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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표정으로 아이를 보나요?

아이의 표정을 관찰하며 표정 관리하기

4-10. 아이의 표정을 관찰하며 표정 관리하기 

(비언어적 의사소통기술)


부모의 표정은 아이에게 어떻게 보일까요? 아이의 표정을 관찰하면, 부모 자신의 표정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의 눈에 부모는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지 알기만 해도 아이를 더 잘 알고 키울 수 있습니다. 말하기 전 표정부터 살펴보기로 해요. 


부모 표정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합니다. 어린 아가에게 부모 표정은 ‘잘한 일’과 ‘잘 못한 일’의 기준이 되는 경험을 해 보았을 것입니다.  부모의 웃음은 파란불, 화난 얼굴은 빨간불이라는 규칙이 있는 것처럼 아이는 부모 표정을 살피며 계속할지 멈출지를 결정합니다. 이것을 알고 있는 부모는, 의식적으로 과장된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이렇게 표정 관리를 하며 소통하던 부모는 아이가 말을 배우면 달라집니다. 뭐든 말로만 하려 하고, 그때 자신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어떨까요? 아이는 말을 하게 되어도 여전히 부모 표정에 민감합니다. 부모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를 표정에서 우선 알아냅니다. 그에 반에 부모는 아이 표정은 무시하고, 아이에게 말로만 무엇을 전하려 합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아이는 부모 표정에 민감한데, 막상 부모는 이 사실을 모르거나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아이가 기저귀만 떼고 걸어 다니면 좀 한가해질 줄 알았습니다. 분명히 기저귀 없어도 될 정도로 자랐는데, 할 일은 더 늘어났습니다. 아이가 어떤 표정인지를 살피기도 전에 행동이 늘 먼저 보였습니다.  내가 말을 할 때 아이가 어떤 표정인지는 힐끗 보고,  바로 다른 일에 관심이 가곤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나의 표정이 아이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신경도 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내가 알고 있는 이상으로 엄마 표정을 살피고, 엄마도 모르는 사이 죄책감을 느끼는 일이 많았습니다.  열 번 좋은 표정을 지었어도 한 번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 그 열 번이 다 사라지고 무서운 한 번이 자리를 잡고, 아이는 영문을 모르지만 뭔가를 잘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초등 1년 때, 아들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엄마는 두 얼굴이 있어요. 천사의 얼굴과 악마의 얼굴.”


“엄마가 악마의 얼굴을 했다고? 엄마 얼굴에 악마라고 하는 거 너무하지 않아? 엄마가 그 정도로 심했어? 

언제 그랬는데?”


전 아이 입에서 다른 단어도 아니고 ‘악마’라는 단어가 나온 것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들을 늘 지지해 주고, 잘 웃어 주는 상냥한 엄마라 스스로 여기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단어도 아니고 ‘악마’라니!


“엄마가 악마가 아니라, 어떨 때는 표정이 악마 같아요. 악마같이 무서울 때가 있어요. 그러면 내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 같아요.” 


전 기억이 없는데 악마 같은 표정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서웠다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지만, 문득 궁금했습니다.


“엄마가 천사일 때가 더 많이 있어? 아니면 악마일 때가 더 많아?”


“음~ 천사일 때가 더 많긴 한데, 악마일 때는 너무 다른 얼굴이라 더 오래 기억에 남아요.” 


정말 할 말이 없었습니다. 억울했지만, 아이에게 그렇게 보인 건 팩트였습니다. ‘자녀 교육 책’ 읽어 가며 의식적으로 ‘좋은 말’을 해 주는 엄마라 자부하고 있었는데, 막상 ‘얼굴의 표정’은 말처럼 좋지 않았나 봅니다. 많은 좋은 말보다 한 번의 무서운 표정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모양입니다. 


이 ‘악마 얼굴’ 사건을 계기로, 내가 기분이 안 좋을 때의 표정이 아들 눈에 벌벌 떨 정도의 무서운 표정이 될 수 있음을 의식하며,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달라진 것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저도 아들의 표정을 더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아들 표정에 제 표정이 보였습니다. 마치 거울처럼. 그렇다고 ‘악마의 표정’ 없이 지낸 건 아닙니다. 다만 내 표정이 어떻게 비칠지를 의식하게 되었고 이건 확실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불필요한 죄책감을 주는 일은 줄었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아들과는 화상으로 대화를 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아들의 표정을 먼저 살핍니다. 괜찮다고 말을 하는데 정말 괜찮은 것인지, 걱정 안 끼치려고 힘든 일을 감추고 있는지를 표정으로 알아보려 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들도 제 표정을 살피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상대방의 표정을 먼저 살피고 나면 입에서 나오는 말이 조금 달라집니다. 두 눈으로 보고, 하나밖에 없는 입으로 말을 하게 되니 조금의 여유가 생겨 확실히 말이 부드러워집니다. 코칭하는 부모는 아이의 잠재력을 보석 캐듯 찾는 사람입니다. 아이의 표정을 살피며, 챙겨야 할 것들을 찾아내어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표정이 밝아질 수 있게 밝은 표정을 먼저 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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