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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달보름 Mar 27. 2022

임신 전과 후의 삶

5주차 영화 <십 개월의 미래> by. 화전


내 인생의 가장 큰 변화의 시작은 임신이었다. 임신했다는 사실을 안 이후로 술을 마시지 않았고, 커피도 디카페인, 약을 먹는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일상적으로 했던 사사로운 행동이 혹시 아기에게 해가 될까 조심 또 조심했다.

결혼 3년 만에 아기가 생길 거라 많은 준비를 하고 맞이했지만 그래도 힘들고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준비과정 없이 갑자기 아기가 생긴다면? 거기다 결혼을 안 한 상태라면?? 정말 멘붕일 것이다.

영화< 십 개월의 미래>가 딱 이 상태이다. 만성 숙취를 의심하던 미래는 자신이 임신 10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크게 당황한다.

문제는 아기가 언제 생긴 건지도 모르겠고, 뱃속에 있는 게 외계인은 아닌가 의심이 든다.

영화는 임신기간을 주차별(week)로 나눠 미래가 느끼는 신체의 변화와 심리적 상태, 그리고 현실에서 부딪히는 상황을 속도감 있게 전개한다.



영화의 시작은 마치 청춘들이 경험하는 좌충우돌 부부(또는 부모) 되기 정도의 코믹 로맨스 같다가 점점 출산이 가까워질수록 막장드라마로 전환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임신과 출산 과정은 우리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사실 그 일상적인 일이 한 개인 특히 여성들에겐 그동안의 삶의 모습을 뒤흔드는 엄청난 변화가 숨겨져 있다. 이것이 너무 일상적인 일이어서 여성이 감당하는 그 무거움을 너무 과시하는 건 아닐까?



전업맘의 삶을 선택하면 무능한 맘충임 되고, 워킹맘의 삶을 선택하면 제 욕심에 아이들을 내팽개치는 나쁜 엄마가 된다.

길에서 만난 중학생이 “돼지 같다는 둥, 아줌마 아기는 나같이 안될 거 같냐"라는 비아냥 거리며 미래에게 조소를 날릴 때 이게 지금 우리의 현실인가? 했다.



<십 개월의 미래>가 더 나은 미래가 되기 위해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그 무거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 무거움이 더 가중될수록 누구도 그 무거움을 감내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개인이 홀로 감당할 일이 아니기에 함께 나누기 위한 사회적 공감과 더불어 사회적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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