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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식 없는 통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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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장철원 Dec 15. 2021

선형대수를 공부했던 날을 되돌아보며...

이걸 왜 공부해야 하는지 알고 싶었다.

두 번째 책 집필을 마무리 지으면서 머리말에 어떤 이야기를 쓸지 고민 하던 중, 선형대수를 공부했던 지난날들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내가 선형대수를 처음 접한 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처음 선형대수 책을 봤을 때는 "행렬을 다루는 책이구나"정도로만 생각했다. 수업은 문제풀이 위주로 진행되었다. 행렬식, 역행렬, 고윳값 등을 구하는 방법을 배웠다. 시험 문제는 주어진 행렬에 대해 수업시간에 다루었던 공식들을 이용해 푸는 형식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 왜 구해야 하지?, 아니 애초에 선형대수는 왜 배우는 거지?" 그 당시 선형대수는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으므로 선형대수 수업은 나에게 단지 3학점짜리 수업일 뿐이었다. 자연스럽게 기말고사가 끝나고 공부했던 내용은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3학점짜리 강의를 끝으로 볼일 없을 줄 알았던 선형대수는 계속 등장했다. 계속 나오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가 싶기는 했지만 내 에너지를 쏟고 싶지는 않았다. 다른 해야할 공부가 많았다. 선형대수는 그저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만 공부하고 넘겼다. 하지만 지금 와서 느끼는 건, 공부 해야할 내용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행렬을 다뤄야 할 상황이 올때마다 마음 한켠에 불편하고 어색한 마음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나는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퀄 시험을 통과한 후 지도교수님을 정하고 연구를 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제야 선형대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선형대수를 이해하지 못하면 연구를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논문에 언급된 수식은 모두 행렬기반이었고, 증명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수식의 의미를 파악했어야했다. 퀄 시험을 통과하고 연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스스로 준비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스스로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중요성을 깨달았으니 동기부여는 확실했다. 매일 공부했다. 그 당시 괜찮다는 선형대수 책은 거의 다 찾아본 것 같다. 선형대수는 더 이상 대학교 1학년 때 느꼈던 지루한 분야가 아니었다.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예전에는 계산 결과가 정답이면 넘어갔던 내용들의 의미를 생각하며 공부했다. 이번에는 내가 제대로 공부했는지 확인하기도 좋았다. 공부를 하고 논문의 내용을 코드로 구현했는데, 이때 구현이 안되면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므로 해당 개념을 다시 곱씹어보고 다시 구현하고...의 과정이 반복되었다. 피드백이 확실했으므로 공부가 잘 되었다. 이 당시가 공부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때가 아닌가 싶다.

학교를 떠나면 사용할 일 없을 줄 알았던 선형대수는 회사 일을 하면서도 계속 쓰였다. 업무 차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딥러닝을 사용할 때마다 선형대수 지식은 큰 도움이 되었다. 일반적인 머신러닝 모형 코드는 간단하지만 그 원리를 알아야 제대로된 머신러닝 활요이 가능한 것 처럼, 선형대수와 관련된 코드도 간단하지만 그 원리를 알지 못하면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내가 공부했던 경험을 살려 선형대수 책을 쓰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2021년 12월, 운이 좋게도 기회가 찾아와 선형대수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선형대수 책을 쓰게 되어 무척 즐거웠다. 내가 공부할 때 해당 개념을 구현하면서 이해 정도를 체크하는 방식이 효율적이었다고 생각해서 이번 책에서도 라이브러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선형대수 개념을 구현하는 파트를 포함시켰다. 나 뿐만 아니라 독자님들도 선형대수와 한층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요즘은 머신러닝, 딥러닝이 유행하는 시대이다. 그리고 모두들 선형대수가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왜 중요한지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강의를 다니다 보면 "선형대수가 왜 중요한 거예요?", "다들 중요하다고 해서 선형대수 공부를 하긴 해야겠는데, 왜 중요한지도 모르겠고 머신러닝과 어떻게 연결시키는 지도 잘 모르겠어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이런 질문들을 생각하면서 이번 책을 집필했다. 내 책이 선형대수를 공부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