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우리 집 방문
한 달쯤 전에 지방에 사는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이제 중3인 조카가 서울에서 개최되는 하프 마라톤에 참가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겸사겸사 동생네 가족이 서울에 오는데 그때 우리 집에 들르겠다고.
요새 젊은 친구들의 트렌드인지 몸 관리에 열심인 것 같았다.
피트니스에서 운동도 하고, 러닝을 열심히 한단다.
작년에도 그 동네에서 하는 하프 마라톤에 참가를 해서 완주를 한 경험도 있다.
지난 주말 동생네 가족은 저녁 무렵 서울에 도착, 출발지 근처에 숙소를 잡고 조카와 제수씨는
페이스 조절을 위해 거기 머물고, 동생은 우리 집에 와서 자고 아침에 같이 마라톤 코스로
가기로 하였다.
일요일 아침 서울 시내 길도 한산하고 거기에 도심에서 진행되는 마라톤이라 교통 통제가 진행되어
도착지 근처의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가는 사람들도 드문드문한 시내를 걸어서 광화문 쪽으로
이동했다. 멀리서 행사에 참가한 러너들이 빠르게 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항상 차들로 빽빽한 광화문 네거리에 달리는 사람들로 가득 찬 모습이 새롭게 보였다.
도착지 근처에 가니 10km 코스 참가자들은 벌써 피니시 라인에 도착을 해서 완주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우리와 같은 하프 코스 참가자들의 가족 지인들이 아직 도착 예정까지 1시간 정도 남았는데
근처를 서성이거나 주변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도 한 자리 차지하고 오랜만에 두 형제 부부가 근황 토크를 즐겼다.
대화 중에도 도착 시간 확인하고 도착해서 줄 음식도 챙기며 만남의 회포를 풀었다.
도착 2~30분 전 피니시 라인으로 움직였다. 동생 부부는 조카의 멋진 마무리 사진을 찍기 위해
좋은 자리를 찾아 이리저리 이동을 했고, 우리 부부는 언제쯤 들어오나 조카 얼굴을 찾느라
목을 빼고 쳐다보고 있었다.
조카는 작년의 경험을 근거로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참가 티셔츠 대신 달리는데 더 도움이 되는
셔츠를 입고 달린다고 해서 그 색깔의 러너만을 눈으로 찾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고 지쳐 보이기도 하고, 아직도 힘이 넘치기도 하고, 완주의 기쁨에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 젊은 사람들은 젊은 대로 나이 든 사람들은 그들대로 완주의 환호를 터트리며
피니시 라인을 통과해 지나갔다.
조카도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며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인 양 두 팔을 벌려 달려들어왔다.
각종 기념품과 메달을 받고 시청 앞 광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려 갔는데
자기 기록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는 장소에 대기 줄이 엄청 길어 기다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다시 먼 길을 돌아가야 되니 바로 옆 숙소에서 재정비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우리는 추석에 다시 볼 것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우리 부부는 오랜만에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걸었다.
아직까지 약간 땀이 날 정도의 낮 더위였으나, 그늘에서의 시원함이 여름도 이제 다 갔고
가을이 시작됨을 절로 느꼈다.
조카 덕분에 넘치는 에너지를 분출하는 공간에 와보기도 했고, 일요일 시내 산책을
충분히 하는 즐거움은 기대 밖의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