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바뀐 우리 교실의 풍경... 이젠 차근차근 돌아가보자.
코로나는 많은 것을 바꿔놨다. 학교를 다닌다면 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럽게 경험했던 많은 것들이 요즘 아이들에게는 사치처럼 변했다. 봄소풍, 봄철 운동회, 야영수련활동, 여름이면 흔히 했던 물놀이, 가을소풍, 가을 운동회 등등 계절과 함께 했던 교육과정이 송두리째 무너진 상태다. 이름은 남아 있으나 아이들의 경험은 완전히 다르다.
다시 기지개를 켜기 위해 준비 중이다. 방역조치는 빠르게 완화되고 있지만 학교의 교육활동이란 건 그렇게 빨리 모든 활동이 전환되긴 쉽지 않다. 겨우겨우 3주 전부터 준비해서 예산 정리하고 업체 선정까지 했더니 겨우 놀이 한마당을 열게 되었다. 그것도 어린이날 다음날이다.
이번 놀이 한마당을 준비하면서 한 가지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 지금 초등학교 4,5, 6학년 학생들에게는 운동회의 추억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교생이 한자리에 모여서 함께하는 운동회를 겪어본 적도 거의 없을뿐더러 최근 들어 놀이 한마당 형식으로 바뀌면서 아예 청군 백군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다시피 했다. 사전 조사를 해보려고 아이들에게 질문을 몇 가지 해봤다.
Q1. "운동회라는 거 해본 기억이 나니?"
A1. "놀이 한마당이라고 모여서 놀았던 기억은 있어요."
Q2. " 청군 백군 나눠서 전교생이 이어달리기는 해봤니?"
A2. " 이어달리기는 우리끼리 해봤는데 전교생이 모여서는 한 적이 없어요."
Q3. " 운동회를 해본다면 해보고 싶은 게 있니?"
A3. " 마스크 벗고 그냥 뛰어놀고 싶어요."
요즘 아이들의 대답이다. 내가 들어줄 수 있는 부분은 운동회라는 것을 다시 기획해서 운영해보는 것과 청군 백군 이어달리기를 준비해주는 것뿐이다. 아직 마스크 벗는 건 학교에서 민감한 문제인 것 같다. 그래서 이번 놀이 한마당의 메인이벤트는 청군 백군 이어달리기로 정하고 오늘 아이들과 함께 이어달리기 연습을 해본다.
바통을 들고 출발선에 서서 준비를 시키면 내 시작 소리에 귀 기울인다. 수업시간에도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이 시간에는 내 목소리에 정말로 초 집중을 한다. 야속한 놈들...
예전 같았으면 바통을 주고받는 동작에 집착해서 연습을 시키고 또 시켜서 계주로서의 이어달리기를 완성하려 노력했겠지만 이어달리기를 별로 경험해본 적 없는 아이들에게는 그저 팀을 구성해서 서로 순서를 정하고 뛰어보는 것에 만족하게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잔소리 안 하고 열심히 뛰는 것만 주문해본다.
아이들의 입을 막고 있는 마스크를 시원하게 벗기고 뛰게 하고 싶지만 아직 아이들도 나도 받아들일 자세가 되지 않았다. 왠지 아직은 이른 것 같고 기분이 찜찜하다. 2년간 나와 한 몸이 되었던 마스크를 떠나보내기엔 우리 모두 준비가 덜 됐나 보다.
이번 주는 아이들에겐 즐거운 기간이다. 어릴 적 나의 기억을 더듬어봐도 어린이날을 기준으로 그 기간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아이들이 이번 주에는 주인공이기 때문에 난 조연으로 빠져줘야겠다. 잔소리 좀 줄여야지... 나도 행복해질 것 같다.
***학생 학부모 동의를 사진과 영상을 사용하였습니다. 해당 글은 학급책만들기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