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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moprlej Jul 11. 2019

14

신앙이 있다는 건 좋은 거다.
물건이든, 환경이든,
심지어 사람의 감정까지도,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이 미친듯한 세상에서
마음속에 무언가 절대적인 것이 있다는 것.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
어쩌면 영원하다는 것.
그것이 어떤 의미일지,
얼마나 큰 힘이 될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나는 종교가 없다.
신앙을 가져보려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친구를 따라
여러 번 교회에도 가보고,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한 번씩 들러서
다리가 후들거릴 때까지 백팔배를 하시던 엄마와
절에 가본 적도,
집 근처 성당에 가서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나와 내 가족의 미래를 위해
기도한 적도 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리하면 내 아버지께서 그 사람을 사랑할 것이요,
내 아버지와 나는 그 사람에게로 가서
그 사람과 함께 살 것이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서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언젠가,

어딘가에서 우연히 읽었던 성경구절.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자꾸만 마음속에서

어떤 반항심이 올라오는 것이다.

아뇨. 전 믿지 않아요.
제가 믿었던 모든 것들은 언제나 저를 울게 했어요.
이제는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겠어요.
예수님.
진정으로 우리들을 사랑하신다면,
'나를 따르고 나를 믿는 자'만을 구원하실게 아니라
믿음과 상관없이,
아무런 조건 없이,
모두를 포용해주시면 안 되나요?

'그리하면' '그렇게 하면' '나를 믿으면'이라는

조건 없이,
모든 불쌍한 이들을

따스히 연민해주시면 안 되나요?

누군가에게 무엇을 줄 때마다
반드시 무엇을 바라는
이 하찮고 보잘것없는 인간들을,
예수님만큼은,
당신만큼은 그냥 아무런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시면 안 되나요?

저처럼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살아가는
우매한 인간들까지

모조리 끌어안아주시면 안 되나요?

제가 이렇게 믿음도 없고

비겁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너무너무 힘들 때 한 번쯤은
예수님께서 저를 구원해주시면 안 되나요?
찾으면 안 되나요?




믿고 싶어서, 의지하고 싶어서,
내 마음에도 영원한 무언가를 두고 싶어서
계속 계속 노력해도
내가 너무 삐뚤어진 탓인지,
이상하게 온전한 믿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비겁하게도,
힘든 순간이 오면 당신을 찾는다.
예수님.
하느님.
제발 이것도 그냥 지나가게 해 주세요.
너무 오래 걸리지 않게 해 주세요.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고 추억하게 해 주세요.

어딘가에서 저를 보고 계시다면,

이제는 끝나게 해 주세요.

어쩌면 정말 세상에 신은 없을지도 모른다.
이 글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어리석은 글일지도 모르고.

나에게 있는 어떤 어둠 때문에
내가 그렇게 못하고 있을 뿐이지,
건강한 신앙이 있다는 건

정말로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진심으로 부럽기까지 하니까.

내일은 가까운 성당에 가야겠다.
가서 기도해야겠다.

당신을 온전히 믿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부디 제게 믿음을 주세요.
영원하게 해 주세요.
당신이 제 마음속에서

단 한순간도 떠나지 않게 해 주세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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