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행복의 필수 불가결 조건이 아닐까?
겨울 아침, 출근하기 위해
따뜻한 집에서 차가운 문밖으로 나가
걸어가기 시작하면
온몸이 움츠러든다.
보통 때라면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팔짱을 끼고 잔뜩 얼굴을 찌푸린 채
‘추운 것 너무 싫어’하고 덜덜 떨며
걸어가겠지만,
요새 나는 조금 다르게 행동하고 있다.
추운 출근길
집 문 밖으로 나오면
일부러 더 당당한 마음으로
약간 숨이 차게 뛰어간다.
내가 스트레스라고 느끼는 ‘추위’에 냅다 직면해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뛰고 나면
생각보다 빨리 그 추위가
추위로 느껴지지 않게 된다.
이처럼 어떤 경우에는
생각보다 행동으로 먼저 해버리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
힘들 때 그냥 빨리 시작하는 태도.
나는 그것이 덜 힘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행복의 비밀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고통의 선택을 하는 것.
행복은 뭘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사소한 것에도 즐거움을 느끼며
과하게 기쁘지도 과하게 힘들지도 않은 상태다.
강렬한 쾌락이
행복의 조건으로 해당하지 않는 이유는
인간은 쉽게 적응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뛰어난 적응력으로 생존해 왔다.
살아가며 적응력을 잘 활용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인간은 고통에 적응할 수도,
즐거움에 적응할 수도 있다.
자극적인 것들을 추구하며 살면
자극에 적응이 되어
웬만한 자극에는 잘 반응을 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강렬한 자극인 쇼츠 영상에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중독의 원리도 이와 비슷하다.
중독의 2가지 특징은 내성과 금단이다.
내성은 전에 5점 정도의 즐거움을 줬던 행동이
이제는 같은 행동을 해도
1점밖에 즐겁지 않은 것을 말한다.
금단은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것을 말한다.
끝도 없이 더 강력한 쾌락을 추구하며
고통 없이 편안함만 추구하는 것보다,
삶이 고통이라는 것을 빨리 받아들여야
조금만 즐거워도 금세 행복해질 수 있다.
(실제로 고통 없는 삶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적절한 고통은 필수 불가결 조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통이 와도 잘 견디기 위해선
아픔에 익숙해지기 위해
그냥 부딪혀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는 요새 고통에 직면하는
사소한 행동들을 한다.
겨울에 출근할 때 당당히 달려가는 것.
아침에 눈뜨면 너무 피곤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벌떡 몸을 일으키는 것.
아침에 가장 하기 싫은 과업부터 끝내는 것.
이렇게 고통에 직면하는 소소한 태도들이 모여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려고 사는 것이 아닌
고통을 받아들이며
작은 것들에 감사하고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출근할 때 웃으며 당당히 걸어가자는 것이다.
나만 아는 행복의 작은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