 사용된다. 이 때의 전자는 앞에서 전자전달계를 통해 이동한 것으로 P700에서 방출된다. 광계II에서 방출된 고에너지 전자가 전자전달계를 거치면서 ATP합성에 에너지를 소모하며 광계I에 도달하고, 다시 광계I에서 에너지를 얻어 고에너지 상태로 방출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광계II --> 전자전달계 --> 광계I ]을 거치는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알파벳 마지막 문자인 'Z'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90도 돌려놓은 것과 유사하여 'Z체계'라고도 부른다(그림 3). 



그림 3. 광합성 명반응의 Z체계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Z-scheme.png)



  광계I에서 방출된 고에너지 전자는 두가지 선택을 할 수가 있다. 앞서 광계II로부터 발생된 전자전달계를 거쳐서 다시 P700으로 돌아오는 순환적 전자 흐름(순환적 광인산화)을 통해 ATP를 합성하는 것이 첫번째 선택이다. 다른 하나는 최종 전자수용체인 NADP+라는 조효소에 전달되어 NADPH를 생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물의 광분해로부터 생성된 전자가 최종적으로 NADPH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비순환적 전자 흐름(비순환적 광인산화)라고 한다. 그리고 빛의 흡수에서 시작하여 광계II, 전자전달계, 광계I을 포함하는 틸라코이드 막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통틀어 '광합성의 명반응'이라고 한다. 


  광합성에서 ATP의 합성이 일어나는 과정을 살펴보면, 전자전달계를 통해 전자가 이동할 때 틸라코이드 외부인 스트로마(그림 1의 4번)로부터 수소이온이 틸라코이드 막에 위치한 막단백질을 통해 틸라코이드 내부로 이동한다. 그 결과 틸라코이드 내부의 수소이온 농도가 높아져서 ATP 합성에 필요한 수소이온 농도 기울기가 형성되는데, 이 때 틸라코이드 막에 있는 ATP 합성효소에 의해 ATP가 생성되고 틸라코이드 내부의 수소이온은 ATP 합성효소를 거쳐 스트로마로 이동하는 화학적 삼투현상이 일어난다(그림 4).


 

그림 4. 틸라코이드 막에서의 전자 흐름과 ATP 생성, EBS 수능특강 생명과학II, 78P. (2022)



  광합성의 명반응에서 생성된 결과물은 산소와 ATP, 그리고 NADPH이다. 이 중에서 ATP와 NADPH는 스트로마에서 이산화탄소(CO2)를 유기물(당)로 합성하는 데 사용된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스트로마에서 이산화탄소는 캘빈-벤슨 회로(Calvin-Benson cycle)를 통해 진행되는 탄소고정반응에 의해 포도당으로 합성된다. 이 과정에서 ATP와 NADPH가 사용된다(그림 5).



그림 5. 광합성의 탄소고정반응, EBS 수능특강 생명과학II, 79P. (2022)



  스트로마에 들어온 CO2는 리불로오스이인산(RuBPribulose-1, 5-bisphosphate)을 만나서 3-인산글리세르산(3PG: 3-phosphoglyceric acid)으로 전환된다. 3-PG가 광합성의 암반응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물질이다. 이 3PG는 광합성의 명반응에서 생성된 ATP로부터 고에너지 인산을 넘겨받은 후, 다시 명반응에서 만들어진 NADPH와 반응해 포스포글리세르알데하이드(PGAL:phosphoglyceraldehyde)로 전환된다. 전환된 PGAL 중 하나는 캘빈-벤슨 회로에서 빠져나와 다른 PGAL과 결합하여 6탄당인 포도당으로 최종 합성되고, 나머지는 몇 단계의 반응을 거쳐 RuBP로 전환된다. 이 단계에서도 명반응에서 생성된 ATP가 쓰인다. 정리하면, 스트로마에서 일어나는 "이산화탄소 + RuBP --> 3PG --> PGAL --> RuBP"의 과정을 캘빈-벤슨 회로라고 하며, 캘빈-벤슨 회로를 빠져나온 PGAL 두 분자가 결합하여 과당-1,6-이인산(fructose-1,6-bisphosphate)가 만들어지고, 몇 가지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포도당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광합성은 빛으로부터 시작하여 일어난 명반응에서 물을 분해하여 산소와 ATP, NADPH를 만들고, 탄소고정반응에서 이산화탄소를 유기물로 전환시켜서 이 행성의 모든 생명체들이 활용할 수 있는 영양소를 만들어낸다. 빛이 생명으로 이어지는 놀라운 과정이다. 






  우주에서 지구가 유일하게 생물권을 갖는 행성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이유가 광합성이라는 신비로운 현상을 일으키는 광합성 생명체들 덕분이다. 그들 덕분에 지구는 열린 계(system)로 남아있을 수 있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광대한 에너지를 활용하여 행성의 모든 생명체들을 유지하고 있으며, 광합성은 그 중심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UnsplashLukasz Szmigiel

엽록체 구성도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hloroplast.svg

Z체계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Z-scheme.png 


매거진의 이전글 팽창하는 우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