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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인혁 Oct 17. 2022

MBTI와 가사

가사로 살펴보는 MBTI



 MBTI가 유행한 지도 몇 년은 된 것 같지만, 아직도 핫한 것만 같다. 첫 만남에서는 MBTI를 물어보지 않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나도 MBTI를 흥미롭게는 생각한다. 나는 INFJ로 나오지만, 사람들이 F 같지 않다고 하니.

 굳이 변명하자면, 내가 함부로 공감하지 않는 모습이나, 솔직하게 말들을 꽂는 모습들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다 이유가 있다. 함부로 꺼내는 공감에는 힘이 없다. 그저 말뿐인 말로, 그 공감은 아무것도 해결해줄 수 없을뿐더러 진심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나도 다른 사람들이 쉽게 내게 공감의 말을 꺼낼 때면 느낀다. 그런 말을 꺼내 줘서 고맙지만, 말을 꺼낸 당신은 이해할 수 없는 나의 관계와 입장들이 있기에 때로는 공감보다는 관조가 더 좋을 때가 있다. 또, 상대방이 상처받기를 걱정해서 돌리고 돌려서 말을 꺼내고,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마음에 든다고 말하는 것은 관계에 있어서 후폭풍을 몰고 올 경우가 다분하다. 이런 이유들로 내가 쉽게 공감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고서는 T 같아 보인다고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INTJ는 내가 봐도 너무 감정이 없어 보여서 INXJ라고 말해야겠다.

 아무튼, 이렇게 MBTI는 사람의 모든 성격을 표현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특정 경향은 보여주기는 한다. 특히 글을 쓸 때 많이 보인다. 가장 대중적이고 쉬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노래 가사로 보여주겠다. 각 노래는 가수가 직접 작사한 노래들이다.

      

*모든 가수가 MBTI에 따라 다른 분위기의 가사를 쓴다는 것은 아니다. 그 차이를 잘 보여주는 노래들을 가져왔다. 가사의 저작원은 원작자에게 있다.


     

1. S와 N의 차이          


권정열(ISFP) 

 그라데이션

 나의 하얀 옷에 너의 잉크가 묻어

 닦아낼 수 없을 만큼 번졌네     

 10월의 날씨

 오늘의 날씨를 난 믿지 않지만

 참 오랜만에 외출을 준비합니다     


헤이즈(ISFJ)

 널 너무 모르고

 이 옷들을 고를 시간에

 30분 더 널 안아줄걸

 떨어지는 낙엽까지도

 떨어지는 낙엽까지도 멀어져 가는 저 새들도

 스쳐 지나가는 흩어져 가는 뒷모습까지도     


 1.1 S가 작사한 노래들

 가사들이 주로 눈앞에서 그려진다. 관념과 비유가 없지는 않지만, 이들이 중점이라기보다는 삶에서 보거나 경험해본 것들을 자세하게 묘사한다. 가사를 깊게 해석해야 할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노래의 의미와 분위기가 느껴진다. 즉, 실제적인 개념을 자세히 표현한 가사들이 많아서 깔끔하고 이해가 쉽다.             


아이유(INFJ)

 strawberry moon

 팽팽한 어둠 사이로 떠오르는 기분

 이 거대한 무중력에 혹 휘청해도     

 밤편지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띄울게요

 음 좋은 꿈이길 바래요(‘사랑한다는 말이에요’에 대치되는 문구)     


백예린(INFP)

 lovelovelove

 You’re the poet in my heart

 the changes in my mind     

 Bye bye my blue

 아픈 기억들 위로 

 매일 혼자 걸어 난     


 1.2 N이 작사한 노래들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비유하여 연상시킨다. 하나의 개념과 행동에 대한 자세한 묘사보다는 비유적으로 표현하여 명확하지 않다. 흐린 단어들 사이로 의미를 연결하고 비유 그 너머의 무언가를 주로 다룬다. 풍부하고 어쩌면 해석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는 가사들이 있다. 즉, 추상적이고 해석의 가능성을 크게 열어둔 가사들이 많다. 가사에 나오는 관념과 비유들을 이해하고 상상한다면 감정이 더욱 깊게 다가올 수 있다.          


 1.3 S와 N의 비교

 헤이즈(S)-널 너무 모르고

 이 옷들을 고를 시간에

 30분 더 널 안아줄걸


 아이유(N)-밤편지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띄울게요

 음 좋은 꿈이길 바래요(‘사랑한다는 말이에요’에 대치되는 문구)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다룬 가사임은 같지만 표현에서 큰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다. <널 너무 모르고>에서는 옷을 고르는 30분의 시간을 당신에게 줌으로써 당신을 더 사랑했어야 했다는 표현이 나온다. 반면, <밤편지>에서는 당신이 좋은 꿈을 꾸면 좋겠다는 말로 당신을 사랑함을 표현했다.          


  


2. S와 N의 차이


창모(INTP)

 Interlude 

 트랩처럼 익숙한 왈츠에 밀리락처럼 여기는 발레 

 사랑스런 그녈 뒤로 한채 성공만을 쫓진 않았겠지

 아름다워 

 모두 사랑해준 너

 이제는 알겠어 내가 널 가진 것  

   

서동현(INFP)

 Lovey Dovey

 기분이 들어도 그냥 걱정은 하지 말자

 넌 나를 보고 있고 나도 널 보고 있잖아     

 마침표,

 계속 네 주위만을 돌고

 또 돌다 수명이 다할 때쯤          


 대부분의 노래는 사랑을 다뤘으니, T이건 F이건 모두 사랑을 자신의 방식으로 담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F의 노래가 조금 더 비유적이고 따뜻하거나 몽글몽글한 느낌이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서 F가 좋다 T가 나쁘다는 아니다. 힙합이라서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가사에 외롭다/사랑한다와 같은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노래의 작사가를 찾아보면 대부분 ST에 가깝다. 그렇지 않고 감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해서 숨겨두었다면 NF에 가까운 것 같다. 그저 경향성이 있다.    

 노래를 들을 때 가끔씩 불편한 가사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주로 직설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가 그렇다. 유독 오글거린다. 멜로디에 섞인 단어들은 큰 거부감이 없지만, 가사만 시를 읽듯 읽어보면 오글거린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물론 오글거린다는 느낌 때문에 감정 표현하는 일을 막으라는 말은 할 수는 없지만 가사만 따로 한 번씩은 보는 나로서는 가사의 표현 방식에 민감하기는 하다.       

 오늘은 나의 복잡한 감정을 찬찬히 정리하고 살펴보고 싶다면 N인 작사가의 노래를 듣고,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튀어나오는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싶다면 S인 작사가의 노래를 들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사람의 성격이 글로 표현되면, 그 글만 읽어도 그 사람의 성격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또 그 사이에 MBTI도 숨어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전부를 설명해줄 수는 없지만 아무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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