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모으면 언젠가 된다는 생각의 착각
1월 중순부터 급한 불 끄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분야를 선뜻 시작하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막상 조금씩 발을 담가보니 생각보다 이 분야는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자료를 읽고 구조를 뜯어보면서 점점 더 깊이 들어갔다. 그러다가 넷플릭스까지 넘어가게 되었다. 거기서 한때 콘텐츠의 미래처럼 보인 넷플릭스의 인터랙티브 전략이 사실상 종료되었다는 사실을 마주했다.
2018년 넷플릭스는 시청자에게 선택권을 건넸다. 화면 속 주인공의 다음 행동을 우리가 고르고 그 선택이 엔딩을 바꾼다는 경험은 신기했고 한동안 콘텐츠의 미래처럼 보였다. 2017년 키즈 콘텐츠인 '장화 신은 고양이'를 통해 처음 시작한 인터랙티브 실험은 2018년 12월에 대대적으로 공개된 '블랙 미러 : 밴더스내치'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흐름은 빨리 꺾였다. 2024년 11월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24개 중 대부분을 12월 1일부터 내리고 4개의 한정적인 콘텐츠(블랙미러, 언브레이커블 키미슈미트, 란비르와 자연의 대결, 당신과 자연의 대결)만 남기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 축소는 끝이 아니었다. 2025년 5월에 그나마 있었던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내려가며 넷플릭스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왜 넷플릭스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사업을 축소한 것일까.
축소 이유 1.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빠진 함정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넷플릭스를 보는 사람들의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넷플릭스를 켜는 순간 '콘텐츠'를 찾는 것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야기를 연구하듯 음미하려고 재생하지 않는다. 그저 그날의 남은 체력과 마음을 접고 잠시라도 머리를 비우기 위해 콘텐츠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내 인생에서 넷플릭스를 가장 많이 보았을 때가 우울의 늪을 건너 정말 쉬고 싶을 때였다. 아무것도 안 하고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넷플릭스로 향했다. 리모컨을 손에 쥐고 10초 안에 다음 장면을 골라야 할 땐 통제하는 것도 좋지만 그게 빈번하면 피곤하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일일이 선택을 해야 한다. "당신이 골라보세요. 결정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져요." 메시지는 매력적이다. 내가 스토리를 움직인다는 기분은 새롭고 짜릿하다.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봐도 그렇다.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경험은 확실히 흥미로웠고 다들 한 번쯤은 신기해하며 시도했다.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고 시청자는 다른 엔딩을 보기 위해 반복 재생을 한다. 체류 시간이 늘어나니 플랫폼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설계다. '시청'이 '참여'로 업그레이드되는 순간 우리는 콘텐츠를 그저 보는 사람이 아니라 전두지휘하는 사람처럼 느낀다. 통제감이 곧 도파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딱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통제감이 도파민이 되려면 조건이 있다. 선택이 '선물'같이 나타나야 한다는 것. 그런데 화면이 자꾸 물어본다. '왼쪽? 오른쪽?', '지금? 나중?' 게다가 더 잔인한 장치까지 붙는데 시간제한이다. 10초 안에 다음 장면을 골라야 한다. 휴식을 목적으로 보는 콘텐츠가 압박으로 변한다. 어느 순간 결정의 연속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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