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주지 않아도 느끼는 행복감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을 때 사람은 행복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이렇게 느끼는 감정은 누군가 알아줘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스스로 그렇게 받아들일 때(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다른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이 인정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만족할 수 있다. 나는 다른 사람을 도와 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스로에게 이런 감정을 느껴봤을 거라고 확신한다. 도움을 받은 사람이 고마워하며, 감사의 표현을 해주면 얼마나 뿌듯하겠는가. 그런데 진짜 본질적인 도움은 도움 받은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하고, 어떤 감사의 표현도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도움이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 나는 이런 기분을 충만하게 느꼈다. 교회에서 막 예배를 시작하는 때였다. 나는 아내와 함께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통로쪽에 앉아 있었고 통로 반대편 의자에 한 남성이 막 자리에 앉았을 때였다. 그 남성은 앉자마자 외투를 벗어 앉은 자리 옆에 두려고 할 때, 외투 주머니에서 썬글라스가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졌다. 그 남성은 외투를 놓느라 그 사실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고, 나는 바닥에 떨어진 썬글라스를 주워 그에게 주려고 했다. 그런데 독실한 신자인 이 남성은 내가 그러고 있는 동안 눈을 감고 기도를 하느라 나를 의식하지 못했다. 나 역시 그의 기도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저 그의 앞에 살며시 선글라스를 놓아둘 뿐이었다. 그는 기도를 마친 후, 자기 앞에 놓인 썬글라스를 발견하였는데, 그는 그게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자연스럽게 선글라스를 집어서 자신의 가방에 집어 넣고 다시 예배에 집중을 하였다.
나는 그 상황이 재밌기도 하고 좋았다. 나는 큰 도움을 준 것도 아니라 굳이 감사 인사를 받을 것도 없었다. 만약 그 남성이 나의 행동을 알아차렸다면 분명 어떤 표현을 했을 것이지만 그 역시 모르게 지나가서 더 좋았다. 나의 작은 행동은 나 혼자만 알고 있는 것으로 인해 더 큰 만족을 내게 가져다 주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그저 몸을 한번 숙였다 일어난 것 뿐이니까.
생각해보면, 나 역시도 내가 알지 못하는 동안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살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받은 도움에 대해 일일이 감사를 표현하며 살지도 못했을 것이다. 도움을 받은 것을 알았을 때는 즉시 감사의 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 내가 받은 도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감사의 표현을 하되 내가 준 도움에 대해서는 굳이 감사 표현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내가 아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