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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혁 Oct 23. 2022

사랑을 노래하지 않는 '여돌'들?

이성애를 벗어나 스스로에 대해 노래하다

요즘 여돌판

          

출처 : 더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4세대 여돌을 ‘여돌의 르네상스’이자 ‘여돌의 황금기’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노래의 주제에 있다. 이성애를 다룬 노래들이 위주가 아니다. 사랑보다는 본인의 자존감과 자아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이런 풍의 노래들 중, 태초에는 ‘2NE1’의 <내가 제일 잘나가>가 있었다. 그때는 단순히 이벤트성의 비연애/자존감 노래였지만, 요즘은 하나의 트렌드로서 입지를 보여주고 있다. ‘(여자)아이들’의 <Nxde>, ‘ITZY’의 <SNEAKERS>, ‘AESPA’의 <Girls>, ‘LE SSERAFIM’의 <ANTIFRAGILE>가 4세대 아이돌의 비이성애 노래라고 볼 수 있겠다.         


 애초에 아이돌 노래를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남돌의 노래는 잘 안 들어서 모르지만, 남돌도 이런 분위기가 있었다면 요즘 ‘아이돌’이 르네상스이자 황금기라고 말했을 테다. 그러니 이러한 비이성애 노래를 부르는 트렌드는 남돌보다는 여돌을 중심으로 강하게 난다는 뜻일 테다. 왜 하필 여돌에만 이런 분위기가 강하게 나타나는 것일까?   





우리는 여성 팬이 필요해     


 나의 의견이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일반화를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산업의 흐름은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의 묶음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여성 팬이 남성 팬보다 돈을 더 많이 쓰는 경향성이 있음은 분명하다. 내 주위 남성들은 아이돌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앨범을 사는 사람, 콘서트를 가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그에 반해 주변 여성들은 과반이 덕질을 하고 있고, 본인이 응원하는 그룹 및 아티스트의 굿즈, 콘서트, 앨범 등에 돈을 쓰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다. 여성 팬들은 아이돌 업계의 큰 손이다. 앨범 초동량만 봐도 여성 아이돌보다는 남성 아이돌의 앨범 초동량이 훨씬 높음을 볼 수 있다.

 팬 1인당 쓰는 돈이 많기도 한다는 점, 예전처럼 한 번 정한 본진을 끝까지 파지도 않고, 동시에 여러 팬들을 응원하는 새로운 팬덤 문화는 약간의 새로운 팬 유입에 유동성을 준다는 점에 이들을 잡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돈이 별로 되지 않는 남성 팬보다는 여성 팬을 타깃으로 수정해야 했다. 혹은, 남성 팬을 유지시키고, 새로운 여성 팬을 유입시켜야만 했다.


 그런 그들의 전략은 '자존감 컨셉'을 가진 비이성애 노래였던 것 같다. 엔터 업계가 사랑으로 돈을 벌지만, 그 사랑이 아무리 로맨틱한 사랑일지라도 업계는 자본주의에 살고, 돈을 벌기 위함이 제1의 목적이다.




비혼과 연애    


 여성 팬을 타깃으로 했다면, 요즘 여성들이 좋아하는 컨셉을 잡아야 한다. 요즘 트렌드는 사랑에 질질 짜는 수동적인 사랑이 아니다. 쿨하고, 애인보다는 자신을 사랑할 줄 알며,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랑이 멋있는 사랑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여러 설문조사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비혼에 훨씬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스토커와 같은 사회적인 문제에서도 연애를 더욱 부정적인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성들이 이성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 여성 팬을 공명 시킬 수 있는 노래들이 바로 4세대 아이돌의 비이성애 연애를 노래한 노래들임은 분명하다.          


문학은 이입   


 남돌은 이성애 노래를 부르면, 여성 팬들은 바로 감정 이입할 수 있다. 그들에게 남돌은 이상향이고, 그들의 노래가 본인에게 건네는 목소리라고 생각한다면 1차원적인 이입이 된다. 바로 설레거나 사랑받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여돌의 사랑 노래를 여성 팬이 듣는 일은 남돌의 사랑노래가 보여주는 이입보다는 조금은 복잡한 관계를 보인다. 여성 팬은 여성 아이돌의 입장에서 한 번 거쳐서 사랑을 생각하게 된다. 나보다 아름답고, 잘 나가는 여성 아이돌의 사랑 노래에 직접적으로 공감을 할 수 있을까?

 반면, 여성 아이돌이 (여성으로서) 본인 스스로에 대해서 노래하는 것은, 스스로의 자존감과 자아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은, 여성 팬들로 하여금 1차원적으로 이입할 수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세계관? 컨셉? 


 4세대 아이돌의 새로운 요소는 표정연기라는 말이 있는데, 다양한 표정연기를 사용하려면 심심한 이성연애 노래보다는 '내가 제일 잘 나간다'는 컨셉이 어울려서일 수도 있다. SM의 '광야' 세계관 같은 컨셉이 이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사실 이 모든 이야기는 내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홍보팀과 기획팀만이 비밀을 알고 있을 테다.



 

 나는 엔터 업계를 싫어한다. 그들이 사랑을 다루는 모습이 정말 안타깝다. 내 눈으로는 이렇게 보인다. 팬과 아이돌의 관계는 쌍방 인척 하는 일방향(팬->아이돌)이고, 팬들을 위한 말과 역조공 등은 모두 거짓말. 결국은 ‘돈’. 그래, 물론 아티스트가 팬을 사랑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티스트 뒤에는 회사가 있다. 결국은 돈이고 회사일뿐이다.

 그래서 덕질을 하는 사람에게 묻는다. 덕질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그들은 팬인 너의 이름도 모를 텐데 그럼에도 돈과 마음을 쓰는 이유는 무엇이냐. 그러면 그들은 하나같이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나만 좋으면 상관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래, 본인만 좋으면 됐지.



 아이돌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돌도 결국은 사업이고, 사업의 타깃을 분석하는 측면에서 한 번 생각해 본 결과이다.

 공교롭게도, 위에 예시로 든 4세대 아이돌의 그룹명이 모두 영어이고, 노래 제목도 모두 영어이다. 이런 트렌드에서는 우리 국어로 노래한 가사가 있는 순수한 사랑 노래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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