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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e Jun 08. 2024

나무를 심으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을까?

환경비용의 내부화

산림보호 프로그램으로 탄소를 상쇄한다?

REDD+라는 산림 프로그램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에콰도르 아마존 숲 사업현장도 방문하고 왔지요. REDD+는 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산림벌채 및 산림황폐화에 기인한 배출량 감소)를 뜻하는데, 나무를 베지 않거나 숲을 훼손하지 않는 대가로 돈을 지원하는 메커니즘입니다.


UN이 개발한 REDD+는 개도국을 지원하는 여러 메커니즘 중에서도 제도적, 기술적으로 복잡하기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계획을 짜고, 이행한다, 산림이 보존되었는지 확인받고 돈을 받는 것인데, 국가 수준의, 까다로운 세이프가드를 포함한 계획을 짜야하고, 산림을 모니터링하고 보고할 인력과 기술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 1단계 : 바르샤바 프레임워크(2013년)에 따라 1) 국가 수준의 REDD+ 전략 또는 액션플랜, 2) 국가 산림 참조 배출 수준 (FREL, Forest Reference Emission Level), 3) 국가 산림 모니터링 시스템, 4) 세이프가드 정보 시스템(SIS) 수립

- 2단계 : REDD+ 국가 전략, 정책의 실행. 국가들은 FREL 대비 산림파괴와 산림황폐화를 감소시켜야 함.

- 3단계 : 앞선 두 단계를 통해 감소시킨 배출량을 UNFCCC 그리고/또는 제3자를 통해 확인받고 나면, 국가들은 3단계, 결과기반보상 (RBP, Result Based Payment) 자격을 갖게 됨.


민간 기업도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이 배출한 만큼의 탄소를 상쇄 (carbon offset)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데, REDD+와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탄소상쇄는 허상인가?

숲을 기반으로 한 탄소상쇄 활동에는 주로 나무를 심거나 벌목을 줄이고, 산불관리, 토지이용계획 수립, 지역민 생계활동을 지원 등이 있습니다. 언뜻 좋은 활동인 것 같은데 다큐멘터리를 보면 기업들의 탄소상쇄를 비판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기업들의 배출은 그대로, 기존 숲을 보호할 뿐


가장 큰 비판은 기업들이 화석 연료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는 대신 돈으로 탄소 크레딧을 사서 눈가림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그린워싱(green washing, 돈세탁처럼 녹색세탁)이라 하죠. 넷제로라고 하면 공장을 가동하면서 탄소를 0으로 유지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기존과 똑같은 만큼 내뿜으면서(+) 돈으로 숲을 보호한 것(숲은 원래 있던 거라 추가적인 기여는 없음) 뿐이죠.


이런 모순을 잘 드러내는 것이 화재 등으로 숲이 사라지는 것을 뜻하는 반전 위험(risk of reversal)입니다. 이 위험은 기업에게는 재정적 위험입니다. 기업은 보험에서 보상을 받거나, 과거에 예치해 둔 탄소 크레딧을 가지고 와서 벌충합니다. 정 안되면 다른 숲을 물색하겠죠. 하지만 기후변화 입장에서 보면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숲은 이미 사라져 복구할 수 없는 손실을 입은 것입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은 어떻게든 돈으로 넷제로를 달성할 테니, 해피엔딩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탄소상쇄의 모순점이 훤히 드러납니다.


원주민들의 삶의 방식 변화, 입장 바꿔 본다면


숲에 사는 사람들은 숲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의 삶의 방식을 바꿀 것을 요구받습니다. REDD+ 세이프가드는 주민들에게서 자유롭고 미리 공지된 합의(FPIC)를 받으라고 하지만, 주민들에게는 숲을 이용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개념, 숲을 건드리지 않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개념이 무척 낯섭니다. 때문에 이 동의 절차는 아주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고요.


하지만, (특히 민간기업들은) 참을성이 없습니다. 정해진 기간 내에 주민들의 동의를 받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출입금지 팻말을 걸어둡니다. 숲을 보호하기 위해 원주민들의 삶의 방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속도는 느립니다. “나는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느릴 수밖에 없다, 어쩌면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원주민과 협의할 때 각 지역별, 부족별 공동체를 만들도록 하는데, 이게 혼란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원래 마을에서 통용되던 위계질서와 국제기구나 기업이 요구한 조직의 구성(주로 협동조합의 형태)이 다른 경우 선거를 하고 받아들이는데 진통을 겪습니다.




환경비용의 내부화: 자발적 -> 강제적


그러면 숲을 보존하지 말자는 것이냐? 그건 아닙니다.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들이 탄소 크레딧을 사들이는 것은 외부화했던 환경비용을 내부화하는 의미는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발적 탄소시장(탄소상쇄를 위해 민간기업들이 활용하는 메커니즘)은 환경비용 내부화를 시장에 맡긴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되기도 하죠. 기업들은 탄소상쇄를 방패로 비즈니스 모델 조정의 비용과 리스크를 최대한 늦출 것입니다. 지금 자발적 탄소시장은 아주 저렴하니까요. (GCF는 이산화탄소 1톤당 5불을 줍니다)

환경비용 외부화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자원 고갈, 생태계 파괴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사회 전체나 다른 주체가 부담하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오염수를 배출한 기업이 저렴한 물건을 생산할 수 있지만, 결국 오염수 정화비용은 정부와 국민들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죠. 글로벌화에 따라 외부화는 국경을 넘어 전개됩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출하고, 위험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산업을 국외로 이전합니다.


시장이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때, 시장이 오히려 모순을 심화시킬 때 정부의 규제나 조정 필요할 수 있습니다. 유럽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을 본격시행하는데, 탄소 관세를 매긴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규제가 시행되면 탄소 크레딧이 톤당 75-100유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요.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산림보존 사업과 탄소상쇄 활동을 바라볼 때, “상쇄했으니 이제 됐어, 책임을 다했어” 오해만은 절대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숲을 보존하는 것은 현상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의무이고,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생산과 소비 방식을 바꾸는 것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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