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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쓴 커피 Nov 07. 2021

좋은 커피란 무엇일까?


커피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잇기도 한다.



Lacàph Space

어제 뉴스 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평균 377잔이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엄청나게 많은 양의 커피를 한국이 소비하고 있고, 코로나 전 길거리만 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씩 들고 출근하는 회사원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게 우리나라의 출근 풍경이다. 얼마 전 스타벅스 50주년 기념 "리유저블컵 데이" 행사를 했을 때에 나 역시 오전 7시 오픈과 동시에 스타벅스를 방문했었다. 단순히 행사 때문이 아니라 기존 고객들만으로도 한국인들이 얼마나 모닝커피를 필수로 생각하는지 잘 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Lacàph Bar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우리나라보다 커피를 사랑하는 나라를 쉽게 찾아볼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수치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 관련 기사에 따르면, 2020년 연간 커피 소비량 1위를 차지한 나라는 핀란드이다. 핀란드인은 연간 1인 평균 12kg의 커피를 마신다. 비교의 대상이 하나는 "잔"이고, 하나는 "kg"이니 비교가 쉽게 아메리카노로 설명하는 게 좋겠다.


1잔의 아메리카노에 에스프레소 더블샷이 들어가고, 에스프레소 더블샷을 위해 최대 20g의 분쇄된 커피 원두가 들어간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핀란드인은 연간 1인당 600잔을 마신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의 1.6배 정도 되는 양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커피를 너무 좋아하는데 도대체 핀란드에는 커피를 어떻게 마시는지 가서 직접 보고 싶다.



어찌 됐든, 한국 커피 문화는 한국인의 커피 사랑으로 인해 빠르게 발전해 왔다. 2019년 한국인인 전주연 바리스타는 World Barista Championship에서 우승을 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 옥션에서도 이제는 한국 커피 회사들의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커피 문화가 발전한 만큼 좋은 커피를 향한 한국 커피 업계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투자도 상승했다. 커피 가격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는 한국에서도 많이 사랑받는 파나마 게샤 커피를 보면 알 수 있다. 파나마 라마스터스 엘리다 게샤는 파운드당 1,029 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관련기사) 그렇지만 한국인이 마시는 377잔의 커피 중 몇 잔이나 그런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커피 소비자들은 그만한 값어치를 흔쾌히 지불하려고 할까?



한국이 커피 말고도 많이 소비하는 쌀을 예로 들어보겠다. 쌀은 한국인 연간 1인 쌀 소비량은 60kg이다. 377잔의 커피를 kg으로 바꿔보면 아무리 크게 측정해도 7.5kg이 된다. 세계적으로 봐도 우리나라 커피 소비량은 10위권 밖이지만 쌀 소비량은 5위다. 우리는 밥을 먹고 맛이 없을 때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물을 많이 넣었나?', '압력밥솥으로 하지 않아서 그런가?' '햅쌀이 아닌가?'


이런 생각도 사실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맛없는 커피를 먹었을 때 하는 생각보다는 더 나은 편이다. 쌀을 그렇게 많이 소비하고, 매일 같이 밥을 먹지만 우리는 쌀 품종이 무엇이 있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사실 내가 밥을 맛있게 먹는 데 있어서 좋은 쌀 품목까지 따져가면서 먹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쌀에도 커피처럼 여러 품종이 있다. 고시히카리, 아키바라 같은 일본 개량종부터 한국에서 개발한 신동진, 영호진미, 해들 등 다양한 품종이 존재한다. 나 역시 품질이 좋은 쌀과 덜 좋은 쌀 중 가격차이가 크지 않다면 좋은 쌀을 사겠지만 20kg 쌀을 사는데 매번 3만 원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면 결코 품질 더 좋은 쌀을 구매하진 않을 것 같다.



Lacàph Coffee Session

스페셜티 커피가 답인가?

이제는 스페셜티 커피를 동네에서도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가 돼버렸다. 그렇지만 스페셜티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산미는 일반 커피 소비자에게 아직도 신커피로만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이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얼마 전 프릳츠 커피에서는 "신커피"라는 블렌드를 출시해서 이 고정관념을 위트 있게 깨기 위한 도전을 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프릳츠의 "신커피"를 굉장히 맛있게 마셨지만 산미를 싫어하시는 우리 아버지는 맛에 대한 큰 감동을 느끼시지는 못하셨다. 또는 이와 반대로 스페셜티 그린빈을 다크 로스팅하는 곳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대중의 요구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좋은 그린빈을 다크 로스팅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베트남 커피를 하면서 느낀 점은 베트남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에 커피 애호가들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는 품질의 커피는 많다. 농부들과 각 나라의 커피업계 종사자들은 이를 알리기 위해 업계 발전과 품질 개선에 많은 에너지, 시간 그리고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또한, 쌀이 떡이 되고, 뻥튀기가 되고, 막걸리가 되듯이 커피도 커피 맥주가 되고, 초콜릿이 되거나 소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좋은 커피를 정의하는 기준은 누구나 다를 수 있다. 더 발전된 커피 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한 방향을 쫓는 것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카페와 커피 비즈니스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베트남 럼동 지역의 아라비카 농장
커피 비즈니스를 하면서 "커피가 너무 맛있어요."라는 칭찬보다 좋은 칭찬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것이 그분들의 취향이었든지, 함께 마셨던 사람과 시간이 행복해서였든지, 직원들의 친절한 설명에 커피 맛을 알게 된 것이었든지는 중요하지 않다. 또는 이 모든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커피가 존재할 수 있고, 다양한 소비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소비는 결국 소비자가 하는 것이니깐. 내가 가져야만 남에게도 줄 수 있는 것 같다. 1차 소비자인 그린빈 바이어가 왜 이 커피를 구매했고, 이 커피를 구매함으로써 느꼈던 행복이나 자부심을 2차 소비자나 최종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면 아마도 그들에게 좋은 커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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