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이 와르르 무너지고 난 자리에는 감동과 믿음이 싹텄다.
"가능할까요?"
"아이들이 아주 어린아이부터 청소년까지 있어요."
"엄마들도 참여할 수 있어요."
"한 번도 이 플랫폼을 사용해 본 적은 없어요."
"엄마들이 없이는 유아들은 혼자서 하기 힘들어요, 더구나...... Zoom줌...."
"원래는 자조모임으로 오프라인으로 하려고 했던 내용이어요, 코로나 때문에...."
zoom으로 아이들이 2시간을 과연........
이번 프로그램은 "양육미혼모 지원사업"으로 어린이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파워를 발견하도록 하는 임파워먼트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3세부터 16세까지 딸들, 아들들이 16명!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지만, 코로나로 학교를 못 가고 있는 어린이들도 여러 명 되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부모 가정이라 엄마들의 역할이 훨씬 더 많고 클 텐데 이렇게 주말에 두 시간이나 참여한다는 사실에 프로그램을 맡은 사람으로서 책임감이 더 느껴졌다.
어린이 청소년들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보드게임을 활용하는 것이었고, 줌으로 보드게임을 해 본다는 것은 우리 모두 처음 시도해 보는 일이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가 정성을 기울이더라도 아이들이 재미없어한다면.... 과연 3세가 보드게임에 집중할 수 있을까?
게임의 룰은 어른 손바닥 사이즈의 동그란 카드에 그려진 7-8개의 그림들을 잘 보고, 플레이어들은 같은 그림을 신속하게 찾아서 그 이름을 외치는 것이다. 우선, 워밍업으로 우린 알듯 모를 듯 한 사물의 이름들을 큰 소리로 읽었다. 이 연습을 하면서, 나는 우리 아이들, 청소년들이 성장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망설이지 말고 바로 외칠 수 있도록, 그리고 이 소중한 아이들, 청소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사회에서 통용이 되는 정확한 이름들을 파악하도록 보드게임을 구성했다.
엄마들은 어린이들의 등 뒤에, 옆에 나란히 앉아서 아이들이 카드를 전체로 보고 게임을 주도적으로 리드하도록 도와주었다. 보드게임이지만 이기고 지는 것은 없도록 디자인했다.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챌린지를 주도록 했다. 엄마들과 게임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시선을 온통 카드에만 꽂고 있었다. 게임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게임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게임이 시작되자,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또렷한 목소리. 화면을 올려다보았다. 아름다웠다. 아이들은 엄마와 마주 앉아서 보드 게임을 하며 노는데...... 이런 커플들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군데군데 의젓한 초등학교 고학년들과 중학생의 모습도 보였다. 동생들과 같이 한다는 사실에 전혀 흔들림 없이 자기 판을 벌이고 즐기고 있었다. 그림 같았다. 너무 행복했고 가슴이 뜨거워져 옴을 느꼈다.
선입견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보드게임을, 미취학 아동들과, 3세부터 16세가 한 판에서 노는 것이 가능했다.
Zoom이라 불가능할 수 있을 거라 우려했는데!!
Zoom이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새로운 버전으로 훌쩍 뛰어 넘고, 우리는 마음과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아하~~~ 이 어린이 청소년들은 디지털 키즈였지!!!
아이들의 목소리는 함께 했던 모든 어른들을 행복하게 했었다. 프로그램을 주최한 한가지의 담당자님. 이번 행사를 위해 정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수고를 자처했다. 톡에서 그간의 마음씀이 눈 녹듯 녹는 것이 느껴졌다.
#보드게임 #한부모가족회