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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욱 Oct 01. 2021

생태미술가 김형관

2021년 가을-유랑정원 퍼포먼스


<생태미술가 김형관 인터뷰> - 노고산 자락의 텃밭에서 2021.8.3    

 

“텃밭을 가꾼 지 7년이 넘었다. 텃밭을 시작한 동기는 가족과 자연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을 하고 싶었다. 채소를 키우는 것은 딸애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채소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잡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뭐야 뭐’라는 앱이 있는데 생소한 잡초를 찍어 올리면 데이터베이스가 답을 하는 게 아니라 회원들이 보고 실시간으로 답을 해주는 일종의 커뮤니티였다. 그것이 식물을 통해 타지와 소통이 이루어진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레지던시에 입주해서도 텃밭을 가꾸었다. 그러다 보니 식물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식물을 작품 소재로 잡은 작가들이 나에게 자문하기 시작했고 식물 전문가가 되었다. 그동안 전시를 위해 해온 작업은 인위적으로 계획해서 나오는 성과물이었다. 그러나 식물의 생태계는 오묘하다. 땅에 시기에 맞춰 심으면 신기하게도 알아서 창조된다. 앞으론 이런 식물의 생명력이 작업의 요소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역성과 생명력>

“문화예술 활동가의 정체성으로 많은 리서치를 했다. 그 중심에는 식물이 있었다. 사람들이 키우는 작물이야기를 하면서 식물을 배웠고, 땅을 알게 되고 크게는 환경 그리고 공간적 배경에 관한 자각을 하게 되었다. 어디서 자라는 식물인가가 중요하듯이 앞으로의 구심점은 공간이다. 최근에는 성남과 은평구를 오가면서 잡초의 지역적 특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동네 골목마다 매년 환경이 달라 분포하는 잡초도 다르고 전체적으로도 어떤 특징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연구 결과를 지도로 만들기도 했다. 그 점에 착안하여 지역의 자원과 예술 콘텐츠를 연결할 때의 매개체로 항상 식물을 등장시키고 있다.”    

 

<식물의 적응력>

“식물도 사회 인류학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외래종이 들어와 몇 년이 흐르면 토착화가 된다. 여기 것이 되는 것이다. 적응력이 강한 식물은 사람보다 빨리 현지화를 이룬다. 이런 매력적인 식물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게 된 것은 기존의 녹지에서 보이는 식물은 조화 같아서 장식 같다, 그런 이미지를 벗어나는 방안으로 생각한 것이 올해 서울문화재단 생활을 바꾸는 예술 공모 지원에 선정된 ‘유랑식물단’이다. 버스 노선, 지하철역, 사람들이 다니는 길마다 그곳에 맞는 특색 있는 식물이 예술가의 콘텐츠와 결합하여 맥락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식물의 입장에서도 편안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더불어 개성 있게 사는 세상>

그는 텃밭에 물을 주고 잘 익은 고추를 따면서도 재미있는 식물의 세계를 빗대어 세상을 이야기했다. 아삭이고추와 청양고추를 가까이 심으면 아식이고추가 매운맛을 닮아 간다면서 경쟁 사회의 힘의 논리를 말했다. 그는 청양고추가 아삭하게 순해지는 각자 개성이 보장되는 더불어 사는 토양을 조성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는 식물의 건강을 위해 일부러 꽃봉오리를 제거하여 뿌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생태전문가이다. 어느덧 그의 바구니에는 수확한  깻잎, 방울토마토, 고추 그리고 애플민트 두 줄기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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