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차 영화 <십 개월의 미래> by.시애나
십개월의 여성들, 임신은 여자 혼자 하나?
여성으로, 딸을 키우는 엄마로 살아가면서 두려운 단어 중 하나는 바로 '임신'일 것이다. 임신이라는 것이 그저 가정의 대를 잊고, 나라의 출산율에 직결되기 이전에 그 안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다. 영화 <십개월의 미래>는 '미래'라는 주인공이 만난 임신이라는 사건으로 여성들이 임신으로 인해 어떤 시련을 겪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임신은 사랑의 결실일까? 과연 그것은 어떤 모습일지 영화 속에서는 현실적인 결실을 보여준다.
누구나 한때는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야심찬 포부를 품었을 때가 있을 것이다. 미래 역시 마찬가지로 작은 회사지만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임해 왔다. 그런 미래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중국에서 미래의 회사에 러브콜을 보낸다. 함께 일했던 직원들과 중국으로 가려고 하는 그 순간, 임신이 미래의 발목을 잡게 된다.
우리나라 회사에서 임신을 반기는 곳이 과연 있을까 싶다. 나 역시도 결혼 후에 이직하는 과정에서 기혼 여성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한 적이 몇 번 있다. '기혼 여성은 임신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뽑기가 애매하다'라는 말을 면전에서 아주 쉽게 내뱉었다. 혹시라도 날 합격시켰는데 내가 임신이라도 한다면 굉장히 민망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회사에서 받아주려 하지 않고, 큰 공을 세웠지만 임신한 여성은 회사에서 내쳐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 정도면 임신을 하면 여성으로서의 인생을 포기하란 말 아닐까? 이런 사회 속에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해도 충분히 납득될 것이다.
20대의 미혼 여성일 경우 여기저기 환영받는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는 순간, 나의 삶은 증발되고 만다. 임신기간 중에도 나보다는 뱃속의 아이가 우선시되고, 느껴본 적도 없는 모성애를 강요당한다. 출산을 하고 난 후에는 맘충으로 분류되며 사회 속의 약자로 다양한 혐오를 받고 살아가게 된다. 너무나 극과 극인 삶의 부작용으로 출산 후 우울증은 자칫 자살로까지 이어지지만 그저 여성이 이겨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취급된다.
지금 사회에서 임신과 출산은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에 내리는 사형선고와 같다. 누군가는 아이를 다 키우고 자신의 일을 찾으면 된다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결고 쉽지 않다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예비 시아버지는 미래에게 합가해서 살자고 하시고, 예비 시어머니는 말없이 앞치마를 씌어준다. 예비 남편은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며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미래는 자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다. 가부장 제도 속에서 희생하며 자신을 잃어가기보다는 거지 같은 상황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미혼모의 삶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부장 제도에서 희생되는 것보다는 나라는 사람을 잊지 않고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임신은 여성 혼자 하는 것이 아니지만 온전한 책임은 여성에게로 돌아온다. 임신은 잠깐의 해프닝이 아니며, 사랑의 결실 역시 아니다. 한 생명을 키우고 책임져야 하는 꽤나 고단하고도 험난한 현실이라는 것. 아름답게 미화된 여성의 삶 속 현실을 상기시켜주는 더 다양한 영화들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