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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Jul 25. 2024

박사과정 육아맘의 종합시험 분투기

종합시험은 어찌어찌 끝나고 

나는 늘 1년이 지나고, 한 해동안 뭐 했지? 시간이 너무 빠르네... 를 생각한다. 아기란 존재는 먹고, 자고, 싸고만 반복하는데도 1년 동안 장족의 발전을 하였다. 목도 가누지 못해 흐느적거리는 못생기고 조그만 형체 <?>는 환골탈태하여 뭔 짓을 해도 귀엽고 에너지 넘치는 존재로 거듭났다. 뒤집고, 배를 들고, 기어 다니기를 하다가 8개월이 지나 일어서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신생아 때는 언제 키우냐... 를 반복하다 이제 돌 무렵이 되니 벌써 큰 산을 넘어가는 느낌이다.



아기가 폭풍 성장을 하는 동안 나는 폭풍 노화를 맞이하였다. 가장 큰 이유는 '잠'의 문제였다. 잠을 못 자면 급 노화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다행히 요즘 기술이 좋아져서 또 어찌어찌 관리를 하면 80% 회복이 되긴 하지만... 아기란 존재는 누군가의 사랑, 더 구체적으로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이다. 


엄마에게 아기가 여러 명이면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간다. 나에게 또 다른 아기는 바로 대학원 박사과정이었다. 두 아기를 공평하기 사랑하긴 어렵다. 진짜 아기가 정말 귀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엽고, 다정하고, 상큼한 대신 체력적으로 힘들다. 아기 돌봄으로 마음이 힘들거나, 삶이 피폐해졌다고 느껴지면 얼른 박사과정 아기 돌봄 모드가 되었다. 박사과정이라는 또 다른 아기는 노잼이지만 체력적으론 전혀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아기 사이를 오가며 벌써 8개월이 지나갔다. 



그 사이 종합시험이라는 큰 산을 넘겼다. 엄마들은 애 낳으면 뇌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하는데, 내 경우에는 원래도 썩 좋은 뇌가 아니어서 그런 느낌은 덜했다. 나는 두뇌가 우수하기보단 엉덩이가 무거운 노력파인데, 오히려 공부할 시간이 많이 부족한 것이 걱정이었다. 


공부할 시간이 없으니 아기 돌봄 시간과 공부할 시간을 섞을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아기와 같이 공부하기. 아기를 앞에다 놓고 종합시험 문제와 답을 이야기하는 방법으로 종합 시험 준비를 하였다. 아기띠를 하고 걸어 다니면서도 함께 공부를 하였다. 아기는 산책길을 보고, 나의 입은 쉴 새 없이 말하는 형태로 종합 시험공부를 이어나갔다. 이렇게 공부를 매일같이 하면 좋으련만, '사용성이 어쩌고 저쩌고' 중얼거리는 것보다 '와, 우리 아기 잼잼해보자.'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아서 공부하다, 쉬었다, 공부하다, 쉬었다를 반복했다. 


졸업을 해야 했기에, 아기도 키워야 하기에 두 역할을 계속 오가면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내내 이어졌다.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역할이었다. 예전엔 남에게 신세를 지면 괜히 부담이 돼서 거절을 하였지만, 지금은 신세를 지지 않으면 죽는다는 심정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보답은 무엇이 있을까. 돈으로, 물건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하였다. 대신 '시간'이라는 자원을 전달받는 형태로 늘 신세를 지게 되었다. 


아기를 낳고 공부를 한다는 건 하루살이처럼 하루하루 미션을 해결하는 것만 같다. 재미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하루살이처럼 그날그날의 미션을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다양한 감정과 시간을 경험하는 건 진통이 따른다. 그 진통 뒤에는 훨씬 넓어진 인생의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하나의 스펙트럼 중 하나는 '감사함'에 대한 감정이다. 공부하는 시간, 혼자 책 읽는 시간에 대해 예전에는 그 감사함을 몰랐는데, 지금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기 돌봄과 맞바꾼 한 시간이 소중해 불필요한 쇼핑 시간을 멈추게 된다.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도 필요한 엄마인지라, 1시간 남짓한 시간을 짬을 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차곡차곡 적어본다. 


오늘 적은 메모는, 종합시험 끝! 7월도 하루살이처럼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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