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e Apr 23. 2024

Q94.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1년 후 삶은?

A94. 다들 행복한 봄날.

1년 후 나는 어느 작은 집의 정원에서 봄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고양이님은 마당에서 햇살을 받고 늘어지게 누워 있습니다. 익숙한 짹짹 소리 너머 멀리서 딱따구리가 도로로록 도로로록 나무를 쪼는 소리가 들립니다. 햇살이 눈이 부셔서 눈을 감습니다. 사람들이 천천히 담 옆을 지나갑니다. 아무것도 급할 것 없는 마을입니다. 45년 된 이 집을 구매할 때는 미쳤다고 생각했는데, 아무튼 행복한 봄날입니다. 동네 고양이 깜장이도 놀러 와 발라당 드러눕습니다. 진달래 꽃잎은 뒷면이 비칠 정도로 투명해서, 아주 작은 바람에도 흔들립니다.


이직한 지도 1년 반이 지나, 급하게 쫓기는 마음은 줄어들었습니다. 평가와 기후변화에 대해 이제 조금 알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 본 것들 중 많은 것이 어느새 이루어져 있습니다. 글로벌 연대와 철학과 관련한 글을 계속 쓰고 생각이 계속 깊어지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하여 글을 쓰고 일을 더 잘하는 방법에 대해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합니다. 매일 조금씩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감사합니다.


엄마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평생 몰랐던 본인의 적성을 재발견하고 있습니다. 평생 노는 데는 재주가 없다던 분이, ‘나 의외로 춤에 소질이 있어’라는데 흐뭇할 뿐입니다. 여동생은 미국에서 다정한 남편과 잘 지내고 있고, 남동생네는 무럭무럭 자라는 아들의 효도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남편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오랜만에 즐거운 표정입니다.


이번 여름에는 한 달 정도 해외에서 머무르며 일도 하고 휴가도 보낼 예정입니다. 원 없이 수영할 수 있는 그늘이 있는 수영장이 있는 곳에서요. 비행을 싫어하는 고양이지만, 같이 가야죠. 수영도, 낯선 곳도 싫어할 텐데, 흠, 왠지 죄스럽네요. 아무튼, 휴가계획에 설렙니다. 점심으로는 뭘 먹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며 동네 카페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러 발걸음을 옮깁니다. 좋은 봄날입니다.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꿉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Q92.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온전히 느끼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