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아이가 실패할 때 더 빛나는 이 한마디

AI 시대, 부모의 질문스킬 "여기에서 무엇을 배웠니?"

실패 속에서 빛나는 마법의 한 마디: "여기에서 무엇을 배웠니?"


AI 시대에 부모가 자녀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는 질문입니다. 코치형 부모는 아이에게 지시하거나 해답을 주기보다는, 좋은 질문을 던져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배우도록 돕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양육 과정에서 가장 많이 쓰고, 가장 효과를 본 질문이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무엇을 배웠니?"입니다.


이 질문은 제가 앤소니 라빈슨의 『잠자는 거인을 깨워라』라는 책에서 처음 접하고, 제 아이들에게 그리고 제 자신에게도 활용했던 질문입니다. 특히 잘된 일보다는 잘 안 된 순간, 실패했을 때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왜냐하면 코칭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바로 실패 속에서 관점을 바꿀 수 있도록 질문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결과만 바라보던 시선이 과정에서의 배움으로 옮겨가면서, 아이는 후회 대신 성장의 발판을 얻게 됩니다.

아이의 실패와 좌절, 혹은 새로운 도전 앞에서 "여기서 뭘 배웠니?"라고 묻는 것은, 단순히 위로의 말이 아닙니다. 이 한마디는 아이가 자기 인생을 스스로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주고,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힘'이 길러지게 합니다.


20년 후, 아이가 가장 후회할 '그 일'을 막으려면~


심리학자 톰 길로비치는 『후회의 심리학』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행동(action)으로 인한 후회와 비행동(inaction)으로 인한 후회를 결정하는 것은 '시간'이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는 행동으로 인한 후회를 많이 하지만, 긴 시간 동안에서는 오히려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를 더 많이 한다. 사람이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 가장 큰 후회를 일으키는 것은 그들이 하지 않은 일들이다."


마크 트웨인도 "지금부터 20년 후에는 자신이 저지른 일보다 저지르지 않은 일에 대해 더 후회하게 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하지 않은 일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저도 '전공과목을 바꿀 걸', '적어도 부전공이라도 할 걸', '한 학기 휴학하고 세상 경험을 할 걸' 등 안 한 일에 대해 시간이 갈수록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알아서 포기한 일'을 용기를 내어 할 수 있게 격려를 해 주었다면 좋았겠다 싶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습니다.


부모가 무의식적으로 한 말과 행동으로 인해 아이들이 '알아서 포기한 일'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코치형 부모는 아이들이 과정에서의 배움에 가치를 두어 '하지 않은 일'을 시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줍니다. 그리고 틈틈이 '여기에서 무엇을 배웠니?'라 질문합니다.


딸의 아이비리그 도전, 실패가 가져온 진짜 꿈


딸 민이가 캐나다에서 11학년(고2) 다닐 때, 미국 대학을 시도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캐나다에서도 빠듯한 경제 형편을 고려하면, 시도도 안 해보는 것이 맞는 답이었지만, 민이가 해보겠다는 것을 경제적 이유로 말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뉴질랜드며 캐나다로 내 영역을 넓혔듯이 민도 미국으로 활동 영역과 선택을 넓혀 주고 싶었고 나중에 '하지 않은 일'로 후회하는 것을 막고 싶었습니다.


민이가 알아서 SAT 시험과 에세이를 준비하고, 명문 대학이 아니면 캐나다 대학에 간다는 마음으로 아이비리그 대학에만 원서를 냈습니다. 국제 변호사가 되기 위해 경제 관련 공부를 할 계획이었습니다. 워낙 알아서 잘하는 민이라 적어도 한 곳에서는 합격 통지서를 받으리라 확신했습니다. (이를 위해 전 세계의 학부모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조금만 알았어도 이 정도의 확신을 갖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대학에서만 웨이팅리스트에 있다는 통지를 받고 나머지는 모두 불합격이었습니다. 뒤늦게 부랴부랴 캐나다 대학 진학을 위한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불합격 통지서들이 하나둘 도착하던 그 며칠간, 민이는 말수가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평소 활발하던 아이가 조용히 자기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저도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내가 도움을 더 줬어야 했나?' 하는 자책감이 몰려왔습니다.


집 안은 어느 때보다 조용했습니다.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민이가 방에서 거의 뛰어나오다시피 하면서 말을 꺼냈습니다.


"엄마, 저 오춘기인가 봐요. 의사가 되고 싶은 것 같아요."


갑작스러운 말이었지만, 아이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불합격의 아픔을 겪으며 오히려 자신의 진짜 마음을 발견한 것 같았습니다.


그때 저는 설거지하던 손을 멈추고, 조용히 물었습니다.


"민아, 이번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말해줄래?"


잠시 생각하더니, 의외로 차분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엄마, 난 미국 대학을 혼자 준비한 내가 자랑스러워요. 결과는 안 좋았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길을 찾게 해 준 것도 이 시도 덕분이잖아요."


민이는 실패를 통해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했고, 결국 의사의 꿈을 찾아 지금은 미국 대학 병원에서 소아과 의사로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불합격 통지를 보낸 학교에서 지금 일하고 있네요. 비록 입학의 기회는 얻지 못했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후회 없이 스스로 원하는 길을 찾게 된 것입니다.


아들의 후회와 재도전 그리고 실패의 경험이 준 선물


아들 훈이가 11학년이 되었을 때, 스쳐 지나가는 말로 미국 대학 SAT 준비를 물어보았습니다. 하지만 훈은 "누나도 안 된 미국 대학을 내가 갈 수 있겠어요?"라며 관심조차 두지 않았고, 저도 바로 수긍했습니다.


그런데 훈이가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습니다. 상상에도 없던 일이라 지금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훈은 대학에서 과대표를 하며 적극적이고 행복한 대학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 절친한 고등학교 친구가 하버드 대학에 간 사실을 알게 되면서 훈이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학교가 점점 시시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왜 나는 미국 대학을 시도도 하지 않았을까?'라고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곰곰 생각해 보니 누나가 낙방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레 포기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친구가 미국 대학을 준비할 때도 단 한 번도 '나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 후회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2년부터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3학년 편입을 목표로 SAT시험 준비를 했습니다. 이 때는 제가 보기에도 꽤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결과는 1, 2학년에 이수한 과목이 지망한 학과에서 요구하는 과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합격이었습니다.


훈이가 불합격 통지를 받던 날, 저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한 말들을 생각하니 아이가 얼마나 마음이 상했을까 싶었습니다.


일주일 후 훈이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을 때, 처음엔 힘없던 목소리가 이야기하면서 점점 또렷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엄마, 제가 낙방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세상이 멈춘 것 같았어요. 15분 동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진 채로... 너무 많은 친구들에게 편입할 거라고 장담을 하고 다녔는데, 저도 정말 꼭 합격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하게 엄마 목소리가 마음속에서 들려오기 시작했어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니 과정을 즐기고, 결과에 상관없이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지?'라고 늘 말씀하시던 그 말이요. 처음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었는데, 점점 더 선명해지더라고요.


그 순간 깨달았어요. '아, 내가 지금 여기서 뭔가 배워야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조금씩 마음이 정리되기 시작했어요. 결과는 안 좋았지만, 적어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시도한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런 마음의 변화가 가능했던 건, 정말 엄마, 아빠가 평소에 해 주신 말들 덕분이에요.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그 격려들이 얼마나 큰 힘이었는지 이제야 알겠어요."


훈이의 이 말을 들으며, 저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 후 훈은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학교가 안 해주는 건 내가 스스로 찾아서 하면 된다"며 주체적으로 대학 생활을 꾸려나갔습니다. 더 이상 친구의 대학을 부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이러한 도전 정신은 훈이의 삶을 계속 이끌었습니다.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는 훈이는 최근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여기 명문대 출신 동료들 중에는 이미 충분히 성공했다고 생각해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일은 학교 브랜드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실패해도 다시 시도해 보자'는 마음가짐이 훨씬 중요하거든요."


그때의 불합격이 아이에게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마음을 선물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패를 성장으로 바꾸는 마법의 질문


두 아이 모두 미국 대학을 시도했지만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이런저런 준비와 시험으로 비용도 꽤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딸 민은 '원하는 일'을 제대로 찾게 되었고, 아들 훈은 인생에서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행동할 줄 아는 사람으로 거듭났습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게 되면, 더 쉽게 용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무엇을 배웠지?'라는 질문 속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 배움이 있었잖아, 괜찮아'라는 용기를 주는 힘이 있습니다. 코치형 부모는 이렇게 간단하지만 효과가 대단한 질문을 함으로써 아이들이 '하지 않은 일'로 후회하는 것을 줄이게 해 줍니다.


코치형 부모의 질문 스킬을 위한 5단계 실천 가이드


1단계: 판단하지 말고 들어주기 아이가 실패나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먼저 충분히 들어주세요. "그랬구나", "힘들었겠다"와 같은 공감의 말로 시작하세요.


2단계: 적절한 타이밍 찾기 감정이 격해있을 때는 질문보다 위로가 먼저입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을 때 질문을 시작하세요.


3단계: 열린 질문하기 "왜"로 시작하는 질문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언제"로 시작하는 질문이 더 효과적입니다.


4단계: 과정에 집중하기 결과보다는 노력한 과정, 시도한 용기, 배운 점에 초점을 맞춘 질문을 하세요.


5단계: 아이의 답 존중하기 아이가 답한 내용을 존중하고, 추가 설명이나 교정하려 하지 마세요. 아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


코치형 부모의 질문 스킬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습니다. 꾸준한 연습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작은 변화가 아이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클 것입니다.


오늘부터 아이가 어려움을 겪을 때, 성급한 해답이나 위로 대신 이렇게 물어보세요.


"여기에서 무엇을 배웠니?"


이 한 마디가 여러분의 아이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사람으로 키울 것입니다.


- 코치 이진영의 미래 역량 코칭 -

[‘AI 시대, 코치형 부모가 답이다 (18화)]

[4장: 매니저에서 코치로, 실전코칭스킬을 활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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