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부터 시작해야 할까?
아직 이룬 건 쥐뿔도 없다. 이뤘다고 하기에는 내 손에 잡히지 않는 대출이 담긴 집과 신혼 초 부모님의 노후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위기감에 부모님과 합의하여 조경농원을 만들기 위해 산 땅이 전부다.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순 없지만 현재 나에게는 손에 쥐어질 돈이 될 성격의 투자는 아니었다.
현재 내 통장에 현금성 자산이라고 할 부분은 10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다. 현금성 자산에 보험이나 주택청약적금 따위를 포함한다면 그 정도다.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왕초보의 투자일기 시작이라는 이름으로 첫 페이지를 적었던 내용처럼 앞으로 내가 적립할 수 있는 미래의 나의 자산을 기준으로 이제부터 새롭게 쌓아가야 한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래서 일단 책 한 권부터 먼저 읽게 되었다. 아니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오디오북으로 차 안에서, 운동하면서 들었다. 바로 돈의 속성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시행착오와 사업 과정을 토대로 부의 의미에 대해서 재해석하고 본인만의 철학으로 재구성하여 저술하였다. 듣다 보면 책을 쓴 사람이 참 대단해 보인다. 그러나 책의 내용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 많은 종류의 투자 관련 서적을 읽는다고 돈을 벌 수 있을까?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의 저자와 사랑에 에 빠지지 말라. 책의 내용 중에 참고할만한 건 참고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분별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오디오북으로 들은 내용이기 때문에 대강 들었던 내용을 요약하면 이랬다. 책을 쓴 글쓴이조차 책만으로는 부를 이룰 순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나름대로 받아들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나눠가며 제법 집중력 있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명확했다. 단순히 저축만 하는 것으로 부자가 될 수 없다. 최근에 내가 느낀 부분과 정확히 일치하였다. 그러나 사업가의 입장에서 부를 쌓아가는 과정에 대한 설명과 의미들이 나열되어 있어 공무원의 입장에서 투자를 통한 부를 쌓아보려는 나의 목적과는 조금은 다른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가지 명심하게 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내 자녀들은 나의 생각의 굴레에 갇히게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새로운 신기술이 난무하고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20년은 지난 20년과는 완전 다른 시대가 올 것이라 예상된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내 자녀들에게도 안정된 직장만을 요구하고 그 틀에서 벗어나지 말기를 바라는 게 과연 아이들을 위한 일인가? 하는 고민이 된다. 혹자는 그렇게 말한다. 자식을 낳아서 키워보면 왜 모든 부모가 다 비슷한 심정이 되는지 알게 된다고... 그러나 부모의 생각의 크기 안에 아이들을 가두는 것은 아이들이 살아갈 더 넓은 세상의 테두리를 겨우 내 생각의 크기로 한정 짓는 일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 투쟁심이 강하고 세상의 이치에 궁금증이 많은 아이에게는 사업가라는 직업을 권유해 보길 바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투자에 대한 시각과 생각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크게 와닿았던 점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내 자녀를 키울 때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이야기해줘 할까?라는 질문에 답 중 한 가지 정도는 찾게 되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의 내용을 한번 다 듣고 나니 내가 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내 노후를 준비하고자 했는지 그 목적이 명확해졌다. 바로 돈의 노예가 되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큰 문제가 있지 않은 한 평균 연령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앞으로 난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살지도 모른다. 그 시간 동안 돈 때문에, 돈이 부족해서 라는 말이 붙는 순간이 매우 많을 것이다. 그 횟수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차곡차곡 돈을 부리는 지주가 되기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지금은 철저히 돈의 노예생활을 하고 있다. 아파트 대출금, 신용대출이자, 생활비, 카드값의 노예... 노예해방의 날이 오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