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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유쌤 Apr 20. 2022

아날로그적 감성의 추억

네가 할래? 내가 할까?

 코로나로 거의 통째로 날려버리다시피 했던 3월 한 달을 보내고 4월에서야 겨우 모둠 활동이란 것을 해본다. 급한 대로 조사했던 내용을 도화지에 손으로 적어 발표를 시켜보는데 이 광경이 낯설지 않다. 내 어릴 적 학교 다닐 때 했던 활동이 2022년 교실에서도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습으로 내 앞에 펼쳐진다. 

 코로나가 바꾼 우리 교실의 풍경은 모둠활동도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 공유를 활용하고 온라인 공유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화면을 보며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코로나라는 질병은 우리 교실의 풍경을 그렇게 바꿔놨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재밌을 땐 함께 웃고 기분 나쁜 일에는 씩씩대며 해왔던 수많은 모둠 활동들을 코로나는 2m라는 사회적 거리와 함께 화면 너머로 멀리 보내버렸다.

 발표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하려면 PPT를 만들어서 더 큰 화면, 더 큰 글씨를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글씨가 삐뚤삐뚤해도, 글씨가 너무 작아 잘 보이지 않아도 육성으로 들려오는 떨리는 발표 목소리에 모두는 집중했다. 모든 서비스와 과정이 디지털화되고 있는 2022년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디지털로 표현될 수 없는 아날로그만의 감성이 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오랜만에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발표를 못하거나 안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발표를 준비할 충분한 시간을 줬어야 했다는 것을 깨닫는 건 덤이었다. 교육현장에서 디지털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능열쇠는 아니라는 것을 이따금씩 깨닫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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