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월
구정 직전, 해운대에 숙소를 잡고 재택근무를 했다. 업무를 마치고 호텔 수영장에서 보낸 2시간이 첫사랑의 추억처럼 아련히 떠오른다. 남편이랑 바라보던 해운대의 야경이 떠오른다. 엄마와 갔던 영도 흰머리마을과 윤슬도 떠오른다. 이런 달콤한 순간들을 위해 일상의 지루함을 살아내는 걸까?
내 맘은 아직 이렇게 나른한데, 업무 굴렁쇠는 본격적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평가를 함께할 외부 전문가팀을 불러서 1주일 동안 inception workshop을 했다. 남미 이곳저곳에서 온 컨설턴트들은 한국의 매서운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신선해했다.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의 연속. 워크래프트 맵을 확장 시켜 가듯이 우리가 아는 것을 확인하고, 가정과 증거를 통해 “아는 것”의 영역을 확장한다.
국제기구는 토론을 참 좋아한다. 민주적이랄까. 다자주의(multilateralism)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달까, 한국 양자(bilateral. a.k.a. 까라면 까, 답정너,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나) 세계에서 넘어온 내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그래도 즐겁다. 상대방의 논리를 듣고 재구성하고 반박하고 납득하고, 그런 과정이 즐겁다.
2월은 아직 많이 추웠다. 달콤한 구정이 끝나고 올해의 업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업무는 중력에 이끌려 점점 무거워질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