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서평
2014년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 매출액은 약 2151억 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 스타트업 분석 업체에 따르면 24년 현재 한국 점술 시장 규모는 무려 약 1조 4천억 원으로 성장했다.
10년 동안의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고 상당히 빠르게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점술, 타로, 무속 등은 한물간 유행이라고 생각한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반도체와 AI 기술이 날마다 급속도로 발전하고,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자신의 책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을 통해 이런 미신과 유사 과학의 위험성을 30년 전부터 경고했다.
미국이 멍청해지고 있다는 것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중 매체의 콘텐츠들이
서서히 붕괴해 가는 것을 보면 거의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대중 매체들은 한 건당 30초로 잘게 쪼개진 뉴스들과 지적으로 최저 수준에
맞추어진 프로그램만 내보내며 유사 과학과 미신을 경솔하게 조장하고 있다.
칼 세이건은 이 책이 쓰인 약 30년 전의 미국의 모습을 보고 규탄한 것이지만 2024년 한국의 상황에 대입해도 전혀 녹슬지 않은 비판이다.
최근 한국의 샤머니즘, 오컬트 문화는 영화, 드라마, 예능 등의 컨텐츠로 재탄생되어 거부감 없이 젊은 세대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재미로 가볍게 이런 컨텐츠들을 즐기겠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깊게 빠져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돈과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이런 장사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항상 스스로를 보호할 힘이 없고 도움을 필요로 하며 다른 희망을 가지기 힘든 사람들이다. 나아가 정치가 부패했지만 바꿀 방법이 없어 보이는 사회에서는 좌절해 욕구불만으로 가득한 사람들, 마음에 틈이 있어 경솔한 사람들, 무방비한 사람들 역시 좋은 호구가 된다.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고 믿는 사람들, 어렸을 적 부모님에게 학대를 당했다고 믿는 사람들 등 책에 나오는 사례들을 보며 사람의 마음과 정신이란 너무나 불안정하고 나약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이 각자의 질병, 환경으로 취약해져 있을 때 악령들은 나타나 사람들을 착취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자들은 무속인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아이의 키를 크게 해 준다' '탈모를 막아준다' '몸속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시켜 준다' 등 그럴듯한 주장과 눈속임으로 마케팅을 하며 별 효과가 없는 쓰레기들을 쏟아내는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칼 세이건이 경고한 악령이란 바로 이런 자들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칼 세이건은 이런 악령들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 과학적이고 회의주의적인 사고를 가지고 헛소리를 걸러내라고 당부한다.
나의 경우 회의주의적으로 생각하더라도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괜히 사람들 앞에서 얘기해 봤자 분위기만 싸해질 것 같고 굳이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의 한 부분을 읽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신비주의와 미신에 대해서도 침묵의 동의를 너무 많이 해 주게 된다면, 설령 그렇게 하는 게 약간이라도 좋은 경우가 있을지라도, 회의주의는 무례하고 과학은
지루하며 엄밀한 사고방식은 고리타분하고 분별없는 것으로 몰아세우는 세간의
풍조를 조장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칼 세이건의 이 말을 방패 삼아 앞으론 좀 더 적극적으로 내 생각을 말로 또는 글로 얘기해보려고 한다.
누군가는 불편해할 수도 있겠지만 무조건적인 공감보다는 건설적인 토론이 어느 때보다도 우리에게 더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우리 세대가 과학과 관련된 컨텐츠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면 이 영향은 우리뿐만 아니라 곧 10대가 될 어린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과학적 성향은 어느 시대, 어느 장소, 어느 문화에서든
늘 우리 안에 깊게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천부적 소질이다...
우리가 어린이들을 과학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면,
그것은 그들로부터 인간으로서의 특권과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구를 빼앗는 것이 되리라.
[참고한 자료와 컨텐츠]
MZ 무당, 그 어두운 이면
https://www.youtube.com/watch?v=vmHn-co_RNg&t=425s
[별난리서치] 점(占), 신년운세에 대한 인식조사
https://hrcopinion.co.kr/archives/20672
"사주풀이로 세컨드잡 해요"...쑥쑥 크는 비대면 점술 시장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405226315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