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싶어 VS 기회를 버리긴 아깝잖아
임신인 줄 알았던 임테기의 두 줄은 야속하게도 난자 채취 전 맞았던 난포 터뜨리는 주사약에 의한 반응이었다. 한참 지난 일이라 당연히 임신인 줄 알았는데 주사약은 길게는 보름까지 임테기에 반응한다고 한다. 기쁨의 축배를 마셨던 그날 이후 임테기는 더이상 두줄을 보여주지 않았다.
임테기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한 대가는 엄청났다. 오늘 저녁이면 다시 보일까, 내일이면 다시 보일까 전전긍긍하며 온 동네 얼리 임테기를 모두 싹쓰리해와서 시도 때도 없이 테스트를 했다. 날이 갈 수록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눈물, 콧물 짜내며 매직아이라도 좋으니 두 줄을 보여달라며 애원했다. 초록창 검색어엔 5일 배양 6일 째, 5일 배양 9일 째 등 오만가지 검색을 해보며 시험관 관련 글을 찾아봤고 결국엔 안 본 글이 없을 만큼 검색질에 빠져버렸다. 그러면서 받지 말아야 할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버렸다. 사서 고생한다더니 딱 그 경우다. 병원에서 받는 피 검사 때 까지 얌전히 기다리면서 신선 놀음 하면 되는데 초조와 불안에 휩싸여 극심한 스트레스에 될 것도 더 안될 판이었다.
혹여나 난임 시술을 받고 있는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절대로 임테기에 손을 대지 말 것을 권한다. 좋은 건 딱 하나, 임신 일 경우 몇일 미리 알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좋지 않은 건 너무 많다는 것이다.
50% 확률이라던 자신감 넘쳤던 시험관 시술은 알 수 없는 의문만 남겨둔 채 종결되었다. 병원에서는 2달 쉬었다 다음 시술을 하자고 했다.
'2달 뒤라, 그러면 3월인데... 제일 바쁘고 정신 없는 달에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갈등
남편과 나의 생각은 너무나 달랐다. 이번에 새롭게 옮긴 직장에 적응하는 것 만으로도 힘들 것 같아 3월은 무리라고 생각한 나와는 달리 남편은 3월에 한 번 시도해 보면 혹여나 결과가 좋지 못할 때 시간적 여유가 많은 8월에 진료과를 바꾸거나 병원을 전원하는 등 더 나은 방법을 선택할 수 있지 않냐고 했다. 생각이 조금 다를 뿐 둘 다 틀린 말은 아니였다. 하지만 모든 약과 주사는 여자인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 생각했기에 예민해진 나에게 여유란 없었다. 조금 다른 남편의 생각은 그 당시 잘못된 생각이며 굉장히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여겼다. 아기를 간절히 바라는 남편 마음은 알지만 시술로 많이 지친 내 몸이 우선이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먼저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