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9CM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소식을 받았다. 아무 기대 없이 응모했던 건데, 덜컥 2만 9천 원의 포인트를 제공한다는 메시지가 왔다. 무슨 이벤트였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살면서 이런 식의 행운이 꽁으로(?) 주어진 적이 거의 없어서 약간 얼떨떨했지만, 그것도 잠시, 포인트가 등록되자마자 바로 장바구니로 달려가 한 지갑을 결제했다.
마침 인생 첫 개인 명함을 장만한 김에, 명함 여러 장을 넣어도 괜찮은 수납력을 가진 지갑을 찾고 있었다. 2만 9천원의 든든한 지원금으로 고민없이 결제할 수 있었다. 여분 포켓이 여러 군데 있고, 명함뿐만 아니라 카드나 지폐 등도 여유롭게 수납된다. 폭이 2cm나 되기 때문이다. 패턴 선택이 안 되는 랜덤 발송이라 내가 원하는 무늬를 지정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으나, 재단사의 안목을 믿었고 역시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정면에 사용되는 원단 프린팅엔 사람보다는 새나 양 같은 동물이 있길 바랐지만, 포도주를 빚는 사람? 이것도 나름 마음에 든다.
나는 포도알 같은 주렁주렁 글썽글썽한 문장을 수확해, 고르고 으깨고 숙성시키고 팔아야 하는 사람이니까. 의미를 부여하고 나니, 명함 지갑으로 이만한 것이 있나 싶어 더 만족스럽다. 멀리서 보면 딱히 지갑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작은 수첩 같다.
오늘은 인사동 어느 골목에 자리하는 한 카페 테라스 자리에서 멍때리고 있었는데, 바람이 한 번 시원하게 불더니 테이블 위에 올려둔 지갑 밑으로 잎 하나가 쏙 들어왔다. 마치 부러 내가 끼워둔 것처럼 고정됐다. 이 지갑의 제품명이 'lucky card wallet'이었는데, 어쩌면 이 이파리가 지갑이 안겨준 첫 행운이지 않을까. 행운이 눈에 보인다면 바로 이 잎사귀 하나가 착지한 모양새일 것이다.
새 명함과 새 지갑. 이것들이 앞으로 물고 올 인연과 기회들이 궁금하다. 아주 잠시였지만, 초록빛 카페에서 지갑 하나를 쥐고 귀한 미래가 다가올 어느 날을 즐겁게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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