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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우 Feb 05. 2023

모든 곳, 모든 순간보다 바로 지금, 여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이 영화의 갈등은 차이로부터 시작된다. 아버지와 에블린의 세대적 갈등, 에블린은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남편과 자신의 생각하는 방식에서 오는 차이에 의한 갈등, 중국의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자신과 달리 미국인이라고 해도 다름없는 딸 조이와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들이다. 멀티버스는 그런 갈등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자신이 내린 매 순간의 결정마다 우주는 분리되었고 그 결과 수없이 많은 자신이 존재하는 우주가 거품의 기포처럼 퍼져있다. 그런 우주의 자신과 정신을 연결하는 방식은 평소에 전혀 생각지도, 하지도 않을 행동을 통해서이다. 결정의 순간마다 현재 우주의 에블린과 다른 결정을 내릴수록 더욱 이해하기가 어려운 에블린이 되어있을 것이다. 때로는 닮고 싶은 자신도 있고 최악의 모습인 자신도 있다. 확실한 것은 모든 결정의 순간들에서 현재 우주의 에블린은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다. 다른 어떤 우주보다 초라한 모습으로 살고 있고 다양한 문제들이 겹겹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멀티버스의 에블린들을 이해하는 것은 수없이 많은 결정들을 존중하고 그로 인해 생긴 결과들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결정에서 수없이 실패를 반복한 자신도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에블린 혼자서 해나갈 수 없었다. 언제나 그녀의 조력자인 남편 웨이먼드로 인해 가능하게 되었다. 웨이먼드는 그녀의 모든 우주에서 항상 다정하다. 정말 다양한 멀티버스의 에블린과 달리 웨이먼드는 가장 일관된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다. 에블린에게 항상 다정한 사람이다. 에블린은 웨이먼드가 자신을 정말 사랑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그를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이해하며 웨이먼드가 가진 다정함의 힘을 받아들인다. 그녀가 이제까지 갈등을 마주하는 방식은 폐쇄와 싸움이었다. 아버지가 웨이먼드와의 결혼을 반대할 때도 아버지의 의견을 무시하고 미국으로 떠나왔다. 딸과의 갈등에서도 그녀는 딸의 생각을 이해하기 하려는 마음을 닫았다. 그리고 그녀는 일상의 갈등에서 전사와 같이 싸워왔다. 어쩌면 그녀의 그런 성격으로 인해 이 모든 혼란이 발생했을지 모른다. 이제 에블린은 다정함의 이해를 바탕으로 멀티버스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그 마지막에 조부 투바키, 아니 딸 조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전 우주를 초월한 존재로서의 이해가 아닌 엄마의 마음으로 이해를 하기 시작한다. 에블린과 조부 투바키가 아닌 엄마와 딸로서 감정의 응어리가 풀린 순간 그들은 비로소 가족임을 다시 인식한다.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사건들은 대개 우리가 내린 무수히 많은 결정의 결과이다. 때로는 그 결과가 우리에게 좋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를 더 좌절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좋은 결정을 내리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가족, 사랑, 꿈 등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말이다. 그런 선택에서 항상 좋은 것만 골라 우리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가 바라는 최상의 모습이 될 수 있냐는 물음을 던지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모든 곳, 모든 순간에 있는 에블린도 딸의 마음을 헤아리기까지 정말 어려웠다. 선택의 결과로 최상의 삶을 살 수 없다면 선택의 결과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삶을 보다 다정하게 만들지 않을까 싶다. 우리 삶에는 항상 명암이 공존한다. 삶의 밝은 부분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때로는 심연같이 어두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암이 명을 만든다는 것을 이해하고 삶을 명암이 있는 하나의 그림처럼 보면 좋지 않을까. 그리고 그 선택의 과정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선택의 끝에 그 사람들과 같이 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선택으로 인한 다른 삶을 동경하거나, 지금을 후회하기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지금 이 순간을 다정하게 살아가면 어떨까. 












글에 사용된 사진의 모든 저작권은 영화 제작사에 있으며, 네이버 영화의 스틸컷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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