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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의 강원도 여행

늦여름 여행

by Old Bamboo 노죽

약 20여 년 전 회사 팀 빌딩 명목으로 강원도 바닷가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바닷가를 가긴 했는데 이런저런 뒤치다꺼리하느라 바다를 제대로 본 기억이 없다.

그리고 오랜 해외 근무 후에 한국에 돌아와서 내게 여행은 지방에 사시는 부모님을

방문하는 것이 여행이자 휴가였다.


지난주 대학 선후배들과 강원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온 지금도 1년에 3~4회 만나는 가까운 사람들의 모임이다.

오히려 나의 부재중에도 매년 여행을 다니던 그들의 여행에 내가 끼여가게 되었다.

출발 날짜가 다가오는데 소식이 없어 물으니 원래 그렇다고 출발 전 날에 연락이 올 것이라고

조용히 기다리라고 했다.


출발 전 날 모임 시간, 식사 장소, 간단한 트랙킹 코스까지 모든 정보를 포함한 계획이

공유되었다.

당일 아침 Wife의 여행 가서 형, 누나 말 잘 들으라는 농담 같은 조언을 뒤로하고,

부지런히 모임 장소에 도착을 했고, 차질 없이 제시간에 한 대의 차로 출발을 했다.

오랜만에 떠나는 강원도 여행, 그들은 10년 이상을 매년 같이 여행을 했기에 너무 많은 기억에

언제 누구와 어디를 갔는지 서로 헷갈릴 정도였다.


일정대로 식사하고 1차 목적지에 도착해서 약 4시간 정도의 가벼운 산행 후에 숙소로 향했다.

산행 중 이미 왔던 코스에도 힘들어하는 인원이 있어 시간의 흐름을 탓했다.

젊었을 때 봤을 법하고 이후로 화면을 통해서만 보던 울산 바위를 실물로 영접하니

내가 강원도에 왔음을 실감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현지인들만 안다는 숨은 맛집으로 가서 새꼬시 회로 저녁을 시작했다.

나만의 느낌일 수도 있지만 회가 현지에서 먹으니 더 신선한 것 같았다.

이어지는 코스로 뷰 맛집에서 2차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 각자의 음악을 유튜브로 공유하며

첫날 저녁을 마무리했다.


이제 모두 50대 후반이라 그런지, 장소가 바뀌어서 그런지 모두 6시경에 일어나 다음 날 일정을

시작한다. 숙소에서 나와 강원도 최북단 항인 대진항 근처 맛집에서 대구탕과 생선구이로

아점을 하고 바닷가 카페 2층을 우리가 전세 낸 듯 커피를 마시며 바다 구경을 만끽했다.

그리고 나름 여행 전문가가 추천한 뷰맛집을 오른다.


바다와 호수를 한눈에 그리고 멀리 금강산 비로봉도 볼 수 있다는 곳에 올랐다.

날씨 관계로 비로봉은 형태만 보였으나, 다른 눈에 보이는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른 귀경 길에 나섰다. 시차를 잘 피한 덕에 도로에서 교통 체증은 없이 무사히 돌아왔다.


20여 년 만에 나서는 강원도 여행, 내게는 외국 여행처럼 낯설고 흥미로왔다.

게다가 나는 마치 패키지여행처럼 따라서 먹고, 걷고, 즐기면 되어서 모처럼 머리 쓰지 않는

정말 편안한 여행이었다.

이런 여행 정말 오랜만이지 싶다. 어쩌면 처음일지도 모른다.

곧 40년이 돼 가는 인연을 아직도 잘 유지하고 있는 여행 멤버들도 참 대단하시고,

거기에 나도 조인할 수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도 높이 솟은 험준한 산들과 시원한 바다 그리고 아기자기한 바닷가 풍경에 가슴 설렌다.

앞으로도 건강 잘 유지하면서 좋은 추억 더 오래 만들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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