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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연 Aug 10. 2024

더위가 천도복숭아도 아닌데 자꾸만 베어 물고 있다.

2024년 8월 4일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기 전 더위를 먹었다. 6월 중순을 지나던 때였다.

친구 소소가 캠핑을 제안하여, 강변의 나무 그늘 아래에 테이블과 의자를 깔아 두고서 강바람을 즐겼다. 강바람이 꽤나 시원했지만, 바깥의 열기를 그대로 받다 보니 지치고 힘들었다. 그 더위를 식히기 위해 또 3-40분쯤 떨어진 계곡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마가 오기 전의 계곡물은 차갑지 않고 미지근했다. 그래도 바깥의 뜨거운 공기에 비하면야 시원해서, 발을 담갔다가 또 계곡 바위 위에 소소가 펼쳐준 캠핑의자에 앉아 있다가를 반복했다. 해는 뜨거웠다. 이따금씩 바람이 불었지만, 그날 바깥 기온은 36도였다.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여름이었지만 초여름 최초의 최고의 더위였지 싶다.

호기롭게 이른 더위를 즐겼던 탓일까, 며칠 앓았다.

6월과 7월을 지나면서, 이번 여름은 더욱 조심해야겠다고 몇 번이고 생각했다. 원래 여름에 주 저혈압 상태가 된다. 게다가 7월에 있었던 대학병원 외래 때는 아무 느낌도 생각도 없이 진료 전 혈압 측정을 했다가 저혈압이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조심해야겠다는 마음과 달리, 자꾸 땀을 흘릴 일이 있었다. 소한이네 동네 전철역에서 소한이네 집까지 고작 5분을 걸었는데도 등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친구 봉숭아와 만나서 잠깐 몇 백 미터씩 걸었던 날에도 기운이 떨어질 만큼 땀을 흘렸다. 원래 여름에는 병원 가는 일 외에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는 내가 참 외출을 많이도 했다.

동생 정남과 다닐 때는 더욱 안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내 몸이 힘들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도 하거니와 늘 정남의 차로 어디든 편하게 다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8월의 첫 번째 날 정남과 약속한 대청소의 포문을 열었고, 베란다 청소를 하면서 무척이나 땀을 많이 흘렸다. 샤워를 하고 정남과 식사를 하기 위해 외출을 했는데, 왕복 2시간이 가까운 거리를 자동차 에어컨 없이 다녀왔다. 당연히 작동하리라 생각했던 정남의 자동차 에어컨이 어찌 된 일인지 점점 더 뜨거운 바람을 내보낸 것이다. 나중에는 에어컨을 포기하고, 차가 달릴 때 일어나는 바람으로 버틴다고 했지만 버텨지는 날씨가 아니었다. 도로 위는 뜨거웠고 달릴 때 느껴지는 바람은 가식적이었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이미 정남과 나는 온몸에서 흐르는 땀을 느낄 수 있었다.

시원한 식당에서 땀이 식혀지는가 했지만, 이미 체온은 오를 대로 올라서 식당 실내의 시원함이 소용이 없는 지경이 되었다.

부산의 건설현장의 60대 근로자분이 열사병으로 돌아가신 다음날이었다. 그분의 체온은 40도였다.

정남과 식사를 맛있게 하였지만, 또 땀을 줄줄 흘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중간에 공업사에 들러 차량 정기검사를 했다. 정남의 차가 검사를 받는 동안, 우리는 공업사의 쾌적한 대기실에서 무척 센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앉아있었다. 그럼에도 밖에서 잠깐 서서 차를 기다리는 동안도, 집까지 돌아오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끊임없이 땀을 흘리며 더위를 온몸으로 느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기진맥진해서 드러누웠다.

요즈음의 이런 일련의 사건들 때문인지, 계속 지쳐서 드러누운 상태가 되었다. 아무래도 약식으로(?) 더위를 먹은 것 같다. 월요일에는 또 타는 열기를 뚫고 청주에 가야 한다. 친구 나무네 쌍둥이와의 첫 만남을 위해 가정방문을 하기로 했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여름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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