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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Apr 19. 2023

사랑스런 뒷목의 뻐근함

스트레스를 친구로 두는 마음

"서규원씨, 요즘 왜 그러나, 집에 무슨 일 있어?"


요즘 나의 상사가 나에게 많이 했던 말이다. 나한테 문제가 생긴걸까? 이미 전부터 알고는 있었다. 내 앞에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나는 일을 하고 있지 않다. 해야 할 일로부터 멀어지려 하고, 외면하려고 하고, 심지어는 시킨 일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유를 찾아보면, 그 이유는 한가지. 그냥 하기가 싫다. 그럼 그만 둔다고 이야기해야 할까? 그만 두면 뭐가 달라지나, 뭔가 대안이라도 갖고 있어야 거기서부터 계획이라는 걸 세워볼텐데, 지금 벌려놓은 일들은 핵심을 벗어난 겉주변을 훑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 내가 진정으로 집중해야 할 일은 따로 있는데, 어쩐지 그 일만은 하고 싶지 않다. 그 이유는 한 마디로 말해 ‘스트레스’ 때문이다. 한주가 시작되면 얼른 주말이 오기를 바란다. 주말이 시작되면, 계속 주말을 즐기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는 주중에도 일을 안하고, 주말에도 일을 안한다. 계속 해야 하는 일에서 도피하고 싶은 생각 뿐이다. 내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전에는 디테일하게 일처리를 했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주어진 일만큼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르칠 뻔한 프로젝트도 살린 적이 있다. 그럼 그 때랑 지금은 무슨 차이가 있길래 이런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을까? 전에는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이 있었다. 우리는 같은 실험을 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같은 집단에 소속된 동료였다. 소속감이 곧 내가 일할 수 있는 동력을 줬던 것 같다. 몇년동안 혼자서 일을 하다 보면 모든 일정이 느슨해진다. 거기에 관리하는 사람도 어쩌다 한번씩 관심을 갖는다면 쉽게 사람은 게을러질 수 있다. 나의 경우에 그랬던 것 같다.


게다가 팀에서 혼자가 되면서 책임이라는 것이 얹어졌다. 그리고 모든 계획을 내가 세우고 내가 실천해야 했다. 나는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무작정 피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잘 되고 있냐는 안부를 묻는 것 자체가 싫어졌다. 왜냐면 잘 되고 있지 않으니까. 빨리 이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스트레스의 힘]을 읽고 그동안의 내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이 스트레스를 활용해야 했다. 내가 압박받는 상황을 이용하여 일을 더 잘 해내야 했다. 그리고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어야 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생각한다. 시작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지는 말자. 일단 시작하고 수정하면서 만들어가자. 그리고 스트레스와 함께 하는 지금의 내가 가장 일을 하기에 적합한 최적의 몸 상태라는 것을 기억하자.






켈리 맥고니걸 박사의 [스트레스의 힘]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스트레스라는 기피하고 싶은 적을 친구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위의 글은 몇 년 전에 썼던 글인데, 오랜 시간 작가의 서랍에 보관되어 있었다. 당시에 정말 무기력한 상태였던 것 같다. 저 당시 버거운 일을 맡아서 하면서 정신적 고통이 심한 때였던 것 같다. 일을 진척시키지 못하는 중에 불안함 때문에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어려웠던 상황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옆에서 나를 도와주고자 했던 사람들 덕분이기도 하다. 나는 운이 좋게도 내가 겪은 어려움을 먼저 겪었던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고, 내가 하나를 물어보면 서너가지를 알려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다. 스트레스로 인한 압박이 크게 느껴질 때는 일단 마음의 안정을 위해 산책을 했고, 잠시 바람을 쐬며 지금 힘든 것은 내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을 고쳐 먹기가 힘들었지만 적어도 다시 해보자는 생각이 아주 조금 생겼다. 


나는 때때로 내가 해야만 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래 잠을 자지 못해서 뒷목에서 느껴지는 뻐근함이 사랑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데드라인에 쫓겨 초인적인 능력으로 일을 끝내고 났을 때의 느낌도 불쾌하지만 사랑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그런 상황을 맞이하는 게 두렵게 느껴질 때가 많지만 한편으로는 기대하는 마음도 있다. 그래서 나는 힘든 과정을 지나고 나서 맞이하는 성취감이 중독성이 크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더 큰 일에 대한 도전도 생기는 것 같다. 




사진: UnsplashNikko Balan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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